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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눈물과 땀을 먹고 자란다
디자이너·상품기획자·패션 마케터 등 업계종사자 '살아남기' 치열한 경쟁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화려함 속에 감춰진 치열한 패션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줘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영화다.

잡지 표지에 쓸 옷에 딱 맞는 파란색 벨트 하나를 고르느라 고심하고 또 고심하는 까칠한 성격의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와 피눈물 나는 고충을 견뎌내며 일하는 미란다의 비서 앤드리아(앤 헤서웨이 분). 이들 모두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벌의 옷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을까? 패션 디자이너, 상품 기획자, 홍보 담당자등 다양한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본다.

■ 디자이너

브랜드 ‘Lab#0428’의 디자이너 김시양 씨의 하루 업무는 디자인회의로 시작한다. 회의에서 트렌드 분석과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 컨셉트, 모티브, 그리고 그에 따른 실루엣과 장식 등을 기획하고 디자인 진행상황을 보고 받는다. 회의가 끝나면 가봉자에게 디자인 컨셉을 전달하고 제작을 지시한다. 바이어들과 만나 물량 주문을 받는다. 다시 쇼룸에 돌아와 가봉자에게 주문 받은 물건의 제작을 의뢰한다.

화보를 찍거나 패션쇼를 진행하는 것도 그의 지휘감독 하에 이뤄진다. 사진작가, 모델들과도 호흡을 맞춰야 한다.

“디자이너 바쁜 건 말로 다 못해요. 새벽 1~2시에 퇴근하는 게 보통이죠. 디자이너 중에 시간이 없어 결혼 못한 친구들이 참 많아요.”

트렌드를 포착하고 그에 맞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탁월한 감각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며, 살인적인 업무량을 소화해 내야 하는 디자이너. 그러나 디자이너들의 수입은 그리 높은 편이 못 된다. 더구나 대다수의 국내 디자이너들은 외국 브랜드의 위세에 눌려 제대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래도 왜 디자이너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김 씨는 “자기가 만든 옷을 다른 사람이 예쁘게 입은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말한다.

■ 상품기획자(MD)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다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은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와 비서 앤드리아가 등장하는 영화의 한 장면.


트렌드와 고객의 수요를 파악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며, 판매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상품기획자(MD)다. 상품 기획자는 크게 기획MD와 유통MD로 나뉜다.

에이션패션 폴햄사업부 영업기획팀 윤동욱 과장은 상품의 기획에서 디자인, 생산까지를 총괄 관리하는 기획MD다. 그는 트렌드 분석을 통해 상품성을 판단해 제품의 디자인과 생산을 주문하고, 언제, 어디에, 얼만큼(수량), 얼마(가격)에 판매할지를 관리한다.

그는 기획MD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 기획단계에서 예측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제품의 판매성이 우수할 것으로 예상해 많은 물량을 기획했는데 판매가 저조할 때다.

온라인 쇼핑몰 ‘패션플러스’ 김지숙 씨는 상품의 유통을 관리하는 유통MD다. 유통MD는 고객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입점시키고, 판매 프로모션 전략을 책임진다. 상품의 가치를 볼 줄 아는 통찰력, 판매프로모션에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과 함께 거래처와의 협상 능력과 관리능력 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김 씨는 입점시킨 상품의 매출이 부진할 때, 또는 원하는 브랜드를 입점시키지 못했을 때 유통MD가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상품MD나 유통MD는 처음 예상이 적중해 판매 대박이 났을 때 커다란 희열을 맛본다고 한다.

■ 패션 마케터

패션 마케터 업무를'폭격 없는 전쟁터'로 표현하는 프리랜서 패션 마케터 이혜숙 씨(왼)패션 디자이너 김시양 씨(오른)



패션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혜숙 씨는 광고, 시즌별 전략 상품 홍보기획, 신상품 품평회 진행, 매장 디스플레이 관리 그리고 고객관리까지 책임진다. 이 씨는 ‘폭격 없는 치열한 전쟁터’라는 표현으로 본인의 직업세계를 소개한다.

이 씨와 같은 패션 마케터들은 대중에게 패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스타마케팅을 펼친다. 이 씨는 어떤 드라마가 시작한다는 정보가 들리기만 해도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와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를 쫓아다니며 자사 브랜드 옷을 입히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언론 홍보를 위해 잡지사 기자들과도 긴밀히 일한다. 잡지사 기자에게 어떤 상품이 필요한지 체크해 잡지사로 옷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자사 제품이 잡지에 잘 실릴 수 있도록 번뜩이는 기획력을 발휘해 기자에게 제안하는 것도 패션 마케터의 몫이다.

패션쇼에서 연예인과 VIP인사들을 초청하는 업무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연예인을 초청하느냐에 따라 언론의 관심도를 좌우하게 됩니다. 그래서 A급 스타를 섭외하기에 여념이 없어요. 그들은 참석하기로 약속했다가도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는 난감한 상황도 왕왕 있어 행사 직전까지 그들의 참석여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핸드폰이 세 개라도 모자라죠.”

패션 브랜드를 홍보하다 보면 이처럼 수많은 연기자, 그의 스타일리스트, 매니저, 기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씨는 그래서 패션 마케터는 본의 아니게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많아진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본인이 홍보한 브랜드가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매출이 상승되는 것을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순간 날아가는 것 같다고.



입력시간 : 2008/05/09 14:26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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