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C 최초 출전… '애욕(愛慾)' 비유 '칡덩굴'

최근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한국형 사회갈등 실태 진단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여당과 야당 간 갈등 관련 조사에서 응답자의 91.1%가 "심한 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여야 사이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1월 11일 정동영(鄭東泳)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탈당 선언은 야당 내 계파 갈등의 심각성을 증명한다. 또한 박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의 당·청 갈등은 물론, 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계파 갈등도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葛藤(갈등)이란 말의 어원을 살펴보자. 葛(칡 갈)자는 '풀 초'와 曷(갈·할·알)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의 曷은 '어찌'가 아닌 '막다, 이르다'의 뜻 또는 '渴(목마를 갈)'의 간략체로 쓰여, 상대 나무의 건강한 성장과 안녕을 막거나 갈증을 해소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는 덩굴성 식물인 칡을 나타낸다. 藤(등)은 '풀 초'와 '물솟아오를 등'자로 구성되어, 다른 나무를 감아매면서 솟구쳐오르는 '덩굴'이나 '등나무'를 뜻한다. 중요한 것은, 葛藤에서의 藤자는 '등나무'가 아닌 '덩굴'의 뜻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葛藤의 최초 출전은 진(晋)나라 때 저명한 고승 축불념(竺佛念)이 398∼399년에 한문번역한 <출요경(出曜經)>이다. 거기 3권에 다음과 같은 명언이 보인다. "애욕이 얽어매면 떨어져나갈 수가 없게 된다. 중생 중에 애착의 그물에 떨어진 자는 반드시 정도(正道)가 무너져 궁극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마치 葛藤(칡덩굴)이 나무를 감아 종말에 이르러 두루 미치면 나무는 고사하게 되고 마니 애욕 또한 이와 같으니라."

이처럼 갈등의 최초 의미는, 상대에 대한 지나친 애욕이 집착으로 되어 종국엔 상대를 압박, 파멸로 이끄는 것처럼 '애욕(愛慾)'에 대한 비유로써의 '칡덩굴'이었다. 그러다가 나무를 칭칭 감아 서로 뒤엉켜 분간이 어렵거나 마치 싸우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갈등은 후에 ①일이 복잡하게 뒤얽힘의 비유, ②분쟁·충돌, ③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는 심리적 상태를 나타내게 되었다.

칡덩굴이 휘감고 있는 나무는 비록 그것이 거목일지라도 칡덩굴을 정리해주지 않으면 어김없이 고사하고 마는 것이 자연법칙이다. 오늘날 여야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분열은 곧 사분오열(四分五裂)이다. 이런 극심한 갈등의 상태에서 대통령의 원대한 꿈은 자칫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수 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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