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일인 2월 4일 을미년 시작… '乙未'는 열매를 매단 굽은 과일나무 모습

바야흐로 60갑자 중 32번째인 을미년이다. 그런데 서력기원(西曆紀元) 2015년 1월 1일은 중국의 전통적 간지기년법(干支紀年法)에 의한 을미년의 시작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을미년이 시작하는 정확한 날짜는 언제일까? 우리나라 시중에 유통되는 <만세력(萬歲曆)>에서는 음력 1월 1일(2015년 2월 19일)을 양띠해가 시작되는 날로 기록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저명한 천문학자 장배유(張培瑜)가 제작한 <수성천문력(壽星天文曆)>에서는 2015년 입춘일인 2월 4일이 을미년의 시작이다. 음력을 기준으로 한 만세력과 24절기 중 입춘일을 기준으로 한 수성천문력 중 어느 것이 맞을까?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중국의 전통 역법(曆法)은 하나라 때의 하력(夏曆)이다. 사실, 하력은 음력도 양력도 아닌 음양력(陰陽曆)인데, 와전된 별칭으로 ‘음력’이라고도 하는 바람에 진짜 음력과 혼동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하력은 한무제(漢武帝) 원봉(元封) 7년(B.C.105)에 다시 ‘태초력’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지금까지 2천여 년 동안 줄곧 사용되어 오고 있다. 또한, 하력은 농사를 지도한다는 면에서 농력(農曆)이라고도 불리는데, 농력은 24절기에 따르며 입춘일을 시작점으로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乙未(을미)년 양띠의 시작은 2015년 2월 4일 입춘일이 옳다. 그것도 정확한 입춘 시각은 2015년 2월 4일 12시 54분이므로, 그 이전에 태어난 아이는 갑오년생 곧 말띠이고, 그 12시 54분부터 2016년 입춘일 2월 4일 18시 47분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을미년생 양띠가 된다.

乙未라는 단어는 출토문헌인 갑골문에 벌써 보인다. <갑골문합집(甲骨文合集)> 27919호의 “乙未일에 점을 쳐 묻습니다. 왕이 사냥을 가려는데 비가 오지 않을까요?”와 <은허화동(殷墟花東)> H3:47+948의 “乙未일, 조을에게 돼지로 세제(歲祭)를 지내고 태자가 기원할까요?” 등이 그것이다.

천간 乙(을)자에 대한 최고 권위의 해석은 <서경(書經)> 홍범(洪範) 편에 기록된 “나무의 굽은 성질”이다. 그리고 삼복더위의 음력 6월을 나타내는 지지 未(미) 또한 木(나무 목)에서 비롯된 글자다. 을미의 이미지는 반쯤 익어가고 있는 열매들을 매단 굽은 과일나무의 모습이다. 음양오행론 상 乙은 木이요 未는 土로 목극토(木剋土)이니, 을미년 또한 치열한 갈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멀리 보아 그것은 성숙의 경지를 향한 아픔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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