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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의 위력 "방심하면 큰코 다쳐"
소유권 분명한 미국인… 함부로 건드리면 패가망신



캘리포니아처럼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나 짝퉁 가방을 볼 수 있다.


■ 매장서 사진 찍다 직원들에게 제지 당해

미국에서 사진 찍기가 이리 어려운 줄 상상도 못했다. 나의 “똑딱이” (자동카메라를 일컬음) 사진사 입문 첫날, 내가 간 곳은 미국 대형 “M" 백화점 빅 사이즈 코너였다.

비교적 이른 시간 탓인지 그날 따라 뚱뚱한 미국 아줌마들이 얼른 안 나타나는 것이었다.

빅 사이즈 매장 주위를 빙빙 돌며 가다린지 이 삼십여 분만에 드디어 목표물 포착, 그것도 한꺼번에 둘씩이나, 카메라 조준 하는데만 일분 넘게 씩 헤매며 영 어설프게 고작 두세 컷을 찍었을 때, 그곳 직원의 심상치 않은 눈초리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 독수리가 병아리 채가는 신속함과 세련됨으로 얼른 찍고 빠졌어야 했는데“ 속으로 되뇌며, 매장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층 매장으로 얼른 자리를 피했다. 잘 피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느 사이 그 심상치 않은 눈초리의 매장 여직원과 매니저라는 사람이 따라와서 내가 찍은 사진을 봐야겠다는 것이다.

평상시 좀 눈치 없고 어리버리한 나였지만 그 때 만큼은 기지를 발휘하여 얼른 두 세 컷을 뒤로 넘기고 매장 밖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자기네 매장 안에서 사진 찍으면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와 함께 그만 가보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이 간 작은 사람이 얼마나 떨었던지.

그렇다고 매장 밖에서 사진 찍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라보고 놀란 놈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그 백화점 매니저한테 추궁 당한 이후엔 사진이 흔들리던 말든 각도가 나오던 말든 ‘찍고 빠지기’ 전법을 구사하여 셔터를 마구 눌러대고 다녔는데,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찍히는 사람들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반응이 인종에 따라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 리포트 짜집기하다 걸린 유학생 '고 홈'

예를 들면, 인디언이나 파키스탄인 같은 제 3 세계권 남자들은 불안한 듯이 흘깃 흘깃 째려보며 사진 찍는 나를 경계했었다. 어떤 중년의 아랍 남자는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며, ‘위협적’인 눈초리로 나를 째려보아 이 여린 가슴을 철렁하게 했고.

딱 한번 젊은 흑인 아빠가 자기 아들을 안고 자발적으로 포즈까지 취해 준 적이 있는데 정말 뜻밖의 감동이었다. 피부와 인종을 초월하여, 너 나 할 것 없이, 하도 째려 보는 통에 거의 사람들 뒷모습만 잔뜩 찍어대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가는 길에 들린 커피 점에서 우연찮게도 우리학교 사진 동호회 회장님을 만났다.

여기서 사진 찍기가 왜 이리 어렵냐는 나의 호소에 대뜸 그분 첫 마디가, “아 그거 몰랐어요?” 이다. 개인 사진을, 그것도 출판할 목적으로 찍을 땐, 반드시 찍히는 이의 허락을 그것도 가능하면 서류상으로 받아야 한단다.

‘몰카’ 사진을 잡지에 냈다가는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단다. 만일 소송 당하면 내가 앞으로 받을 원고료 다 털어 주어도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머리카락이 일시 쭈뼛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진 못 찍게 하기가 단순히 ‘사생활 보장’ 차원만이 아닌 ‘재산권 보호’에 관련된 일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만일 특정 백화점의 매장 디스플레이 해놓은 것을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그대로 카피를 해서 자기 매장을 꾸민다면 그건 일종의 도둑질로- “지적 재산권 침해” 란 말 아마 이럴 때 쓰는 말 같다- 간주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인 소유권 또는 재산권 보호에 대한 미국인의 의식은 아주 대단해서, 동호회 회장님 말에 따르면, 심지어는 본인이 미국 유명 “M" 햄버거가게 건물사진 찍으러 갔을 때 거의 몇 분 만에 바로 신고 들어가고 바로 경찰차가 온 적도 있다고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무 생각 없이 카메라를 휘두른 나의 똑딱이 사진사 입문 첫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집에 와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지적 재산권 보장” 이란 개념, 사실 나도 잘 알고 있던 것이란 것에 생각이 미쳤다. 미국 유학 와서 가장 처음 교육 받는 것 중의 하나가 “플레이져리즘” (Plagiarism) 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페이퍼를 쓰면서 “누가 이말 했다 카더라” 하는 것 쏙 빼고 마치 내 생각인양 다른 사람이 말한 것을 인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곳 학문의 세계에서는 거의 사형에 맞먹는 퇴학도 당할 수 있는 중죄에 속한다.

