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과학 이데올로기와 예술의 만남원과 사각형 소의 인간을 만물의 척도를 나타내… 원근·명암법은 사실주의의 기반

1490, 베니스 아카데미아 갤러리 소장
대한민국이 우주인을 냈다. 지난 4월 8일, 비록 러시아가 개발하고 발사한 우주선을 이용했으나 한국인의 우주 나들이는 분명 하나의 사건이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무중력 공간으로 내딛은 첫발은 우주과학시대가 한걸음 다가왔음을 천하에 알렸다. 정부를 비롯한 대학 등의 교육기관은 우주과학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했고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우주여행의 꿈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우주인 소식은 이달 최고의 낭보였다.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선진국과 벌어진 40년의 기술적 간극을 좁히고 메꾸는 일이 선결과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을 통한 국제교류의 폭을 넓히고 우주개발의 역사를 공유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중심이 아닌 인간중심의 과학 이데올로기를 만들며 가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문화비평가 사무얼 헌팅턴의 분석처럼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인의 경제적 저력은 문화에서 나온 것이고, 과학 이데올로기는 새로운 시대의 문화를 지배할 국가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인간중심의 과학 이데올로기는 유럽의 경우 르네상스 시대에 초석이 다져졌다. 교회의 권위에 바탕을 둔 중세의 세계관과 사회제도에서 벗어나 이성에 입각한 인본주의를 확산시키면서 생긴 결과였다. 인간중심의 과학에는 예술가들도 합류해 성과를 거두었고 그 대열의 중심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었다.

예술가이자 과학자였고 건축가이자 발명가이기도 했던 다빈치는 예술적 표현을 통해 과학과 인간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놓았다. 이러한 신념은 그로 하여금 원근법, 해부학, 생리학, 광학론, 색채론 등에서 업적을 남겼고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불후의 명작들을 탄생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비트루비안 맨>은 다빈치의 드로잉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의 하나다. ‘원과 사각형 속의 인간’으로도 불리우는 이 작은 스케치는 인간의 형상에 숨겨진 완벽한 질서를 나타낸다. 피렌체의 메디치궁을 드나들던 다빈치는 궁전의 서고에서 인체의 비율과 리듬을 법칙으로 체계화한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어스(Vitruvius)의 저서를 접한 뒤 이에 대한 일종의 해설도판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의 위아래로 적혀있는 글의 내용은 비트루비어스가 정한 인체의 비례에 대한 것으로 경상체(鏡像体), 즉 거울에 비친 물체의 상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의 방향으로 씌여있다.

비트루비어스는 손가락(finger)과 손(palm) 그리고 발(foot)과 손가락 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cubit) 등을 세상의 길이를 재는 단위로 설정하였다. 이 단위들은 몸의 비율에서 고유의 하모니를 이루게 되는데 예를 들자면 한 인간이 좌우로 벌린 양팔의 길이는 그의 키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원과 사각형에 빗댄 인체 해석의 방식은 인간의 몸이 우주 만물을 재는 척도임을 나타낸다. 인간중심의 과학 이데올로기는 예술과 과학의 결합을 유도하였다. 그 결과로 탄생된 원근법이나 명암법은 서양미술의 사실주의 전통을 살찌우는 기법이 되었다. 우주과학의 시대에 예술과 과학의 접목은 인간중심의 과학 이데올로기를 세우기 위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

■ 김영호 약력

중앙대와 동대학원 졸업. 파리1대학(팡테옹-소르본느) 박사(미술사학). 현대미술학회 회장.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회원. 현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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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objetkim@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