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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 이야기] 斷食(단식)

'불경(佛經)'에 최초 용례… 수행 등 위한 금식(禁食) 의미
2014년 9월의 광화문 광장은 가히 단식농성장 그 자체다. 진상규명을 위해 "416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투쟁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朴映宣) 원내대표가 여권과 재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구성 초안이 8월 20일 유가족들에 의해 거부된 이후 지금까지 김영오씨에 이어 다른 유가족들이 단식투쟁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文在寅) 의원은 김영오씨를 설득하려다 열흘간 단식농성에 동참했고, 정청래(鄭淸來) 의원 또한 24일간 단식하다가 9월 14일 중단했다. 그런데 김영오씨의 단식 기간은 놀랍게도 무려 40여 일에 이른다.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 원재민 변호사가 14일 국민TV와의 통화 시 밝힌 바에 따르면, 김영오씨는 물과 소금, 효소를 먹으며 단식을 했다고 한다.

斷(끊을 단)과 食(먹을 식)자를 써서 음식을 끊고 먹지 않음을 뜻하는 斷食(단식)이란 말은 본래 불교에서 비롯된 종교적 용어이다. 6세기 말, 인도 출신의 학승 사나굴다가 한역(漢譯)한 석가모니의 생애에 관한 경전인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중, "만약 단식으로 인해 큰 복(해탈)을 얻는다면, 그 야수 등은 응당 큰 복을 얻을 것이다(若因斷食當得大福者,其野獸等應得大福.)" 구절에 斷食의 최초 용례가 보인다.

불교 뿐 아니라 이슬람교에서도 라마단 기간에는 단식을 한다. 그리고 인류의 위대한 사상가였던 피타고라스와 공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도 지적 통찰의 상승을 위해 10일에서 40일 간의 단식을 했다고 한다. 단식 과정에서 물과 소금의 섭취가 허용된다면,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이 오직 쑥과 마늘만으로 100일을 견딘 것 또한 일종의 단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단식은 본래 극기, 병의 치료 또는 수행 등의 목적으로 음식을 끊는 것으로 금식(禁食)과 같은 말이다.

이와 같은 고행적 단식에 비해 '단식 투쟁', '단식 농성', '단식 시위'에서의 '단식'은 어떤 의사(意思)를 관철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단식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이익에는 그와 반대되는 상대편이 있으니 광화문 광장에 최근 등장한 '폭식투쟁'이 그 예이다. 단식 투쟁을 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그에 반대하여 폭식 투쟁을 한 일베 회원 간의 몸싸움이 경찰에 입건되는 요지경 속에서, 국정은 표류하고 국민들은 안녕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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