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소 잇 고즈' (And So It Goes) ★★★ 익숙한 스토리의 결말이지만 두 베테랑 배우 더글러스·키튼무르익은 연기력 환상적 호흡… 흘러간 로맨틱한 음악도 운치

심술 맞은 60대 후반 홀아비의 힐링 프로젝트를 그린 휴먼 드라마. 대인기피증이 있던 노인이 있는 줄도 몰랐던 손녀와 자기 나이 또래의 착한 이웃 과부로 인해 냉소적인 마음이 눈 녹듯 녹아 좋은 할아버지와 로맨스의 대상이 된다는 새로울 것이 없는 틀에 박힌 스토리가 은은한 재미를 선사한다.

너무나도 익숙한 내용과 결말을 지녔지만 두 베테랑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와 다이앤 키튼의 무르익은 연기력과 환상적인 연기 궁합이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그리고 무공해 코미디와 드라마를 잘 만드는 로브 라이너 감독의 따뜻한 연출력 덕분에 편안히 보고 즐길 만한 영화가 완성됐다.

어찌 보면 제임스 L. 브룩스가 감독을 맡고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이 주연을 맡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과 라이너가 감독을 맡고 역시 잭 니콜슨이 나온 ‘버켓 리스트’를 두루뭉술하게 섞은 듯한 느낌이 든다. 60세 넘은 사람들을 위한 느지막이 사랑을 찾아 불태우는 조부모의 러브 스토리로 늘 먹어 그 맛을 잘 아는 디저트 같은 영화다.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코네티컷주의 해변 아파트에 사는 오렌 리틀(더글러스)은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부동산업자다. 이기적이요 고집불통이며 인종차별주의자인 고약한 성격의 소유자. 그는 지금 자기와 아내가 살던 고급주택이 팔리면 다른 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 없이 통 소식이 없던 약물중독 전력이 있는 오렌의 아들 루크(스캇 셰퍼드)가 10세난 딸 새라(스털링 제린스)를 데리고 찾아온다. 약물로 인해 9개월간 옥살이를 하는 동안 새라를 돌봐 달라는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손녀를 느닷 없이 맡아 키우게 된 오렌은 어쩔 줄을 모르고 공포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오렌은 새라를 자기 옆 아파트에 사는 미망인으로 늙었지만 아직도 아름답고 신선하면서 약간 말광량이 기질이 있는 라운지가수 레아(키튼)에게 거의 반강제적으로 떠맡긴다.

착하고 영리하고 조숙한 새라와 마음이 고운 레아는 시간이 가면서 정이 들어 할머니와 손녀 같은 관계를 맺게 된다. 사실 오렌과 레아는 만나기만 하면 사사건건 시비가 붙는 사이. 이런 앙숙과도 같은 관계는 결국 새라로 인해 사랑으로 변화하고 오렌의 마음도 달라진다.

이런 메인 스토리를 둘러싸고 오렌의 집을 사러온 각 인종에 대한 편견과 부동산 회사의 고참 할머니 직원(프랜시스 스턴헤이건)과의 관계 그리고 그와 아파트 이웃과의 관계 등이 에피소드 식으로 묘사된다.

그 중에서 보기 좋은 것은 레아의 라운지공연과 오디션. 언제나 멋있는 의상을 입을 줄 아는 키튼은 여기서도 산뜻하게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노래하는데 흘러간 로맨틱한 노래들이 듣기 좋다.

대머리인 라이너 감독이 잘 어울리지 않는 가발을 쓰고 레아의 피아노 반주자로 나오고 ‘빅 걸즈 돈 크라이’ 등 1960년대 빅히트곡을 양산한 ‘포 시즌스’의 프론트맨 프랭키 밸리가 레알을 고용하는 라운지주인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