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기억
고종석 지음/ 개마고원

저널리스트 고종석이 한국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도시의 기억>은 저자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년 동안 머물렀던 외국 생활의 단상을 모은 글이다. 이방인의 눈으로 본 모든 도시의 모습을 이국적으로 묘사했다. 고종석 특유의 지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이 그가 머문 도시를 특별하게 만든다.

■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민음사

지난해 부커상을 수상한 치누아 아체베의 대표작이다. 19세기말 아프리카 우무오피아 마을을 배경으로 서구 세력의 유입으로 서서히 몰락해가는 아프리카의 실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탈식민주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아프리카의 낯선 문화를 전 세계 독자에게 낯설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 치누아 아체베는 모국어인 이보어 대신 영어로 작품을 쓰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미 전 세계 45개 언어로 800만부가 넘게 팔린 아프리카 문학의 고전 8,500원

■ 초콜릿을 만드는 여인들
카트린느 벨르 지음/ 허지은 옮김/ 작가정신

여기 솜털처럼 가벼운 또 한 권의 외국 소설이 선보인다. <초콜릿을 만드는 여인>은 프랑스 마리끌레르기업의 홍보이사인 카트린느 벨르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프랑스 시골 한 수녀원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달콤한 초콜릿을 만든다. 비법은 다름 아닌 ‘크리올료’라 불리는 카카오 콩. 그러나 희귀한 이 재료의 가격은 한정 없이 높아가고, 재정 악화로 몇 년 째 멈춰있는 초콜릿 제조장을 돌리기 위해 수녀들은 남미의 콜로비아로 ‘재료 공수’ 출장을 떠난다. 작가의 특이한 이력답게 달콤하면서도 가벼운 이야기가 봄날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10,000원

■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마라구 지음/ 송필환 옮김/ 해냄출판사

<눈 먼 자들의 도시> <동굴> <도플갱어>로 알려진 남미 작가 주제 사마라구의 작품이다. 원제는 ‘Todos os nomos(모든 이름들)’. 제목에서 드러나듯 작가는 ‘존재한다는 것’과 ‘인식한다는 것’ 사이의 간극을 작품의 모티프로 삼고 있다 주인공 ‘주제 씨’는 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출생 결혼 죽음을 모두 기록하는 중앙 등기소의 직원 어느 날 ‘미지의 여인’의 서류를 발견한 그는 서류 속 미지의 여인을 찾아 나서면서 존재하는 것과 인식한다는 것 사이의 간극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13,000원

■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
이득재 지음/ 철수와 영희

‘수능시험’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공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 비판서. 저자인 이득재 씨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편집위원인 재야진보인사다. 그는 대한민국에는 ‘교육’이 없으며 새벽부터 학원을 전전하는 고된 노동만 존재할 뿐이라고 단언한다. 힘든 노동으로 인해 학생들은 ‘입시산재’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런 교육체계에서 성숙한 인격체로 개인은 철저히 말살당하고 입시 기계로 전락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신랄한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대안제시 없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결말에 살짝 김이 빠진다. 11,000원

■ 부자들이 지구를 어떻게 망쳤나
에르베 캄프 지음/ 진민정 옮김/ 에코리브르

프랑스 환경전문기자 에르베 캄프가 지은 생태보고서다. 저자는 환경위기를 알리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환경위기를 초래하는 지배계급의 호화생활이 지배계급에 의해 은폐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소수 지배 체제가 오늘날 전 지구적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 주장의 나열로 설득력이 부족하고 환경문제와 지배계급의 문제를 유기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는데 좋은 책이다. 12,000원.

■ 광기의 해석
마크 에드문슨 지음/ 송정은 옮김/ 추수밭

자타가 공인하는 정신분석학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드. 이 책은 그 위대한 인물에 대한 ‘헌정 에세이’다. 암과 싸우면서 학문적 열정을 불태운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작가는 연구실과 재정상태를 비롯해 가족과 제자와의 관계까지 프로이드 마지막 생애를 기록한다. 13,000원

■ 쿨하게 한 걸음
서유미 지음/ 창비

지난해 신설된 ‘창비장편소설상’에 당선된 <쿨하게 한 걸음>이 책으로 나왔다. 주인공 ‘연수’는 서른셋을 목전에 둔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회사마저 그만두고 만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작품은 주인공 연수를 통해 현대 여성의 내면적 욕망을 따뜻하고 정직하게 표현한다. 정이현, 김애란에 이은 신진 여류작가를 만나보는 기쁨이 쏠쏠하다.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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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