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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만남4

크로스오버, 퓨전 등 다양한 결합
(3편에서 이어옴) 2000년 박지윤은 3집 '달빛의 노래', 2008년 이민우의 '가면무도회'에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사용했다. 보이그룹 H.O.T 출신 토니 안은 1집 '사랑은 가질 수 없을 때 더 아름답다'에 바흐의 '아다지오', 보이그룹 동방신기는 2004년 1집 '트라이앵글'에서 모차르트의 심포니 40번, 걸그룹 씨야는 2006년 1집 '사랑하기 때문에'에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2007년 보이그룹 신화의 멤버 신혜성은 2집 '첫 사람'에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등 최근 발표된 대중가요에 클래식 선율이 덧칠된 노래는 무수하다.

2010년대에 들어 한국대중음악계는 귀엽고 섹시한 걸그룹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걸그룹의 여왕'으로 회자되었던 소녀시대도 클래식의 힘을 빌렸다. 2010년에 발표한 2집 수록 곡 '뻔&Fun'에서 보케리니의 '미뉴에트'를 인트로에 경쾌하게 삽입했던 것. 소녀시대는 '미뉴에트'를 오리지널 클래식이 아닌 가야금 버전으로 샘플링 했다는 점에서 클래식과 국악을 동시에 크로스오버한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선보였다.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만남은 더 이상 신선한 음악적 시도는 아니다. 이제는 클래식 연주가들이 클래식에 팝을 가미하는 트렌드까지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열기가 대단했던 서울 대학로 거리응원 무대. 당시 '한국의 IL DIVO'로 주목받았던 남성7인조 중창단 유엔젤 보이스와 아시아나의 메인보컬 이혜숙이 함께 '빅토리'를 부르자 거리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멤버 대부분 성악을 전공한 이들은 클래식의 대중화를 목표로 아리아는 기본이고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팝 그리고 조용필의 '친구여', 강산에의 '라구요', 이문세의 '붉은 노을' 등 친숙한 가요를 자신들의 스타일로 구사했다.

2011년 케이블 TVN 방송에서 진행했던 '오페라스타'는 대중가수가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 우승자를 가렸던 이색적인 서바이벌 오디션이다. '여자의 마음', '공주는 잠 못 이루고'등 정통 오페라 아리아부터 팝페라 '카루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난이도 있는 성악곡을 대중가수들이 놀라운 실력으로 소화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우승을 차지한 가수 테이의 성악실력은 놀라웠다. 친숙한 대중가수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부르게 한 이 프로그램은 양질의 음악을 제공하고 다양한 팬 층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만남이 보여준 모범사례로 기록되었다.

왜 클래식과 대중음악은 오랜 시간동안 크로스오버를 쉼 없이 시도해 왔을까? 대중은 익숙하고 친숙한 것에 호감을 느낀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노래보다 단 한번이라도 들어본 멜로디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클래식 음악가들은 전 국민이 좋아하는 대중가요를 통해 어렵게만 생각하는 클래식에 대한 인식전환을 이뤄 침체를 벗어나려는 목적이 크다. 대중음악인들도 비슷하다. 음악에 문외한이라도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중음악인들이 노리는 효과 역시 그거다. 악성 베토벤이 작곡한 지구촌 최고 히트곡의 후광을 업고 가려는 속셈 말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초밥 정식에 김치를 밑반찬으로 곁들이면 크로스오버고, 김치를 넣어 만든 스파게티는 퓨전으로 보면 된다. 크로스오버와 퓨전 음악도 처음에는 클래식과 재즈, 록의 결합 정도에 머물렀던 수준에서 이제는 아프리카 토속음악, 국악, 제3세계 음악까지 폭넓은 이종교배를 통해 상당한 대중성을 확보했다. 또한 전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채널로 교류하면서 자기 문화에 대한 폐쇄성이나 다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급격히 희석되었고, 인터넷의 영향으로 장르 이동에 대한 거부감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많은 가수들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적 모험을 하는 이유는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히트하기 쉽기 때문이다. 대중음악 속에 파고든 클래식을 통해 대중은 어렵고 멀게만 생각했던 클래식에 친숙함을 느끼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저급하게 생각했던 대중음악은 인식의 업그레이드라는 이중 효과를 보고 있다. 결국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만남은 서로에게 매력적인 윈윈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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