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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이장혁 컴백 무대 리뷰

서늘한 가을 공기 같은 청량한 낭만
  • 이장혁 컴백 쇼케이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진 공기가 피부를 어루만지니 온 몸으로 가을의 향기가 느껴진다. 가을은 서늘해진 공기만큼이나 뭔가 낭만적인 사랑이 시작될 것 같고 숨 가쁘게 달려온 일상의 피로감을 위로해 줄 힐링이 필요한 계절이다. 이럴 때 마음의 온도를 올려줄 따뜻한 노래가 필요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금년 가을엔 이장혁 3집, 빅베이비드라이버 2집, 그리고 브로콜리너마져의 리더 윤덕원의 솔로앨범, 빌리어커스티, 단편선과 선원들, 에피톤 프로젝트 등 좋은 음반들이 퍼레이드를 이루며 발표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인 이장혁이 6년 만에 정규 3집을 발표하며 돌아왔다. 워낙 앨범 발표 텀이 지루할 정도로 긴 뮤지션인지라 이상할 것은 없다. 그는 인디음악이 태동했던 1996년 아무밴드로 음악여정을 시작했다. 4년의 동안 단 한 장의 앨범 <이ㆍ판ㆍ을ㆍ사>(1999년)를 발표했던 아무밴드는 2000년 해체됐고, 이장혁은 솔로로 독립했다. 이후 오랜 은둔생활을 털고 2004년 새로운 비상을 예고한 솔로 1집은 '스무살'이라는 명곡을 탄생시켰고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되었다. 녹음기간에 건강이 나빠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보컬은 오히려 독보적인 감성으로 무장시켜 청자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또다시 4년의 세월이 흐른 후, 상처로 얼룩진 자신의 청춘 이야기를 담은 2집으로 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무심한 6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주 토요일 홍대 앞 클럽 타. 이장혁의 3집 발매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요즘 젊은이들의 최대 놀이터답게 주말 홍대 앞은 여기저기서 이름 모를 뮤지션들의 버스킹 소리로 요란했고 거리마다 활기가 넘쳤다.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도착했건만 이미 객석은 공기가 부족할 정도로 꽉 들어차 있었다. 사실 이장혁은 이미 2년 전인 2012년 여름에 3집 쇼케이스를 이미 치렀다. 그리고는 감감무소식이더니 1년 6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3집이 발표되었다. 칩거하며 느린 호흡으로 음악을 만드는 스타일은 정평이 나 있지만 이건 느려도 너무 느린 호흡이 아니던가. 이번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와 주니 반가울 따름이다.

통기타를 들고 나온 메탈밴드 해리빅버튼의 보컬 이성수의 무대에 이어 이장혁이 3명의 세션과 더불어 무대에 등장했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숨조차 크게 쉬기 힘들 정도로 클럽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그가 공기 속으로 내던지는 노래 한 곡 한곡에 몰입했다. 세상의 아픔을 노래해온 이장혁은 이번에도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세월의 흐름만큼 한결 따뜻해진 그의 노래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관객들은 그의 가사 말에 아파하고, 공감하면서 결국 감동의 물결을 이뤘다. 대중이 그의 노래에 매료되는 것은 언제나 한결같은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세상살이 찌든 세상의 단편적 조각들은 그의 시선을 통해 시가 뭉쳐 청자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발휘한다.

느릿하게 가사를 곱씹으며 노래하는 이장혁의 노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1집에서 무려 15분의 대곡으로 선보였던 '칼'은 이번에는 젊은 날의 분노를 속으로 삭이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녹슨 '칼집'으로 비유해 비로소 완성체가 되었다. 타이틀곡 '불면'은 사이키델릭한 슬라이드 기타솔로가 압권이다. 격정적인 감정의 변화를 전달하는 '빈집', '레테'와 Melanie Safka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낸 '비밀', 비트감이 감겨오는 '이만큼'도 좋다. 봄 비 오는 청량리 거리에서 만난 한 노인의 모습을 옮겨놓은 '노인'은 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최고의 트랙이다. 자신의 처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매미'와 재능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낮달'까지 앨범에 수록된 12곡은 어느 곡 하나 빠트릴 것이 없다.

내 기억 속의 이장혁은 모자를 쓰고 거의 멘트가 없이 노래했던 모습이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그는 모자를 벗어던지고 수줍게 웃음 짓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더구나 그의 공연에서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다 듣게 되다니. 수다쟁이에 가까울 정도로 "노래 좋죠?!", "다들 노래를 따라 불렀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수더분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변해 있었다. 신곡뿐 아니라 이전의 명곡들까지 들었던 그의 컴백무대는 기분 좋은 서늘한 가을 공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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