■ '우리 것' 강조하는 한국문화와 크게 달라

무단 복제품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미국의 CD·DVD 매장.



“누가 이말 했다 카더라” 라고 덧붙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저자, 출판사, 출판 도시명, 출판 연도, 페이지 넘버 등을 적는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 하고, 어떤 까다로운 교수는 “언제 어디서 누구랑 수다 떨다 얻은 영감” 이라는 것까지도 적으라는 사람도 있다.

페이퍼 쓰라면 당연히 남의 글 몇 편 읽고 ‘짜깁기’해서 내는 것이 다 인줄 아는 많은 유학 초년생들이 플레이져리즘이란 뜻밖의 복병에 걸려 곤란을 당하는 것을, 심지어는 짐 싸서 집에 돌아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봐왔다.

내 것 네 것 구분 없이 “우리” 것이라는 한국식 문화에서 자라온 한국인들이 지적 재산권인지 뭔지 하는 것을 이해하기란 참 힘든 일 인 것 같다. 방배동 골목길에 즐비한 서로 “원조”를 주장하는 수많은 아귀찜 가게들.

신당동 골목의 역시 저마다 “원조” 임을 내세우는 떡볶이 가게들. 전국에 깔려있는 무슨 무슨 “원조” 할매집들. 누가 누구를 카피 했는지 알 길이 없고, 또 사실 알 필요도 별로 모르겠다.

맛있으면 다 아닌가! 남대문의 ‘유명 메이커 베끼기’는 또 어떤가. 메이커 신상품이 나오자마자 바로 베끼는 상인이 있고, 그 상품이 히트라도 치는 날이면 그 큰 남대문 상가 전체에 그리고 더 나아가 동대문 상가에까지 동일 디자인의 상품이 쫙 깔린다.

솔직히 비싼 정상 제품을 제값 주고 살 길이 없는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야 아주 고마운 일이지만, 디자인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했을 기업주한테는 미안하고 안 된 일이다.

외국의 명품을 베낀 한국산 “짝퉁”은 그 품질의 정교함으로 여기서도 알아주는데, 그 명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 단속반의 끈질긴 색출 작전의 목표물이 되어 한국산 짝퉁을 취급하다 전 재산을 날린 재미교포 상인 분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

“모르는 것이 약” 이라는 한국 속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위에서 예로 들은 지적재산권침해 사례에 해당하는 한국 분들 중 상당수의 분들이 아마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하셨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알면서도 이를 존중 못 해주는 나 같은 사람은 참으로 괴롭다.

일례로 이곳 책값이 장난이 아니게 비싸다. 한 권에 싸게는 이 삼 만원에서 시작하여 십만 원 훌쩍 넘어가는 책이 수두룩하다.

가능하면 중고를 사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복사를 하는데, 복사할 때마다 졸업해서 취직하면 반드시 새 책을 사겠노라고 혼자 다짐을 하지만 그래도 맘이 편치는 않다. 요즘 미국 기업들이 많이 약아졌다.

이전엔 웬만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거의 다 공짜로 깔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 진보된 기술로 불법복사를 원천봉쇄 해 놓았기 때문이다. 내 낡은 컴퓨터를 바꿀 때가 되었건만 배보다 배꼽이 큰 격으로 ‘엄청 비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사는 것이 엄두가 안나 망설이고 있다. 아 옛날이 그리워지려고 한다. 우리 모두가 돈 내고 사 쓰면 언젠가 값 좀 내려 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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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1/23 16:07




나종미 자유기고가 najongmi@netzer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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