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한(東漢) 채옹 시 '취조' 최초 출전… '고개를 돌려 뒤돌아봄'→'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 확대

1월말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기록을 담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출간되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그 책에서 공개한 국내정치 비사들 중,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우리 정부에 끈질기게 매달리면서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우리 측이 옥수수 10만t, 쌀 40만t, 비료 30만t의 식량을 비롯하여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어치를 제공하고 북측의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를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는 내용은 사람들을 동요하게 만든다.

回(돌릴 회)와 顧(돌아볼 고)를 쓰는 回顧(회고)의 본 의미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봄’이다. 중국 동한(東漢) 시기 저명한 학자였던 채옹(蔡邕)의 시 <취조(翠鳥: 비취새)>가 최초의 출전인데 한 번 감상해보자. “정원 모퉁이 석류나무, 녹색 잎이 붉은 꽃을 머금고 있네. 비취새가 때때로 날아와 모여드는데, 날개를 펼쳐 다듬는 모습이, 고개 돌리면(回顧) 짙푸른색 생겨나고, 몸 흔들면 옥빛 드러나누나. 다행히 사냥꾼의 위험에서 벗어나, 군자의 정원에 참여하여, 온순한 심성 군자의 정성에 맡기니, 암수 오래도록 편안하리.”

回(회)는 소용돌이의 모습을 본뜬 글자로, ‘돌다, 돌리다’ 등을 뜻한다. 그리고 顧(고)는 본자인 雇(고)가 나타내는 여러 의미들 중 ‘돌보다’의 뜻을 보다 확실하게 나타내기 위해 ‘頁(머리 혈)’자를 덧붙인 글자이다. 雇는 사람의 집을 뜻하는 戶(호)와 ‘새 추’로 이루어져, 처마 밑이나 헛간 등에 둥지를 틀고 더부살이하는 새의 모습에서 나아가 ‘남의 집에 고용되어 일을 해주고 삯을 받는 일’, 곧 ‘품팔이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또한 어미 제비새가 처마 밑 둥지에서 나갔다가 들어오기를 반복하며 계속 돌아보듯, 고용인은 그 집 일을 돌봐야 하는 까닭에, 雇는 ‘돌보다’의 뜻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회고는 최초의 뜻 ‘고개를 돌려 뒤돌아봄’에서 나아가 <삼국지> 권25 위서(魏書) 고당륭전(高堂隆傳)의 “돌이켜 회고해보니(眷然回顧)”에서는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으로 의미확대된 말이다.

물론, 전임 대통령이 내놓은 회고록의 목적이 혼란이 아닌 이 나라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함이라면 좋은 일일 것이다. 대통령 또한 국가를 잘 돌보라고 국민에 의해 고용된 사람이므로, 전임이든 현임이든 모든 통치행위의 방향은 사익이 아닌 오직 나라를 위하는 것이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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