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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 이야기] 豫算(예산)

남송 때 ‘고부인묘지명’최초 기록… ‘豫’= ‘予,갖추다’+ ‘象,사전에’형용

11월 26일 정의화(鄭義和) 국회의장이 소득세법을 비롯한 14개 예산부수법안(豫算附隨法案)을 지정하였다. 그런데 금년도 막바지 예산정국이 누리과정(유치원 만 3~5세 교육과정)에 대한 무상보육지원 예산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새누리당의 합의안 미준수를 이유로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선언을 하여, 예산결산특위의 예산증액심사가 진행을 멈췄다.

豫(미리 예)와 算(셈할 산)의 합침으로, 본래 ‘미리 헤아려 계산함’을 뜻하는 豫算(예산)이 나오는 최초의 문헌은 남송 시기 저명한 사상가였던 섭적(葉適)의 <고부인묘지명(高夫人墓志銘)>: “고부인은 지혜로워 남북의 풍속에 능통하였고, 스스로 수놓은 옷은 솜씨가 있었으며, 아래로는 불을 때는 번잡하고 비천한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몸소 하였고, 물건의 유무를 豫算하여 집안의 의식(衣食)을 구비하였다”이다.

豫(예)는 予(줄 여)와 象(코끼리 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豫를 “큰코끼리이다. 가시중(賈侍中)은 ‘사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고 설명하였다. 일반적으로 코끼리는 다른 짐승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신성한 동물로 인식되어왔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인도 등에서는 간혹 배고픔을 참지 못한 코끼리가 민가에 침입하여 곡식창고나 밭을 망쳐놓아 극심한 피해를 주었다는 뉴스도 들린다.

그런데 위 “큰코끼리”의 설은 豫의 予(여)자를 설명치 못하는 단점이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豫에서의 象은 여러 뜻 중 ‘조짐, 전조(前兆)’에서 나아가 ‘사전(事前)에’를 뜻하고, 予(여)는 ‘주다→공급→갖추다’를 뜻하여, 豫는 사전에 갖추는 모습을 형용, 그러한 모습에서 ‘미리, 예비(豫備)하다 → (유비무환) → 편안하다 → 게으르다’ 등을 뜻하는 글자로 판단된다.

조선시대 때 국가의 재정은 토지에 대해 거둬들이는 수세(收稅)와 공물(貢物)로 충당했다. <대전회통(大典會通)>에 따르면, 조정에서는 공물에 관한 사항에 관해 매년 말에 이듬 해 소요되는 수량을 조사하여 안건을 작성, 각도와 읍에 시달했다. 세금과 공물이 곧 예산이었으며, 공물의 품목과 수량을 적은 수납예산안을 당시에는 ‘공안(貢案)’이라 불렀다. 그처럼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예산을 집행함에 있어 정치가들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 www.hanj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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