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조류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로 대중 속으로기획공연물 구성·내용 한층 강화… 절기에 맞는 작품으로 브랜드화 시도관객 참여 크게 늘어… 패키지 상품·컬러링 서비스 등 마케팅 업그레이드

외국산 공연열풍에 대한 국립국악원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기존 공연방식과 내용의 한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 위한 노력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악팬들의 저변 확대와 보급화를 위한 강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TV, 영화, 음반, 휴대폰 음원 다운로드 등 타 분야와도 고루 연계해 국악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현대적 조류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기획, 공연장 밖의 일반인들을 대폭 공연마당으로 끌어들일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립국악원에서 발표한 올 상반기 공연계획에 따르면 올해 절기공연으로 설맞이 특집행사로 이미 치러진 <한 해를 여는 천지인의 예악>을 비롯, 정월대보름 축제인 <2008 산대희(山臺戱)>와 단오축제행사 <2008 단오 국중대회(國中大會)>가 마련돼 있다.

기획공연의 경우 창작 국악인형극인 <발해공주>, 제주의 본향당 신은 물론, 비 바람의 신인 영등신(영등할멈)을 주신으로 삼아 펼치는 <제주칠머리당영굿>, 어린이 음악극인 <원천강 오늘이> 공연이 예정돼 있다.

정기공연으로도 창작악단의 <명곡으로의 초대>, 정악단의 <노래와 선율이 함께하는 여민락>, 창작악단의 <공간, 소리의 여운을 그리다>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주목할 것은 특히 절기공연과 기획공연의 변모다. 종전에는 굳이 시기나 절기와 상관없이 관련 문헌등에 고증된 내용대로 재생하고 연출해 임의의 시점을 정해 ‘옴니버스’ 형태로 선보여 온 관례에 대해 대폭 메스를 가했다.

올해부터는 각 공연작품의 특성을 세밀히 분석, 이에 맞는 공연시기를 고정화시키며 각 절기를 대표하는 공연 또는 공연상품으로 공식 브랜드화를 선언했다. 쉽게 말해 ‘설날 국립국악원에 가면 언제나 이 공연을 볼 수 있다’식의, 상징적이고 차별화된 국악원의 공연위상을 심겠다는 초석이다.

기획공연물의 구성과 내용도 한층 강화되었다. 올해 상반기 발표 예정작 중 일부는 이미 지난해나 그 이전에 미리 시범 공연을 벌여 관객들의 호응도를 검증한 작품들이다.

당시의 관람률과 호응도 등을 기반으로 형식과 내용을 더욱 보완, 강화하면서 올해 기획공연 시리즈로 자신 있게 내세우고 있다. 일례로 <발해공주>의 경우 2005년 어린이날에 초연된 당시 단 300석에 불과했던 객석을 훨씬 웃도는 관람률을 기록, 연일 만석 행진 끝에 약 1만여 명의 관람객 방문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산대희' 中 연화무

이후에도 지방 지자체나 공연기관에서도 초청이 쇄도하는 등 국악공연의 대중화 가능성과 잠재력을 여실히 확인시켰다. 그후 수년이 지난 올해, 공연의 극적 재미와 기법을 더욱 높인 뒤 올해 유망 레퍼토리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공연 형식에서의 대 변화도 눈에 띈다. 종전에도 국악 공연 중 일정 부분에 한해 관객들의 참여 형식이 병행돼왔지만, 올해부터는 그 비중이 대폭 확장되고 있다.

2월 공연예정작인 <산대희>의 경우 공연 전부터 직접 관객들이 자신을 위한 가면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한 프로그램은 물론, 공연 후에도 전 출연진과 함께 직접 연희에 참여해 사실상 축제의 진정한 마무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기획한 상태다.

마케팅 방식에서도 한 차원 상승된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절기공연 및 기획공연, 정기공연 등 각 테마별로 공연작품들을 패키지화한 한편, 패키지 구매 관객에 대해서는 관람료를 일정액(30%) 할인하는 혜택을 주는 등 종래의 소극적 마케팅법을 적극 탈피하고 있다.

국악원내 공연뿐 아니라 외부의 초청이 있을 경우 해당 초청지에 직접 공연단이 찾아가 공연을 벌이는 ‘찾아가는 공연 서비스’도 강화된 마케팅 및 서비스 전략 중 일부다.

