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최고 요리사 무렌브룩 첫 내한만두와 비슷한 '엠빠나다'등 이색 요리 선보여

칠레 대표 메뉴인 엠빠나다, 메르켄버터 소스의 연어구이, 세비체와 함께한 무렌브룩 셰프.
“한국은 어디를 가든 식사할 수 있는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칠레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식당들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200년 칠레 최고의 요리사로 선정된 까를로 본 무렌브룩 셰프가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칠레대사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화려한 남미 음식의 향연 ‘칠레 음식 축제’를 위해서다.

“칠레 음식은 스페인과 비슷하지 않나요?” 칠레가 한 때 스페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던지기 쉬운 질문에 그는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서로 영향을 받아 퓨전 메뉴처럼 유사하긴 하지만 독자적으로 발전돼 차이가 많다”는 것.

“길다란 해안선에 걸쳐 있는 국토의 특성상 칠레는 해산물 요리로 유명합니다.” 특히 연어는 칠레의 주 수출 품목 중 하나. 그는 “칠레 남부는 풍부한 해산물, 중부는 포도와 와인, 산맥과 사막에 걸쳐 있는 북부에서는 곡물 요리가 제격”이라고 추천했다.

신라호텔 파크뷰와 톱클라우드에서 23일까지 그가 선보이는 메뉴는 10여가지. 우리네 만두랑 비슷한 ‘엠빠나다’와 메르켄버터 소스의 연어구이, 세비체 등…. 이럼은 생소하지만 맛을 보면 의외로 한국 사람 입맛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

소고기를 갈아 양파 채소 등과 버무려 소를 만든 뒤 밀가루 피에 돌돌 말아 오븐에 구워내는 엠빠나다는 보기만 해도 탐스럽다. 어원은 ‘돌려서 말다’는 뜻. 오븐의 불길에 그을린 밀가루 피는 바삭하면서도 고소하다. 양념된 속 재료의 풍부한 맛은 한 개 두개 자꾸만 집어 먹게 만든다. 원래는 크게 만들어 먹는데 여기서는 대화하는데 불편이 없게 한 입에 넣을만한 사이즈로 구워냈다.

꼬챙이에 연어를 꽂아 굽는 것은 그가 창안한 전매 특허. 그만의 비법이 담긴 간장 소스로 구웠는데 약간 매운 듯 짭조스름한 맛이 여느 연어구이 맛과는 확연히 다르다. 또 새우와 관자 등을 버섯과 함께 레몬 소스 육수에 담아 내는 ‘세비체’도 그가 자신감 있게 내놓는 대표 메뉴다. 레몬소스 때문인지 새콤해 애피타이저로는 그만이다.

그리고 곁들여야만 하는 음료는 ‘피스코 샤워’. 칠레 전통주인 피스코에 레몬즙과 얼음 설탕을 약간 섞어 내는 칵테일인데 시원하면서도 상큼한 맛에 훌쩍 목으로 넘어가고 만다. 잔 위의 거품은 계란 흰자로 만든 것. 칠레의 나이트클럽에서는 젊은이들이 피스코를 콜라와도 많이 마신다고 한다.

그는 칠레 음식 축제를 위해 현지에서 식재료들도 직접 가져왔다. 피스코는 물론, 고춧가루에 마늘과 실란트로 소금 등으로 간을 맞춘 소스인 ‘메르켄’, 칠레의 건조한 북쪽 지방에서 생산되는 고단백 시리얼인 ‘키노아’ 옥수수 종류인 ‘초콜로’ 등도 공수해 온 것.

특히 칠레산 장어로 육수를 듬뿍 사용해 끓여내는 ‘깔딜죠 네 꽁그리오’는 우리네 해장국과 비슷하다. “한국 사람들이 ‘빨리빨리’라고 자주 말하는 것처럼 손쉽고 빨리 만들 수 있는 메뉴라 더 한국인들 입맛에도 맞을 것”이라는 것이 농담 섞인 그의 의견이다.

“갈비와 비빔밥이 특히 맛있었어요. 시장에서 거의 모든 식재료들을 다 살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식사하는 속도에 또 한 번 놀랐다”는 그는 하지만 “국내에서 칠레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나 칠레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아쉬워했다.

“칠레 음식을 한국인들이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제가 첫 디딤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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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