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후에'

다인종 문화가 현실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은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나라다. 유교 문화가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고, 자존심 강한 민족성 또한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유난히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베트남이지만 그들의 문화는 우리에게 생각보다 잘 알려 있지는 않다.

따라서 베트남의 유일한 고도(古都) 후에(Hue)를 찾아가는 여행은 베트남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후에는 베트남 최후의 왕조가 번영을 누렸던 중부 베트남 여행의 중심지다. 마치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분위기의 후에는 17세기 말 경에 동남아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이름을 떨쳤고, 1802년에서 1945년에 이르기까지 약 150여 년 간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웬 왕조 중심 도시였다.

불과 반세기전까지 한 나라를 호령했던 이곳에서는 오랜 역사가 남겨 놓은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국적 정취와 함께 특별한 체험이 있는 여행을 하기에는 적격의 도시라 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격전지로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던 후에는 현재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전쟁의 참화를 겪기는 했지만 여전히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왕궁과, 후에의 역사를 담고 유유히 흐르는 흉강을 따라가며 베트남의 옛 영화를 느끼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동방의 화려하고도 슬픈 역사를 몸으로 체험하는 진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보통 후에 여행의 첫 순서는 왕궁 나들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호텔이나 민박과 같은 도미토리 등이 모여 있는 신시가에 머물게 되므로 왕궁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구시가로 가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왕궁으로 가는 길은 왕궁 앞에 있는 거대한 베트남 국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견고한 느낌의 왕궁 석조 문을 지나면 왕궁 안이다. 석조 문 다음에 나타나는 건물은 태화전. 빨간색 지붕의 단층 건물로 자금성을 모방했다.

민망왕릉

태화전을 지나 현임각에 들어서면 정원에 황제를 상징하는 9개의 청동 솔이 있고 그 뒤쪽으로 본격적인 왕궁이 펼쳐져 있었지만 지금은 전쟁으로 인해 폐허로 변해 있고 황제들의 위폐를 모신 두 개의 누각만이 덩그러니 보존되어 있다.

응웬 왕조의 유적들을 돌아보고 나면 다양한 배들이 떠 있는 ‘향수의 강(香水의 江, Perfume River)’에서의 독특한 문화를 맛볼 수 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다양한 배들이 잔잔한 강을 오가는 이곳에는 배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되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고대 왕조의 왕들이 잠들어 있는 왕릉들을 유람선을 타고 찾아가는 여행은 두고두고 있지 못할 추억이 된다.

또한 저물 무렵 배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나가 베트남 최후 왕조의 황실 전통을 체험하는 크루징(cruising)은 이색적이다. 무지개 색 조명으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트랑티엔(Trang tien) 다리 아래를 떠다니며 즐기는 베트남 전통 음악과 분위기를 살리는 전통 복장을 입고 즐기는 왕실 음식의 정찬은 소중한 경험이 된다.

후에는 수천 종의 갖가지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후에가 선보이는 음식은 크게 세 종류도 대별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즐기는 보통 음식과 불자들이 찾는 채식 그리고 옛 왕실과 오늘의 부유층이 찾는 궁중의 산해진미가 그것이다. 옛 궁중음식은 구 티엔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 격이 높은 레스토랑이나 선상 식당에서 제공된다. 취향과 형편에 따라 가족정찬을 즐기는 것도 빠트릴 수 없는 코스이다.

베트남의 명물인 자전거 수레와 비슷한 ‘시클로’를 타고 돌아보는 거리 여행은 가족 코스로 만족도 100%를 보장한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해자(垓子)를 겹겹이 두르고 있는 왕궁 주변을 따라가다 보면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강변 카페에 잠깐 시클로를 세우고 도도하게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진한 냉커피 한 잔도 일품이다. 노을이 질 때 시원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옛 거리를 돌아보는 시클로 여행은 최고의 선택이 된다.

시클로, 후옹강의 아침

■ 후에로 가는 길

베트남 중부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후에는 크게 구시가지 여행, 신시가지 여행, 흉강 상류에 있는 왕릉과 사원을 찾아가는 여행, 이 세 가지 여행을 선택할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DMZ 여행이나 남쪽의 다낭, 호이안 여행도 곁들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후에로 가려면 하노이까지 국제선을 타고 간 후 국내선으로 환승해서 가야 한다. 올 여름 베트남 중부 휴양지 다낭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베트남항공 등에서 다낭 전세기를 계획하고 있어 이 기간에는 다낭을 거쳐 들어가면 한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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