휴대폰 벨소리 또는 컬러링 다운로드 서비스는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 중 하나다. 특히 국악의 향유와 다소 거리감이 큰 젊은 세대층을 겨냥한 국립국악원의 대중화 노력을 단적으로 엿보게 하는 일면이다.

국악원에서는 새 시대와 세대별 취향에 맞는 국악 휴대폰 벨소리 및 통화연결음, 수양음악 등 총 100여 곡에 이르는 음원 컨텐츠를 지난 1월에 전격 발표했다. 정악 기악 및 성악, 민속 기악 및 성악, 세시풍속 절기음악 음반 출시는 물론 동요와 민요 등 폭넓은 곡들을 쏟아놓고 있다.

<겨울이 오면>, <고향생각>, <어쩌다보니>, <슬픈 인형> 등 서양음악에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서정적인 곡들이 2008년형 휴대폰 벨소리로 추가돼 있다.

한편, 우리나라 궁중음악을 대표하는 유일한 기관으로서, 학문적인 연구사업 또한 더욱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2008년 초입인 지난 1월 <국악기 연구보고서 2007>를 발간, 학계와 국악인들로부터 주목을 끌었다.

국악기 관련 연구는 이미 1960년대부터 추진된 바 있으나 진행 과정 중 행정적인 지원 부족으로 장기간 작업이 지연돼 왔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가 연구를 재개, 전통 국악기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의 성과를 마침내 완성,

올해 정초에 결실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는 향후 국악사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도 각계에 널리 환영 받고 있다.

이같은 국악계의 분투는 앞으로 얼마만한 성과로 돌아오게 될까?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무자년 정초를 맞으며 국립국악원의 대역습을 바라보는 기대 또한 무한하다.

■'왕의남자' '이산'에 나온 국악축제 '산대희' 재탄생

‘국악의 숨은 1cm 찾기’ 퀴즈 하나. 2005년 공전의 히트를 올린 영화 <왕의 남자>와 얼마 전 MBC 드라마 <이산>에 등장했던 전통 국악축제 또는 궁정연희의 공통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답은 바로 <산대희(山臺戱)>다. <왕의 남자>에서는 산대희의 일부인 소학지희(일종의 풍자 개그)가 선보여 극을 맛깔나게 했고, 드라마 <이산>에서는 산대희 형식의 축제가 등장해 극의 재미와 사실성을 배가시켰다.

그간 주변에 흩어진 채 간간이 얼굴을 비추던 전통축제 <산대희>가 국립국악원에 의해 오는 21일 정월대보름 공연작으로 그 화려한 진수를 쏟아낸다.

산대희란 말뜻 그대로 산 모양의 무대에서 벌이는 연희를 뜻하는 것으로, <고려사>에 따르면 정월대보름날 연등회를 거행하면서 궁궐 마당에 산대를 세우고 산대악인들이 공연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지난 2004년 실학축전에서 한차례 선보인 이후 재연의 맥이 끊겼다가 이번 정월대보름 행사에 의해 뜻깊은 부활을 맞게 되었다.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왕과 신하들이 자리한 가운데 학춤와 연화대춤이 펼쳐지고, 삼천년에 한번 열린다는 불로장생의 복숭아를 바치는 궁중무용 ‘헌선도’를 중심으로 1부가 전개된다.

이어 악귀를 쫓고 복을 구한다는 의미의 호랑이놀이, 그림자놀이, 경기민요 노랫가락과 가야금 병창, 영상 등이 선보인다. 2부는 풍물패의 주도 아래 야외를 무대삼아 달맞이 산대놀이를 편다.

새해의 만복을 비는 비나리에 이어 관객들이 직접 가면을 제작, 참여하며 춤추는 백수무의 판이 벌어진다. 또한 산대희의 하이라이트중 하나인 땅재주와 구슬받기 등 평소 보기 드문 흥미진진한 기예들도 볼 수 있다.

정월대보름의 대표적인 풍속인 귀밝이술 맛보기와 부럼깨기 시간 등도 마련된다. <산대희>는 21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 및 광장에서 열린다.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