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신동' 16세 한국계 소녀 그레이스 켈리, 미국 음악계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지난 10일 그래미상 축하파티 연주로 폭발적 인기

지금 미국 재즈계는 한 소녀와 사랑에 빠져 있다. ‘재즈신동’,‘재즈천재’로 불리는 16세 한국계 소녀 그레이스 켈리양에 대한 열광이다.

켈리양은 10세 안팎부터 재즈계의 연주 및 작곡 등 각종 상과 무대를 휩쓴 데 이어 여러장의 앨범을 출반한 차세대스타. 특히 지난 10일 세계 저명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제 50회 그래미상 시상식 축하파티에 초청돼 천부적인 음악성을 다시금 선보이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이 낳은 또 한명의 스타탄생이다. 세계 재즈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레이스 켈리양의 근황과 소식을 직접 듣기위해 지난 19일 오후 미국의 자택을 연결해 전화인터뷰를 나누었다. 다음은 통역 겸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어머니 장유정씨를 통해 나눈 켈리양의 이야기다.

■ 한국인으로서 켈리양의 소식이 반갑고, 대견스럽다. 최근 그래미 시상식 축하파티땐 어떤 곡들을 연주했고, 현장의 반응은 어땠는지?

- 먼저 여러분의 관심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 축하공연때에는 ‘아이 러브 유’나 캐러밴의 명곡 등 주로 스탠더드 재즈곡, 잘 알려진 명곡들을 연주했다. 사실 그래미상 시상식 1주일 전후로 워낙 공연이 많아 너무 피곤해 별 감상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는데, 시상식 당일에는 아주 흥분감을 느꼈다. 반응도 너무나 열광적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현지 언론에서 찾아와 인터뷰도 많이 했고, 여러모로 내게 특별했다.

■ 곳곳에서 재즈천재소녀로 불리고 있는데, 본인도 실감을 하는지?

- 이곳 언론에서도 ‘신동’ 또는 ‘천재’라는 표현을 많이 듣는데, 사실 나 자신은 그 표현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 ‘천재’라고 하면 다들 무조건 재능을 타고난 특별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나 역시 남들 이상 아주 열심히 연습과 공부를 해 온 것들이 묻히고 무작정 타고난 행운아처럼 비치거나 오해받는 것 같아 가끔은 속상하기도 하다. 정말 음악을 좋아했고, 열심히 공부해왔다.

■ 굳이 재즈라는 장르를 택한 이유나 본인이 느끼는 매력이 있다면?

- 재즈가 가진 자유로움, 즉흥연주와 같은 창의적 부분이 좋아서다. 어릴때 클래식 피아노부터 배웠는데, 그때도 악보 그대로만 친다는 것이 내겐 별 재미가 없었다. 음악뿐만 아니라, 원래부터 춤 추기, 글 쓰기 등 뭐든 내 생각, 내 아이디어로 직접 뭔가를 만들어 즐기고 남들에게도 보여주기를 좋아했다. 어릴때 혼자 거울 앞에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잘 놀았다고 한다. 엄마 말씀으로는 ‘어릴때 그레이스에게는 장난감이 따로 필요없었다’고 하신다.

■ 피아노, 색소폰 연주뿐 아니라 작곡, 노래까지 거의 전방위로 활동하는 것이 놀랍다. 7세때 벌써 'On My Way Home'이란 곡을 만들었다는데 대체 그 어린 나이에 인생 경험이랄 것도 없을텐데 어떻게 작곡이며, 어른같은 감성 표현이 가능했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 (웃음) 그 노래는 실제로 ‘드리밍(Dreaming)'이란 CD로 레코딩되기도 했는데, 가사는 사실 7살짜리가 쓸 수 있는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곡 자체가 7세 나이답지 않게 아주 좋다고들 하셨다. 멜로디와 하모니가 아주 유연하다고. 12세때 앨범을 녹음하게 된 것도 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이 내 연주를 듣고는 좋다고 적극 앞장서서셔 레코딩까지 간 것이다.

■ 그런 음악적인 재능은 유전적인 것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계기라도 특별히 있나?

