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맨 리버의 '굿 모닝', 데파페페의 '데파클라'

마음 안이 시릴 때 음악처럼 따뜻한 화로는 없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등장한 두 장의 음반은 삶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위무하기에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한다. 볕이 들지 않는 인생이라고 해서 절망할 이유가 있으랴, 이들 뮤지션들이 던져주는 뭉클한 메시지다.

탤런트 임수정이 등장하는 TV의 모 컴퓨터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은 호주의 싱어송 라이터 ‘올드 맨 리버’가 있다. 이들이 최근 발표한 앨범 <굿 모닝(Good Morning)>은 세계 대중음악계에서도 기대작으로 주목 받고 있는 대상이다.

단 한번만 들어도 특유의 분위기와 교감이 깊이 각인된다. 마치 산골에서 자란 순수하고도 영리한 소년이 어른이 되어 ‘조금도 변한 것이 없는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부르는 노래와 같다. 중독성이 강하다.

아무런 기교도 애써 쥐어짜내지 않는다. 너무나 수수해서 오히려 특별하고 세련되게 다가오는 음색 또한 기존 음악계에서 흔치 않은 매력이다. 수록된 11곡 전곡이 듣는 이의 등을 다독이듯 따뜻하고 편안하다.

첫 곡 ‘Sunshine’은 수록곡 전체를 통틀어 가장 리듬감이 강하고 화려한 편이다.

굳이 다듬지 않은 듯 하면서도 힘있게 멜로디를 이끌어간다. ‘햇빛은 어디에 있을까(Where is the sunshine?)'를 반복하는 후렴구는 특히 인상적이다. ‘네 자신의 파랑새를 찾아보렴’이라 말하듯 의미심장하다.

혼자 울창한 겨울 숲에 앉아 나직이 자신에게 속삭이듯 이야기하는 듯한 ‘Better Place’도 추천 대상곡 중 하나다.

전혀 과장됨 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Wedding Song’은 프로포즈곡으로 어울릴 만 하다. 애잔할 만큼 애틋하고 진실된 사랑의 맹세가 마음으로 전해온다. ‘LA’도 수록곡 중 드물게 경쾌하고 발랄한 곡이다. 좋은 음악은 사람을 유쾌하게 바꾸기 한 순간이다.

올드 맨 리버는 미시시피 강을 가리킨다. 끊임없는 흐름, 무슨 일이 생기든 꿋꿋하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 같은 존재로 살고 싶은 이들 뮤지션의 지향점과 꿈을 담은 이름이다.

스산한 겨울에 어울리는 또 하나의 앨범은 데파페페(DEPAPEPE)의 신보 <데파클라(depacla)>다. 스틸로 된 현의 어쿠스틱 기타를 사용, 피크 주법으로 클래식에 접근하며 앨범을 발표한, 세계 최초의 도전이자 데파페페의 첫 커버앨범이다.

앨범에 실린 곡들은 귀에 익은 명곡들이다. 파헬벨의 ‘캐논’을 필두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 중 하나인 ‘비창’,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발레음악 ‘볼레로’ 등이 차례로 선보인다.

일면 위험하게도, 굳이 널리 알려진 명곡에 정면도전한 이유는 뭘까? 차분히 이들의 연주를 듣다 보면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가를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다.

기타만이 가진 독특한 악기적 개성과 변환, 편곡의 매력, 감성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다. 바흐의 소품곡 중 하나인 ‘2성 인벤션 제4번’은 심지어 기타가 아닌 피아노 연주로 잠시 착각할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기타 선율이 빛난다.

‘비창’, ‘볼레로’ 등도 편곡과 연주자, 악기에 따라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존의 클래식이 주는 위압감과 거리감 대신 대중적이고 친근한 곡으로 편안한 벗처럼 다가온다는 것, 게다가 그것이 기타 연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이 앨범의 감수를 맡은 센주 아키라는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음악상만 3차례 수상하는 등 국제음악계로부터 널리 인정받고 있는 유명 뮤지션. 하지만 이름이 무엇이든, 출신성분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랴. 마음의 안식과 용기, 햇살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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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