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국방위원장 만찬 때 마신 와인 제조업체 대표 피카르 씨 내한

“앞으로 ‘김정일 와인’이라기 보다는 ‘평화의 와인’이라고 불러 주세요.”

지난 해 10월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골라 뉴스의 초점이 된 소위 ‘김정일 와인’을 만든 장본인이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당시 선택된 와인인 ‘꼬뜨 드뉘 빌라주’의 미셀 피카르 와이너리 소유주인 프랑신 피카르씨.

아버지로부터 포도밭과 양조장을 물려받아 60년째 사업을 잇고 있는 그녀는 “북한과의 인연으로 한국에 까지 오게 됐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희도 만찬 이후 사진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 때 그분(?)들이 사갔던 와인이 그 곳(북한)에서 그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거든요.”

미셀 피카르와 북한과의 인연은 15년여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 대사관의 한 인사가 첫 주문을 시작하면서 이후 1~2년을 주기로 와인을 줄곧 구매해 간 것. “그냥 파리에서 온 일반 고객으로만 생각하고 처음에는 전혀 신경 안 썼어요. 그냥 북한에 있는 높은 분이 마신다고만 들었지 더 이상 물어보지도 않았거든요.” 최근까지도 이들 고객은 미셀 피카르로부터 하위 레인지부터 최고가 와인까지 다양하게 와인을 구입해 왔다.

“당시 상황을 표현하라면 ‘미쳤다’(Crazy)고나 할까요?” 그녀는 만찬 직후 한 달여간 벌어졌던 일들을 그렇게 표현한다. 서울은 물론 세계 곳곳으로부터 ‘만찬 와인’에 대한 문의와 주문 전화가 쇄도했던 것. 하지만 서울에서 ‘난리(?)가 난 만큼’ 프랑스 현지에서 큰 뉴스가 된 것은 아니다.

“공식 만찬주라고 그렇게 비싼 것만도 아닌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값을 올려야겠어요.” 웃으며 농담을 건네는 그녀는 와인을 통해 북한과 한국 사이에 벌어진 인연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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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