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의 美에 현대적 기법을 입힌 회화·조각·공예품 50여 점 전시

김선두 '행-가을볕'
전통과 현대의 경계선을 그으면 어디쯤 될까. 그을 수는 있을까. 전통과 현대의 괴리를 허문 작품들이 미술 장르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미술관 소장품 중 우리 고유의 전통적 요소와 현대 미술이 연결된 회화, 조각, 공예 등 50여 점의 작품들을 전시한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 <전통과 현대 사이>다.

이들 작품은 현대 미술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전통적 특성들을 여러 장르, 여러 참여작가들의 미술품들을 통해 보여준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적 주제, 미술 재료, 표현 기법 등이 현대적 어법을 통해 재탄생된 것들이다.

전시회는 크게 <전통의 단상>, <전통의 질료>, <전통의 어법>의 세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구성돼 있다. 이한우, 오승윤, 김봉태, 전혁림, 강용면, 이만익, 함섭, 정창섭 등 국내의 이름난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전통의 단상>에서는 한국의 전통적 형태, 문약, 색감 등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에서부터 신화, 종교 등 정신적인 것에 배경을 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김환기, 권옥연, 이한우의 작품에는 서정성 짙은 한국의 산수 등 자연의 풍경이 단순화되어 특징적이다. 이세득, 전혁림, 이만익의 작품 등은 기왓장 문양, 십장생, 장승 등 한국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형상들이 추상적으로 변환됐다.

특히 오승윤의 ‘회상’은 단아하고 고전적인 여인상을 중심에 세우면서 세련된 색감과 구도 등 현대 회화의 느낌을 전한다. 전혁림의 ‘백락병’은 조금 더 현대 미술 쪽으로 한발 더 근접한다.

전통 문양의 현대적 응용이 한층 강화돼 있다. 이만익의 ‘해맞이’는 전통적 소재와 표현법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고 현대 회화로 담아내려 한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엿보인다.

<전통의 질료>에서는 화선지 장지 등의 한지와 황토 등을 이용해 그 재료의 물질적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켜 전통과 연결고리를 시도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권영우, 전광영, 정창섭, 함섭 등의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한지 특유의 재질감과 느낌을 그대로 살린 작품들이다. 한생곤의 작품은 황토를 재료로 사용해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전통의 어법> 또한 돋보인다. 여기에서는 한국화에서 우리의 전통적 수묵과 채색을 과감한 기법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다수 선보인다. 박생광의 작품이 단청 기법으로 연결돼 있는가 하면, 김선두와 민경갑의 작품은 진채 등을 사용해 추상화된 현대적 채색화로 나아가고 있다.

김정숙의 칠보 공예 작품과 백태원 김익영, 오천학 등의 도자도 눈에 띈다. 전통의 기법을 구현한 공예작품들이다. 특히 김선두의 ‘행-가을볕’은 간결하면서도 전통 채색법과 현대 미술의 조화를 이룬 여운을 던져준다.

과거와 현재, 옛날과 오늘의 정서적 차이는 무엇일까. 이 전시작들은 그러한 줄을 긋지 않고 자연스레 시공간과 느낌이 서로 어우러지는 호흡과 친화력을 보여준다. 전통이란 늘 고루한 것이 아니며, 현대란 항상 뾰족하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전시회는 5월1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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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윤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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