이탈리아 직수입 화덕서 스테이크가 지글지글

서울의 패션 & 트렌드 1번지로 통하는 청담동. 2년여 전부터 “스테이크와 고기 구이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소문이 난 곳이 한 군데 있었다. 바로 ‘그릴 H’(Grill H).

궁금증 하나!. 이 지역은 곳곳에 흔하디 흔한 게 고깃집이고 스테이크집인데, 많고 많은 집 중에서 어떻게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

궁금증 둘! ‘그릴 H’가 자리한 소봉빌딩은 8층이 전부. 그런데 최근 9층에 훌륭한 바(bar) 하나가 새로 들어섰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보아도 8층까지가 전부인데 어찌된 일이지?

이 건물 8층에 내리면 안쪽으로 정 가운데 강한 ‘은 빛’을 내뿜는 커다란 화덕이 버티고 서 있다. 누가 봐도 금방 눈에 띄는 이 것은 그릴 H의 대표적 상징물. 이 집 고기 맛의 원천이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이 화덕은 겉은 스테인리스로 둘러싸여 있지만 속은 벽돌로 꽉 차 있다. 무게만 1.5톤(t), 웬만한 지프 차 하나가 실내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문해서 선적, 시공까지 건물 구조를 감안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시공 때는 대공사를 벌이고서야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화덕은 섭씨 700~800도의 고열로 스테이크는 물론 피자도 바로 그 자리에서 구워낸다. 이 집 스테이크 맛의 ‘숨겨졌던’ 비결인 셈이다. 이만한 수준의 화덕은 국내에서도 서울 워커힐호텔과 W호텔 두 군데만 갖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8층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9층. 멋드러진 공간 하나가 펼쳐진다. 실내인데도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머리 위로 보이고 큼지막한 창 밖으로는 서울의 야경이 펼쳐진다. 건물들의 조명과 바삐 움직이는 차량들의 헤드라이트까지…. 지난 해 말 오픈한 모던 바(bar) ‘H 바’다.

천장까지만 족히 7~8m는 돼 보일 정도로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하는 이 곳은 정확히는 건물의 옥상이다. 종전에는 간이 천장만 설치해 놓고 각종 행사를 열던 공간이었는데 벽과 천장을 유리로 덮어 또 하나의 실내 공간을 탄생시킨 것.

새 단장 이전에도 이 곳은 자선패션쇼 등 명품 행사로 애용되던 명소였다. 또 달라진 점은 화려한 주방 공간과, 벽난로, 푹신한 소파, 그리고 이국풍 물씬 나는 테이블….확 트인 창가를 따라 길다랗게 늘어선 바 길이만 15m에 달한다.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창 밖 풍경을 내다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확 트인 오픈 주방 위 아래의 조명은 눈부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커다란 LEC 조명판이 수시로 색상을 바꾼다.

녹색에서 코발트로, 다시 핑크, 그리고 와인빛까지 등등. 옥상 공간이 재탄생한 것이 알려지면서 파티, 런칭쇼, 쇼케이스 등의 행사도 수시로 열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싱글 몰트 위스키 중 하나인 ‘맥캘란 라리끄’ 런칭 파티가 열린 곳도 바로 여기.

음식은 바 전담 셰프(조리장)인 임철호씨가 정통 이탈리아 맛을 선보인다. 이탈리아의 유명 요리학교인 ICIF에 유학, 현지에서 2년여 실습도 거친 그는 국내 ‘올라’ ‘보나세라’ ‘라퀴진’ 등 유명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거쳤다.

특히 그가 만드는 토마토 소스의 스파게티는 색다르다. 새우와 조개 홍합, 그리고 면을 건져 먹은 후 국물을 떠 마시게 해서다. 한 번 떠 맛을 보면 약간 얼큰한 듯 깔끔한 것이 자꾸 수저를 집어 들게 만든다.

홍합 국물과 토마토 소스를 섞어 만든 육수라 그의 표현대로 ‘스파게티 면에 소스를 끼얹었다기보다는 국물에 면을 담갔다’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더 나아가 ‘술에 덜 깬 조리사가 이 국물의 간을 보다가 술이 다 깨버릴 정도’라는 것.

담백한 국물의 홍합찜과 매콤한 소스 맛의 버팔로 윙은 실제 미국 뉴욕의 맛과 똑같다는 평이다. 유명 소믈리에인 김형욱 지배인도 손님을 반갑게 맞아 준다.

■ 메뉴

스파게티, 버팔로 윙 등 안주류나 가벼운 식사류가 1만2,000원부터. 청담동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1만~2만 원대 메뉴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는다. 나라별로 구비된 100여가지 와인도 4만~5만 원대가 워낙 많이 보여 와인 가격의 거품을 없앴다.

■ 찾아가는 길

도산대로 대로변, 엠넷빌딩 건너편. (02)3446-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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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