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두 성악가의 색다른 크로스오버 음악 향기
행로부터 중간 기착지까지 너무나 흡사하다. 한 사람은 가난한 집안형편때문에 공업고등학교를 졸업, 대기업 자동차 디자인 설계 연구원이 된다. 그러다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 음악가의 길을 걸으며 극적으로 자신의 숨은 꿈을 되찾는다.
다른 한 청년. 미국 W.P.I 공대에 다닌, 역시 공학도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 연구원이 될 뻔도 했던 그는 얌전히 석사과정까지 마치는가 싶더니 돌연 방향을 튼다. 책과 실험실을 등지고 팝페라 가수가 되어 무대로 올라선다. 전자는 휘진, 후자는 임태경이다. 둘 모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신세대 크로스오버 성악가다.
게다가 이 둘은 공교롭게도 최근 음반까지 동시에 냈다. 휘진에게는 데뷔앨범인
공학에서 성악을 경유해, 종국에는 크로스오버에 이른 이들의 신작이다. 하지만 두사람간의 차이점 또한 존재한다. 공통적으로 대중적인 애창곡들을 선곡했다. 그러나 휘진은 성악의 분위기가 강한 반면 임태경은 팝의 분위기가 짙다. 휘진은 부드러우면서 우수적이고, 임태경은 소탈하면서 남성적이다.
전반적으로 감미롭고 부드러운 휘진 고유의 미성이 빛난다. 고음부는 특히 유연하고 매끈하다. 수록곡 중 ‘얼굴’은 특히 원작인 동요와 전혀 다른 색깔로 색다른 울림을 남긴다.
무엇이 이 가수를 이토록 ‘안으로 울게’ 하는 걸까, 매우 절제되고 정제된 노래가 독특하다. 휘진의 음색과 개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편곡 및 반주 또한 여운을 준다. 전반적으로 우아하고도 해맑은 느낌이 듣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킬만 하다.
휘진이 연미복을 입었다면 임태경은 진(jean)을 입고 있다. 임태경의 노래는 소탈하면서도 거침없다. 감정을 안으로 감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앨범 녹음과정에서도 최대한 편집이나 가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임태경의 소리 그대로를 담기위해 이미 일반화된 오토 튠(auto tune)작업조차 배제됐고, 음향에 있어서도 어쿠스틱 악기와 뮤지션들의 연주가 들려줄 수 있는 ‘날것’ 그대로의 소리를 담고 있다.
편안하면서도 야무진 앨범이다. 그중에서도 ‘Desperado','When I first Kissed You','Natural woman'등이 화려하다. 꾸밈없으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독특한 노래맛이 감돈다.
또한번의 우연일까? 재미있게도, 이 비슷하고도 다른 두 미성의 가수는 앨범 안에서 다시한번 교차점을 갖는다. 공통적으로 실린 ‘Danny Boy'에서다. 단지 두 사람의 음색이나 완성도 차원을 떠나 세상과 음악을 향한 그들의 꿈과 지향점을 서로 견줘보며 음미하는 재미 또한 적지 않다.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