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정복한 패션계 전설, 그 땀과 열정을 말하다

미국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국내 소개된 후 패션에디터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화려한 패션세계와 기자라는 번듯한 명함, 여기다 유명인을 수시로 만나는 특혜는 패션에디터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매 달 내야 하는 십여 개의 기획안, 한 달에 열흘은 밤을 세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 등 실제 패션잡지 기자의 업무는 생각만큼 녹록한 일이 아니다. 여기다 ‘경력 기자 절대 우대’인 패션잡지계의 관행상 그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매체가 전무하다는 것도 패션에디터가 되려는 많은 이들을 막막하게 한다.

패션에디터 박연경 씨는 ‘그럼에도’ 패션잡지에 입문하려는 후배들에게 <리즈 틸버리스가 만난 패션천재들>을 추천했다. 박연경 씨는 <보그> 런던 통신원 활동을 시작으로 등 유명 패션잡지에서 활동한 베테랑 패션에디터.

최근에는 케이블 텔레비전 <이브의 선택> 등 프로그램에서 패션자문 기자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그녀는 “고 3시절 이 책을 읽고 패션에디터가 되기로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원래 외국 유명 잡지의 패션에디터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 대부분인데 반해 리즈 틸버리스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이죠. 그녀가 죽었을 때 디자이너들이 죽음을 추모하는 잡지 광고를 낼 정도로 인정받은 사람이에요.”

다이애나 왕세자비 패션 자문가이자 영국판 <보그>, 미국판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을 역임한 리즈 틸버리스는 말 그대로 ‘패션계의 전설’이 된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미술과 패션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보그>의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패션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책은 그가 패션계에 입문하면서 겪게 되는 과정과 그가 만났던 수많은 저명인사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보였던 열정 등을 진솔하게 담아낸 자전에세이다.

“패션디자이너와 패션기자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과 음식을 먹는 것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감상하고 응용하는 일이죠. 제가 막연히 패션관련 일을 하고 싶어 했을 때, 리즈 틸버리스의 책은 패션에디터의 개념을 잡아주었어요.”

무수한 패션계 인사들과의 만남, 디자이너와의 일화, 패션계에서 인정 받기 위해 그녀가 했던 도전은 학창시절 박연경 씨가 패션에디터를 꿈꾸게 한 원동력이 됐다.

“제 가치관도 그녀와 비슷했지만, 고등학생 때는 제 사고를 체계화시키지 못했지요. 그녀는 저의 멘토가 됐고, 이 세계에 뛰어들게 해주었어요. 패션에디터가 된 후에도 작업을 하면서 ‘책에서 쓴 이 대목이 이런 뜻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마지막으로 박연경 씨는 앞으로 좋은 비주얼로 패션과 연애에 관한 칼럼을 써 젊을 세대와 호흡하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패션이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리즈 틸버리스는 ‘패션은 메시지를 예술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 생각도 같아요. 패션화보도 미술관의 회화와 같이 감상을 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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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