- 기본적으로는 유전적인 영향이 있긴 할 것 같다. 외가 쪽으로 음악가들이 많으시다. 외할머니가 피아니스트, 이모가 바이올리니스트, 엄마도 음악 공부를 하셨다. 엄마의 삼촌도 한국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고 계신다. 어려서부터 음악적인 환경이 내겐 아주 친근하고 자연스러웠고, 특히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언니랑 나랑 틈 날때마다 각종 공연에 아주 많이 데리고 다니셨다. 워낙 우리가 좋아하니까.

■ 미국 재즈계의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거나 인정받는 동양인 또는 한국인이 많은 편인가?

- 드물다. 동양인은 물론이고,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보다, 특히 여자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나처럼 색소폰, 트럼펫을 다루는 여자는 거의 없다. 악기의 특성때문인지 남자 연주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더 눈에 띄는 건지도 모른다(웃음). 한번 보면 사람들이 안 잊어버린다.

■ 미국에서 출생했는데(켈리양의 아버지는 미국인이다), 한국어는 어느 정도 가능한가?

- 아쉽지만, 전혀 못한다. 우리 언니(하버드대 언어학과 재학중)만해도 어릴때부터 집에서 엄마로부터 한국말도 배우고 한국학교도 다녀서 한국말을 잘 하는 편이지만, 나는 음악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는 형편이었다.

■ 그렇다면 한국에 대한 느낌은?

- 한번도 가보지 못해서 솔직히 직접적인 기억이나 특별한 것이 없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한국 음식을 먹고 자랐고, 지금도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한국 음식들, 한국 식당에 가는 걸 아주 좋아한다. 우리는 해마다 설도 꼭 쇤다. 이번 설에도 한복 입고 부모님께 세배했다. 떡국도 끓여먹고, 세뱃돈도 받았다. 내겐 너무나 즐거운 날이다. 곧 3월이면 한국공연을 하러 가는데, 사실 그 때문에 난 벌써부터 굉장히 설레고 흥분된다. 한국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내겐 한국에 처음 가보는 기회다. 많이 기대된다.

■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는데, 그중 본인에게 가장 의미있는 상이나 순간이 있다면?

- 작곡인들이 주는 상인 ASCAP 재단으로부터 받았던 상, 그리고 가장 맨 처음으로 받았던 2006년 Downbeat Student Music Awards에서 받았던 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 경연대회는 특히 어린 나이에 처음 나간 대회였는데 참가자들이 대학생, 대학원생 등 다들 나보다 나이가 많고 실력도 뛰어나 사실 좀 주눅도 들고, 상이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우승해 더욱 놀랐고, 감격스러웠다. 최연소 수상자였다.

■ 아직 16세인데, 이제까지 발표한 본인의 자작곡은 대략 얼마나 되나?

- 아마 20-30곡이 넘는 것 같다. 지금도 다섯번째 CD 녹음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천재란 이름을 부담스러워하는, 그러나 분명한 재즈천재소녀 그레이스 켈리양은 방학 중 틈날 때면 또래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러 가고, 친구집에서 게임도 즐기는 평범한 10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런 여유도 앞으로는 점점 찾기 힘들 듯 하다. 이 달만 해도 거의 매주 공연이 예정돼 있고, 3월에는 내한공연에 이어 4,5,6월까지 일본, 미국, 유럽 등지의 공연 계획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올 9월이면 보스턴에 있는 버클리 음대에 진학한다.

또래의 학생들보다 2년 일찍 고등학교 과정을 건너뛴다. ‘신동’이라는 이름을 피할 수 없는 또하나의 단서다. 어머니 장유정씨는 “분야가 무엇이든, 내 자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잘 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로서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그레이스 켈리는?

-1992년생.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출생. 6세때 피아노, 10세때 색소폰 레슨 시작. 클라리넷, 발레 등도 공부. 2006년 이스트 코스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Mish Middleton Jazz Scholarship 최연소 수상자로 선정.

ASCAP 재단이 수여하는 2007년 '젊은 재즈 작곡인상‘ 수상 등 수상 경력 다수. Lee Konitz, Phil Woods 등 수많은 세계 재즈계의 거장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협연 및 레코딩 경력 다수. 카네기 홀 및 케네디센터, 보스턴 심포니홀 등 미국의 주요공연장 상당수 순회 연주.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