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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겨우내 더 빛나는 늘푸른 기생 나무
양분을 빼앗아 자라는 얌체이지만…





나무로 봐주지 않아도 겨울이 제철인 나무가 있다. 겨우살이이다.

겨울에 꽃이 피고 열매가 익는 것은 아니나 다른 나뭇가지에 새둥지 처럼 달려 자라는 겨우살이는 몸을 붙인 나무에 잎이 모두 떨어뜨린 후 고스란히 드러나고 시리도록 파란 겨울하늘을 배경삼아 가장 눈에 잘 뜨이기 때문이다. 한자 이름은 그래서 동청이다.

무심하게 보면 새둥지려니 하고 무심결에 스쳐가기 십상이지만 잠시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시선을 높이면 죽은 나뭇가지나 볕집을 모아 만든 새집이 아니라 황록색 줄기와 잎으로 와이(Y)자를 만들며 엉켜 자라는 조금은 색다른 모습의 식물임을 알게 된다. 다른 나무의 가지 하나를 점령하고 살아가는 겨우살이는 그 나무의 양분을 가로 채어 먹고 사는 기생식물이다.

기생식물 가운데는 새삼과 같이 스스로 전혀 양분을 만들지 못하여 모든 양분을 숙주(기생식물이 달라붙어 양분을 빼앗기는 식물을 말한 다.)에게 의존하는 전기생식물도 있으나 겨우살이는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식물 처럼 이산화탄소와 물을 원료로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수화물을 만드는 광합성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여 숙주에게서 물이나 양분을 일부 빼앗아 이용하는 반기생식물이다.

또한 아무 나무에나 붙어 기생하는 것도 아니고 참나무류, 버드나무, 팽나무, 밤나무, 자작나무와 같은 일부 활엽수만을 골라 그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기생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겨우살이는 겨우살이과에 속하는 늘푸른 나무이다. 나뭇가지에 뿌리를 박고 한 줄기가 새끼손가락 만큼 자라면 마디를 만들고 이를 서너번 반복하고 나면 줄기의 끝에 두개의 잎이 마주 달린다.

잎은 선인장 처럼 다소 두껍고 물기가 있으며 연하여 잘 부러진다. 그러나 조금씩 늘어지는 줄기에는 탄력이 있어 웬만큼 무서운 겨울바람에는 부러지지 않는다.



늦은 겨울이나 이른 봄, 마주난 두개의 잎 사이에서 꽃이 피는데 암꽃과 수꽃이 각기 다르게 핀다. 화려한 꽃잎이 엎어 꽃이라 보여지지 않기도 하다. 열매는 꽃보다도 연한 노란색을 띄고 가을에 익는다.

한개의 녹색 종자에는 반쯤은 투명하고 끈적끈적하며 누르면 물컹한 과육이 둘러싸여 있으며 열매는 그 지름이 오밀리미터가 조금 넘는 둥근 모양이다. 과육은 열매가 잘 익을 수록 끈적거린다. 열매가 붉게 익는 것도 있는데 이는 붉은겨우살이라고 부른다.

이 겨우살이를 우리나라에서는 약용식물로 이용하여 왔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 전체를 말려 쓰며 약효는 마치 여러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눈이 밝아 지고, 몸이 개운해지며 머리카락과 치아를 단단하게 하여 아이를 낳은 어머니들에게 좋으며, 허리 아플때 등등 많은 효과가 기록되어 있고 최근에는 항암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겨우살이를 매우 좋은 일에 상징으로 여겨왔다.

오랜 옛날 부터 겨우살이, 특히 참나무 숲에 사는 겨우살이에는 마법의 힘이 있다고 여겨 신성하게 취급하여 고대 제사장들의 재물을 바치는 의식에 함께 쓰여 왔고 이 풍습이 차차 변형되어 오늘날엔 성탄절에 축하모임을 열면서 그 문 위에 겨우살이를 달아두고 손님들이 그 아래를 지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밑는다.

더우기 그 아래를 지날 때에는 어느 여자에게나 입맞춤을 하여도 피할 수 없으며 결혼하게 된다하여 성탄절이 가까와지면 시장에서 겨우살이를 파는 곳이 있다.

겨우살이는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는 약이 되기도 하고, 결혼을 위한 입맞춤을 할 수 있는 낭만적인 나무이기도 하지만 기주 나무에겐 양분을 빼앗는 잔혹한 존재이기도 하다.

사람도 나무도 근본적으로 내재한 양면성은 피하기 어려운가 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발현하며 사느냐가 우리의 선택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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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1/17 13:40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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