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정치화 20대의 경제적 운명 분석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노동문제 전문가다. 30여 년 간 노동문제를 강의해온 그는 ‘비정규직’ ‘노동생산성’ ‘노조조직률’과 같은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여기에 부드러운 목소리와 훤칠한 외모는 강연의 덤이다. 그의 강연이 인기 있는 이유다. 청산유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말솜씨에 대해 그는 “한 30년 하다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고 웃어넘긴다.

“노동자의 권익이 올라가고 노동자의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 사회 전체에 유익하는 걸 설명할 사람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임금인상과 복질르 위해 투쟁하지 못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습니다. 저는 특별히 진보적인 것이 아니라 시장주의적 시각으로 우리 사회에 왜 유익한지를 말합니다.”

때문에 그는 노동쟁의를 비롯한 노동계 현안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기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추천한 책은 우석훈․박권일의 <88만원 세대>. 지난 대선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후보가 언급하면서 화제가 된 책이다. 하종강 소장은 “현재의 20대의 95%가 비정규직이 될 것이고 그들의 월급이 88만원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근거 있게 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책을 읽으며 오늘의 20대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생 스스로 40%이상이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고, 학생들이 사회문제나 정치에 이상할 정도로 관심이 없고 대학생 비권후보가 호응을 받으면서 집권하는 현상이 비정상적이라는 것. 그는 이어 386세대 이상의 진보적 인사들이 갖는 물음을 해결해 준 책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20대가 세계에서 유래 없이 탈정치화하고 있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어요, 인간이 체제로부터 절대 해방될 수 없는데 왜 한국의 젊은이들은 탈정치하고 있을까? 이 책은 기업이 소비의 대상으로서 20대가 전락하고 있는 모습을 신랄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책 표제이기도 한 <88만원 세대>는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인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이다.

책 <88만원 세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회 현상에서 ‘세대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점에 천착한다. 종신고용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태권도 국가대표팀, 공기업, 그리고 조폭과 불법다단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각 경제조직 내에서 지금의 20대가 처하게 될 경제적 운명에 대해서 분석한 저자는 세대 간 불균형이 역사적으로 등장한 배경을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미 기성세대가 된 386과 유신세대가 자신의 몫으로 확보된 경제적 성과물의 일부를 ‘다음 세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 소장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추천한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20대를 ‘친자본주의적’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정치경제 시스템에 당장 영향을 받지만, 그 심각성을 모를 때가 많아요. ‘88만원 세대’라는 화두처럼 현재 사회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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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