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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 이야기] 逢山開道(봉산개도)

‘용감하게 전진’ 의미… 박 대통령 신년사에서 ‘통일의 길’과 연결
중국이 무시할 수 없는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지도자들 또한 중국의 고사성어를 공부하여 양국 간 회의 시 언급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2009년 7.27~28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차 미ㆍ중 전략경제대화(US-China 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에서 티머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 재무장관은 <손자병법(孫子兵法)> 구지편(九地篇)에 나오는 ‘풍우동주(風雨同舟: 폭풍우 속에 한배를 타다)’를 중국어로 인용, 중국 지도자들을 감동시켰다.

또한 2011년 5.9~10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3차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국무장관이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의 고사를 언급했다. 이는 원나라의 관한경(關漢卿)이 지은 역사작품 <곡존효(哭存孝)>에서 비롯된 말로, “산을 만났을 때 앞서서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통과함”, 곧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전진함을 형용한 말이다. <곡존효>에서는 ‘우수첩교(遇水疊橋)’로 나오는데, 중국의 현대작가 강탁(康濯)은 <태양초승적시후(太陽初升的時候)>에서 같은 뜻의 ‘우수가교’로 표현했다.

위 힐러리의 발언에 깊은 인상을 받은 시진핑(習近平)은 2012년 2월 14일 미국 방문 시 다시금 ‘봉산개도’를 꺼낸다. 조 바이든 (Joe Biden) 미국 부통령과 힐러리가 마련한 환영오찬에서 그는 “향후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협력 동반자 관계를 건설하는 일은 중요하면서도 깊은 의의가 있는 창조적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 작업에는 참고할 선례도 없고, 거울로 삼을 경험도 없습니다. 두 나라에는 오직 덩샤오핑(鄧小平)의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라’는 말과 클린턴 국무장관의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라’는 말이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또한 2015 신년사에서 이 고사를 언급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옛말처럼 우리가 혁신과 전진을 향한 의지와 역량을 한데 모은다면, 저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주목할 점은, 박대통령은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라고 함으로써 봉산개도의 개도(開道)를 통일의 길과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길을 열겠다는 말을 반복함으로써 통일이 목표임을 강조한 것인데, 통수권자의 이 의지가 2015년 한 해의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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