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자립 뮤지션들 대중과 소통

단편선과 선원들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알릴 기회가 적었던 민중가수, 인디밴드들이 힘을 모아 대중과의 만남을 시도한 대형 야외음악축제 '페스티벌 3'가 열렸다. 무대, 관객, 거리가 함께 어우러진 이 축제는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변하는 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두 개의 무대와 다양한 부대행사로 연세로 거리를 거대한 축제공간으로 둔갑시켰다. '제3지대의 음악축제'라는 취지로 올해 처음 개최된 '페스티벌3'는 자본과 기획사로부터 자립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대안적 축제다.

서울민예총, 뮤지션 유니온, 자립음악생산조합이 함께 주도한 '페스티벌3'는 그동안 비주류로 분류된 아티스트들이 직접 무대를 꾸며 관객을 창출하는 대안적 페스티벌 성격이 강하다. 사실 봄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사고로 인해 가을에야 성사되었다. 두 무대에서 펼쳐진 공연에는 민중노래패와 다양한 장르 음악을 구사하는 인디밴드, 인디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또한 만화가 박재동 등이 참여하는 만화부스와 아트마켓, 비보이 댄스 등 다양한 퍼포먼스도 진행되었다. 이 음악축제로 인해 신촌 거리는 북적거렸고 누구나 연주할 수 있도록 배치된 피아노는 행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좋은 기획이었다.

의 무대는 관록이 느껴졌고 스테이지 BOB무대에서 본 출연진 중 가장 멜로디컬하고 짜임새 있는 사운드를 구사했다. 혼성듀오 ''의 무대는 확 감겨오는 임팩트는 약했지만 묘하게 집중시켰다. 김사월은 소녀처럼 풋풋한 음색과 더불어 섹시한 분위기가 충돌했는데 탁월한 가창력이 아님에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거기엔 거칠고 투박한 비주얼이지만 빼어난 작·편곡 재능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김해원의 연주력과 진지한 태도도 한 몫 했다. 분명 사랑노래를 부르는데 그다지 감미롭지도 않으면서 뭔가 치명적 퇴폐미와 상큼함이 공존한 이들의 음악은 일반 대중은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반복적인 이들의 리듬과 비트처럼 중독성이 상당했다.

단편선의 본명은 박종윤이고 별명은 '홍대 아이유'다. 상남자 같은 외모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여장까지 하는 그는 평범치 않은 인물들이 득실거리는 홍대 인디씬에서도 독특하고 튀는 뮤지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인 은 페스티벌3 무대 중 가장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국내에서 사이키델릭 포크 록을 구사하는 밴드는 이 유일할 것이다. 음반으로는 대중적이지 못하다고 단정했는데 고요와 격정을 넘나든 에너지 넘치는 공연에서는 살짝 술에 취해보이는 나이든 관객이 즉석에서 만원을 팁으로 건넸을 정도로 대중적 매력이 상당했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다. 그날 연세로를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축제 개최여부를 잘 모르는 분위기였다. 이처럼 홍보의 아쉬움과 대중적 인지도가 부족한 출연 뮤지션들로 꾸며진 '페스티벌3'의 한계는 분명하다. 우선 이벤트 구성부터 다른 지역축제들과 차별성이 부족했다. 관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다양하고 신선한 이벤트 콘텐츠 개발과 공연 라인업도 집객과 관심을 위해 인지도가 있는 헤드라이너 정도는 초청하는 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참여한 뮤지션과 스폰서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우리에게만 도움이 되는 페스티벌이 아니라 유관 기관과 주변 상인들과도 상생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손병휘 페스티벌3 조직위원장)

손병휘와 아트블러드
비록 많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공연무대로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대중과 소통할 기회가 적었던 비주류 뮤지션들의 음악을 알리는 장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이 대안적 축제의 성패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날 것인가 지속적으로 계속되어 신촌의 새로운 축제로 브랜드화 될 것인지 여부에 있다. 다양성이 부족해 장르 쏠림이 극심한 한국 대중문화의 현실을 생각하면 '페스티벌3'를 연례행사로 승화시키겠다는 자립 뮤지션들의 참여의지와 헌신 그리고 언론과 대중의 애정 어린 관심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김사월X김해원
구텐버즈 무대
연세로 페스티벌 부대행사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