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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보릿고개마을
정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소박한 시골밥상
꽁보리밥·보리개떡 등 배고팠던 시절 음식 맛보며 가족애 학인



보리개떡 만들기


"빨리 빨리 주세요."

식당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뭐가 바쁜지, 서둘러 주문하고 음식 나오기를 재촉하는 이런 습관들이 우리 생활 가까이 자리 잡은지 오래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보통인 요즘, 보릿고개 마을에 가면 ‘빨리 빨리’가 통하지 않는다. 그 곳에는 자연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는 슬로푸드인 토종 먹거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에 있는 보릿고개마을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산골의 조용함과 고향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이 마을을 찾는 손님을 먼저 맞는 것은 정겨운 돌담길.

훅 불면 넘어갈 것 같은 헐렁한 돌담이지만 백년을 거뜬히 견뎌 온 것은 꽉 짜진 삶이 아니라 여유로운 마음가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과 이메일이 범람하는 세태 때문인지 대문에 달려있는 우체통에서 정이 담긴 편지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큼직한 농사달력과 논에서 돌아와 걸려있는 밀짚모자, 씨옥수수... 이런 것들이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마을 이름이 보릿고개다.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든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춘궁기(春窮期)를 넘어야 했던 시절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지혜로운 마을이었기 때문에 마을 이름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어려웠던 시절에 먹던 건강밥상에서 가난하지만 인정이 넘치던 옛 시절을 떠오르게 하고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 먹을거리의 건강함과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두부 만들기에 도전해 보자. 지난 가을 추수해서 잘 갈무리한 콩을 하루 동안 물에 담가 두었다가 맷돌로 간다. 도시아이들이에게는 두부를 만드는 과정이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쳐다보게 된다. 맷돌로 간 콩물을 짜내고 남는 것이 비지라는 것을 확인하며 주물럭주물럭 두유처럼 뽀얀 콩물을 만들어 내고, 이 콩물을 가마솥에 부글부글 끓인다.

여기에 간수를 넣고 주걱으로 천천히 휘저으면 순두부가 만들어진다. 아이들에게는 썩 입맛에 맞지 않겠지만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어른들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이 만든 순두부 시골 분위기 나는 양은그릇에 담고 양념간장을 얹어 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이번에는 보리 개떡 만들기. 쌀가루와 보릿가루를 섞어 잘 반죽하고, 잘 말린 쑥을 곱게 갈아 넣으면 짙은 쑥색 반죽으로 변한다. 여기에 호박을 넣어 노란빛을 띠는 반죽도 준비해 만들고 싶은 모양을 만들어 본다. 어떤 아이는 엄마 모양을 만들고, 어떤 아이는 물고기, 오징어, 발바닥 모양도 만든다.

두부 만들기


어느 짓궂은 아이는 화장실에 있는 요상한 모양도 만들어 웃음을 자아낸다. 커다란 떡메로 힘차게 내쳐서 만드는 인절미 만들기도 재미있다. 쭉 늘어지는 찰진 떡에 노란 콩가루, 검은 깻가루, 붉은 수수가루를 묻혀 먹는 그 맛은 정말 그만이다.

이것저것 주전부리에 배가 부를 만도 하지만 건강 밥상을 받게 되면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보리밥, 호박밥, 쑥개떡, 두릅, 취나물, 호박, 산나물토장 등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먹었던 추억의 음식이 한 상 차려나온다. 물론 오래전 보릿고개를 지날 때 밥상은 이것보다 훨씬 소박했을 것이다. 가난했지만 정을 나누어 먹던 그 음식들을 보니 그 때 그 시절이 그립다.

슬로우푸드 체험이 끝나면 아이들은 경운기타고 마을을 벗어난다. 길가에 피어오른 야생화와 초록의 나무들을 감상하며 용문산 자락을 따라 올라가면 상원계곡에 이른다. 아직 물놀이를 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바지자락을 걷어 올리고 계곡물에 뛰어들어 어항이나, 족대 등으로 물고기를 잡는다.

깊은 산 계곡에 살고 있는 물고기를 관찰하고 다시 놓아주는 체험은 도시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 보릿고개는 옛말이 된지 오래지만, 그 배고팠던 시기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아이들이 풍요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의미 있는 가족여행이 될 것이다.

■ 지금 보릿고개마을에 가면­…



산나물채취 체험여행이 진행 중이다. 오전 11시까지 보릿고개마을에 도착하면 취나물 채취체험 체험행사와 슬로푸드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듣게 된다. 12시부터는 맛있는 꽁보리밥 식사를 하고 슬로푸드를 만드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쑥 찰떡, 개떡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다음 순서는 손수건 풀잎ㆍ꽃잎 염색 체험행사로 이어지고 경운기타고 마을 구경을 하고 나면 점심식사 후 만들었던 개떡이 기다리고 있다. 체험 비용은 어린아이 어른, 단체 모두 27,000원이다. 예약 010-4400-7786 홈페이지 http://borigoge.invil.org



입력시간 : 2008/05/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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