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팀 다양한 무대… 성숙한 축제 정착

빌리어코스티 비누방울 무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가을을 대표하는 대형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다. 8회째를 맞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4'가 어김없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각기 음악적 성격을 달리하는 총 5개의 무대에 이소라, 윤상, 이적, 인코그니토, 노리플라이, 언니네이발관, 조규찬, 폰부스, 크랜필드 등 주류와 인디를 망라한 국내외 59팀의 아티스트가 출연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첫 날 공연에 다녀왔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발을 생각하면 우선 '민트'라는 단어가 주는 신선함과 편안함과 함께 질서정연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과 더불어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된 입장시간 훨씬 전부터 길게 늘어선 장사진은 이제 그랜드 민트의 익숙한 풍경이다. 8회라는 연륜이 말해주듯 이른 아침부터 엄청난 관객들이 운집했지만 20~30대 여성과 가족단위 관객은 차분하고 질서정연했다.

잔디마당에 마련된 피크닉 존에 빈틈없이 촘촘하게 돗자리를 펴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연인, 친구, 가족들의 화사한 풍경은 장관이었다. 수만 명이 운집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을햇살을 만끽하며 조용하게 가벼운 음식과 음료를 즐기고 감성을 자극하는 달콤하고 상큼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은 그랜드 민트만의 차별된 풍경이 아닐지.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잔잔한 어쿠스틱과 발라드 뮤지션들이 라인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20~30대 여성들이 이 페스티벌의 파워 관객이기 때문. 역시나 불황이 극심한 올해에도 4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찾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을축제임을 증명했다.

첫날 오프닝 무대는 2014 K-루키즈로 선발되며 올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3인조 혼성밴드 크랜필드의 몫이었다. 소년의 꿈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이들의 환상적인 사운드는 올해 그랜드 민트페스티발의 성공을 말해주듯 상큼하고 신선했다. 이어 메인무대에서는 오디션 슈퍼스타K 출신 홍대광의 무대가 이어졌는데 솔직히 음악적으로 평범했던지라 뒤쪽에서 무대를 가득채운 비눗방울과 어우러지며 달콤하면서도 열정적인 음악을 들려준 빌리어코스티의 작은 스테이지가 더 빛났다. 인디와 주류의 경계를 허문 남성듀엣 10CM은 두터운 팬덤을 보여주었고, 데이브레이크의 감미로운 무대도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솔루션스의 강렬한 밴드사운드와 킹스터루디스카의 흥겨운 관현악 사운드도 열정적이었다.

최근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돌아온 밴드 망각화를 시작으로 페스티벌 레이디로 선정된 배우 전소민이 밴드 소란의 고영배와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펼친 수변무대는 하루 종일 붐볐다. 해가 저물며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펑크밴드 출신에서 감성 팝 발라드 뮤지션으로 변신한 이지형의 서정적인 무대가 가을밤을 근사한 색감으로 채색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메인무대는 한국대중음악 최대 황금기인 90년대의 슈퍼스타들인 이소라와 윤상이 장식했다. 이소라의 서늘한 목소리는 가을밤에 제격이었고 특히 김광민과 윤상의 프로젝트 그룹 PLAY WITH US의 무대에 깜짝 게스트로 이승환이 등장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핸드볼경기장에서 마련된 무대에서는 유재하가요제 출신 싱어송라이터 뮤지션들이 동창회를 열었다. '슈퍼스타'로 유명한 이한철, 홍대 마녀 오지은, 국내 최강의 스캣 창법을 구사하는 여성재즈보컬리스트 말로를 비롯해 남성듀엣 재주소년의 무대는 유재하가요제 출신 뮤지션들의 탁월한 음악성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각 무대에서 엔딩을 장식한 노 리플라이, 스윗소로우, 이소라의 무대 또한 일교차가 극심해 서늘함이 느껴지는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더니 끝내 훈훈하게 데워 주었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드넓은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되는지라 각 스테이지간의 이동거리가 길다. 또한 각 무대에 입장할 때마다 진행되는 가방검사로 인해 생겨나는 장사진은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마디 불평불만 없이 그 과정을 질서정연하게 즐기는 모습은 연륜을 더해가며 안정적인 진행을 제공하는 페스티벌의 위상과 더불어 성숙해진 관객문화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그래드민트 2014 잔디마당 관객스케치
크랜필드 오프닝 무대 장식

글 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