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의 이태원 레스토랑 '마이 타이'

홍석천 씨가 마이타이에서 블랙페퍼 소스로 볶아 석쇠에 구운 비프를 내보이고 있다.
방송인 홍석천씨. 잘 나가던 그는 지난 2000년대 초 ‘커밍 아웃’으로 파문을 겪으며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그 다음 그가 선택한 길은 바로 ‘음식’.

2002년 10월 그는 이태원에 ‘아워 플레이스’란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면서 와인 바도 겸하는 공간. 빌딩 5, 6층 2개층을 터서 사용했는데 처음에는 장사가 안돼서 무척 고전했다.

“한 1년 3~4개월 가량 매달 1,000만원씩 적자였어요. 1년 만에 1억 원이 넘는 돈을 까먹은거지요.” 홍씨는 당시 “처음 한 레스토랑 사업이고 너무 몰랐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한 그가 다짐한 한 마디. “어떻게든 성공시켜 보자. 끝까지 버텨 보고…” 그 결과 지금은 이태원에서 가격 대비 맛이 뛰어난 곳, 야외 테라스도 갖춘 명소로 이름을 얻었다.

고전 끝에 얻은 소득 다음으로 그가 선택한 일 또한 레스토랑이다. 지난 해 여름 이태원 대로 골목에 ‘마이 타이’란 레스토랑을 또 하나 열었다. 여기는 타이식 푸드 전문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태국 메뉴에요. 태국에도 많이 갔다 왔고…”.

한국에도 맛있는 태국 음식점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시작했다는 그는 “자신 있었다”고 말한다. 첫 사업은 ‘고층’에서 시작했지만 이 레스토랑은 1층이다. “1층에 대한 ‘한’ 같은 것이 있었나요!” 오픈부터 손님들이 몰려 들며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자신감을 얻은 홍씨는 최근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섰다. 지난 연말 과감히 세번째 레스토랑인 ‘마이 차이나’를 연 것. 그것도 역시 이태원 뒷골목에서다. “타이 레스토랑이 너무 잘 돼서 욕심이 생겼어요. 손님들이 제 음식을 알아 주는 것이 재미도 있고” 그는 5년 넘게 음식 일을 하다 보니 이젠 ‘인이 박혀’ 노하우가 생겼다고 고백한다.

“왜 음식 사업에 뛰어 들었나요?” 그는 이 질문에 한 마디로 대응한다. “방송을 못했으니까요.” 홍씨는 “방송 일을 못하고 어차피 쉬어야 되니까 모아 놓은 돈으로 레스토랑 일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뭔가 생각 해 보니까 음식이었어요.” 그의 대학 시절 첫 아르바이트도 청담동 게요리 전문 레스토랑에서였다. 부모님들이 충남 청양에서 한식당을 운영하신 것도 경험이 됐다.

새로 문 연 그의 중식당은 그가 좋아하는 메뉴인 타이식 중식당이다. “왜 중국집들은 한결같이 비슷하기만 할까 생각했다”는 그는 그만의 컨셉을 적용했다. 중국에서 구해 가져온 등과 가구, 그림, 인형, 소품 등으로 실내를 꾸미고 테라스도 만들었다.

메뉴판의 메뉴들도 여느 중식당과 다르다. 소스가 곁들여진 로스트 오리와 야채, 매운 소스의 돼지고기, 튀긴 새우와 파인애플, 양파가 들어간 요리, 중국집인데도 많이 봐 오던 중식당의 메뉴 이름과 전혀 다르다. 어딘가 태국식인 듯! 하다 못해 메뉴판에 ‘중국식 매운 깐풍기’라고도 적혀 있다. 여기가 중국식당 아닌가? 자장면도 적혀 있긴 하지만 “내놓으려다가 관뒀다”고 말한다.

“지금 맛이 잡힌 것 같습니다.” 이 한 마디에서 맛에 대한 그의 감각과 전문성이 조금은 비쳐진다. 주인이면서도 그는 손님들에게 직접 내프킨을 가져다 주고 단무지나 짜사이등을 종업원 보다 먼저 나서 챙겨준다. “레스토랑 일을 하면서 손님들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저는 즐거워요.”

방송일과 레스토랑 사업 중에 어느 것이 그에게 더 맞을까? “식당 일은 적당히 안정적이예요. 하지만 하루 종일 신경 쓸 일이 엄청 많아 피곤합니다. 재료부터 서비스, 세금까지 일일이 챙겨야 되고…” 음식에 열중하는 그이지만 그는 자기 직업이 여전히 배우라고 말한다. “그 메뉴는 꽃빵을 튀겨 갖고 와야지!” 하지만 그 와중에 종업원을 질책(?)하는 그의 목소리에 음식에 대한 단호함이 배어 있다.

메뉴

일품 요리 대부분이 1만~2만원 내외. 4가지 음식으로 구성되는 코스 메뉴는 2인 기준 5만~10만원. 와인류는 3만5,000~7만원이 주종.

찾아가는 길

이태원 해밀톤 호텔 뒷골목 (02)749-9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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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