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과 시대 초월한 우리 이야기

연극 ‘잉여인간 이바노프’의 한 장면
러시아를 대표하는 소설가 겸 극작가인 안톤 체호프의 숨겨진 명작 ‘잉여인간 이바노프’가 대학로 아트씨어터 문에서 호평 속에 앙코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체호프의 대표작인 ‘갈매기’(1896), ‘세자매’(1901), ‘벚꽃동산’(1903) 등이 모두 30대 후반~40대 초반에 쓰여 진데 반해 이 작품은 열흘 만에 완성돼 27살 때 초연(1887)됐다. 그럼에도 작품은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연돼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바노프’는 안톤 체홉 작품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원석 같은 작품으로, 훗날 집필될 작품의 원형적인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작품 속에서 이바노프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고, 그의 부인은 불치병에 걸려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런데도 이바노프는 매일 밤 외출하며 친구의 딸과 사랑을 나누며 재산 때문에 그와 결혼하려고 한다. 환갑이 다 된 외삼촌은 30살 연하 미망인과 연애중이며, 백작의 이름을 팔고 거액의 돈을 얻기 위한 결혼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던 중 지방자치회 의장의 딸인 사샤가 이바노프에게 반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품은 지난해 가을 체호프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연출가 전훈에 의해 문학적 향기 가득한 완성도 높은 연극으로 자리잡았다. ‘잉여인간 이바노프’는 19세기 러시아의 풍경에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세기 말에 급변하는 계급사회의 몰락과 구시대적인 결혼 풍습, 여성 해방 운동, 지식인들의 무기력함과 상인계급의 급부상 등의 문제를 텍스트에 넣어 연극을 보는 관객은 그 시대 러시아의 혼란스러운 사회 속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무기력한 이바노프의 고뇌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다를 것이 없다. 이 작품이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고 있는 자신을 거울처럼 보게 만든 한편의 정극”,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연극” 등의 호평을 받는 이유다.

국경도 시간도 초월해 날 것 그대로의 체호프를 보여주는 연극 ‘잉여인간 이바노프’는 4월 12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 한강아트컴퍼니 02-3676-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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