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우에스키 다카시 지음 / 남윤호 이승녕 옮김 / 중앙북스 발행 / 1만5,000원

2006년 9월 아베 신조가 “아름다운 나라 일본” “전후 체제의 탈각(脫却)”을 내세우며 일본 총리에 올랐을 때 한국인들은 상당히 불안해 했다. 아베 신조가 누구인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과정에서 대북 강경 정책을 통해 입지를 굳힌 우익 인사다. 이런 사람이 일본 국민의 70%라는 어마어마한 지지를 받으며 총리가 됐다니, 일본 국민이 모두 우경화한 것인가.

그러나 더 놀랄 만한 일은 그가 총리가 된 이후에 벌어졌다. 출범 후 여러 장관들의 스캔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사라진 연금납부 기록’ 문제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바닥까지 급전직하한 것이다. 결국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패한 뒤 아베는 겨우 1년 만에 총리직에서 사임하고 만다. 도대체 아베 정권은 어쩌다가 그렇게 순식간에 몰락한 것일까.

<아마추어 정권의 몰락>은 아베 정권의 출범부터 몰락까지를 세밀하게 묘사한 정치 논픽션이다. NHN 기자로 출발해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었다가 다시 기자로 돌아온 저자 우에스기 다카시는 아베 정권을 ‘아마추어 정부’라고 규정하고 이 정부가 ‘측근 정치’의 한계로 몰락했다고 분석한다.

저자가 말하는 측근 정치란 정당이나 관료 체제와 거리를 둔 채 총리 관저(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 중심으로 정국 운영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의 총리는 우리나라의 대통령보다 훨씬 더 여당과 소통하고 의논하며 정국을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아베 총리나 전임 고이즈미 총리는 당과 관료 조직을 배제한 채 ‘관저 정치’를 해 나갔다.

고이즈미 총리는 대신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우정국 민영화 등 자신의 개혁 의지를 관철시켰지만, 아베 총리는 당과 관료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도 완전히 유리돼 있었다. 경제에는 관심 없이 ‘아름다운 나라’ 건설이라는 이념에만 몰두했다.

‘팀 아베’로 불린 아베 총리의 측근들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정국 운영을 돕는 사람들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묘사한 측근들의 면면은 아베 총리에게 역겨울 정도로 충성 경쟁을 벌이거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다.

대표적 인물이 수석 비서관 이노우에 요시유키다. 항상 아베 옆에서 비위를 맞추는 그는 2006년 12월 각 TV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오늘 밤 아베 총리의 일정이 비어 있다.

생방송에 나가도 좋다”며 시간까지 지정해 사실상 ‘방송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9. 11 테러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아무 이유 없이 당일 저녁 예정된 프로그램을 모두 취소하고 총리의 생방송 연설을 내보낼 방송사는 없었기에 망신만 당한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은 ‘실력’은 뛰어나지만 자기 과시욕이 많고, 전통적으로 관저와 당, 관료들 사이의 ‘조정’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이라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저자는 평한다.

아베 정권의 몰락 과정을 읽다 보면 참여정부의 모습이 자주 겹쳐진다. 물론 겨우 1년 동안 국내외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무너져버린 아베 정권과 참여정부를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소통의 부재’가 정권의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점은 상당히 비슷하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미디어에 대해 대결을 마다하지 않은 점도 그 중 하나다. 이른바 ‘조중동’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아베 총리도 비판적 언론인 아사히신문을 증오하며 ‘이길 때까지’ 소송을 걸었다.

그뿐 아니라 아베 총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NHK와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에는 계속 정보를 흘려주면서 특종을 하게 해 다른 모든 언론사들의 공분을 샀다.

대화와 소통이 없는 측근 정치의 몰락을 읽고 나니 새롭게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어떤 정치를 펼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인수위원회가 관료 위에 군림하며 호통을 치는 모습이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호언하는 모습 등은 이번 정부가 참여정부 실패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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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