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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만남 3

가요에 클래식 샘플링해 상승 효과
(2편에서 이어짐) 신세대문화가 창궐한 90년대에도 대중가요는 여전히 클래식과의 동거를 시도했다. 1991년 신승훈의 2집 타이틀 곡 ‘보이지 않는 사랑’에는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 Ich liebe dich’가 삽입되었다. 이 노래는 신승훈이 고 곽지균 감독의 영화 ‘겨울 나그네’를 보던 중 근사한 배경화면에서 흘러나오는 곡에 진한 감동을 받고 삽입했다고 전해진다.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감미로운 신승훈의 목소리가 클래식에 합체된 이 노래는 1992년 SBS TV 인기가요차트에서 ‘14주 연속 1위’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또한 신승훈에게 ‘발라드 황제’라는 극존칭을 안겨주었다.

신승훈에 이어 가왕 조용필의 1992년 작 ‘슬픈 베아트리체’가 이어졌다.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사실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고 그 사랑의 감정을 승화시킨 ‘신곡’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여인 베이트리체를 모델로 만든 발라드다. 클래시컬한 연주에 실린 절제된 보컬이 격조를 더했지만 이 노래는 같은 해에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돌풍에 휩쓸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애창되었다.

1997년에 발표된 이현우의 4집 수록곡 ‘헤어진 다음 날’ 역시 반듯이 거론해야 될 히트곡이다.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2악장’과 이현우의 중저음이 어우러진 ‘헤어진 다음 날’은 쓸쓸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애절한 이별 곡으로 당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침체기에 빠져 있던 가수 본인에게 재기의 기틀을 마련해준 이 노래는 90년대의 명곡으로 각인되며 대중음악이 클래식과 만나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던 선명한 사례로 지금껏 기억된다. 2009년 발표한 꽃미남밴드 ‘FT ISLAND’의 ‘Missing U’도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1악장’을 인트로에 샘플링해 화제를 모았던 노래다.

1998년 발표되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아이돌 그룹 ‘GOD’ 1집 수록곡 ‘어머니께’는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을 샘플링해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캐논 변주곡’은 대중가요에 가장 많이 접목된 단골클래식이다. GOD의 ‘어머니께’를 시작으로 서문탁의 ‘Gone’, 양파의 ‘사랑. 그게 뭔데’, 백지영의 ‘사랑 안해’, 피플크루의 ‘너에게’가 모두 이 노래를 차용했다.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남성 아이돌그룹인 ‘H.O.T’도 1998년 3집 타이틀 곡 ‘빛’에서 베토벤의 ‘운명’, 1999년 발표한 4집 ‘아이야’에서는 모차르트 ‘교향곡 25번’과 베토벤의 ‘월광’ 2곡을 샘플링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는 1999년 자신들을 정상으로 견인한 2집 수록곡 ‘T.O.P’에서 클래식 명곡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전주나 후렴 등 특정 부분에만 클래식 샘플링을 한 곡들과 달리 이 노래는 곡 전체가 흐름을 따르고 있는 점이 차별적이다. 2000년 3집에서도 네 가지 장르를 통합한 'All Your Dreams'에 바흐의 ‘인벤션 No.4’를 샘플링 했다.

조규찬의 아내이자 소이의 언니인 ‘헤이’의 2001년 1집 타이틀 곡 ‘쥬뗌므’에는 바흐의 ‘미뉴에트’가 숨어 있다. 바흐가 첫 번째 부인을 잃고 만난 두 번째 부인 안나 막델레나에 대한 사랑을 담은 이 노래는 대중가요에 여러 차례 이용된 단골 클래식이다. 2004년 장나라 4집의 ‘겨울일기’,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OST로 사용되었던 서영은의 ‘사랑하는 날에’ 그리고 최근 인기라에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BGM으로도 사용되었다.

탁월한 가창력의 휘성도 2007년 5집에서 베토벤의 ‘비창 2악장 피나오 소나타 8번’을 샘플링한 ‘사랑은 맛있다’를 발표해 히트를 기록했다. 이 노래는 막 사랑을 시작한 풋풋한 연인들에게 추천할만한 사랑스런 노래다. 같은 해에 발표되어 아이비를 최고의 섹시 퀸 자리로 견인했던 빅 히트 곡 ‘유혹의 소나타’도 빼놓을 수 없다. 강렬한 노래와 안무로 ‘유혹의 소나타’ 신드롬까지 낳을 정도로 인기가 어마어마했던 이 곡에 삽입된 클래식은 저 유명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다. (4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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