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터진 곳' 뜻의 게르만 gatan서 비롯… '추문ㆍ스캔들'로 발전

목하 4월은 이른바 '성완종(成完鍾) 리스트' 사건으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 난리다. 그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허태열 7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 10만불 2006.9.26日 독일 벨기에 조선일보, 이병기, 이완구"라는 총 56자의 메모는 가히 정국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은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다.

사람들은 정치적 신조어로써 이번 사건을 '성완종 게이트'라 부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게이트로 인해 경색되고 있는 국정 올스톱을 마냥 좌시할 수만은 없어 세월호 1주기 점검회의 자리에서 "누구도 용납 안한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 잡고 넘어가야 하며, 이러한 정치 추문을 그냥 덮고 가면 미래가 없다"고 대갈했다.

'성완종 gate'에서의 gate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스캔들(Watergate scandal)에서 비롯된 말로, 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추문(醜聞), 스캔들'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이다. 사회학자인 존 톰슨(John Thompson)은 '-게이트'를 '스캔들 신드롬'이라 부른다. 소위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워싱턴 D.C.에 있는 민주당 본부 건물인 Watergate complex에 도청 장치를 한 정보활동으로, 1974년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는 데 직접적 원인이 된 사건이다. 그리고 Watergate complex라는 건물 자체는 1935년과 1965년 사이에 심포니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포토맥 강의 Water Gate 지역에서 행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water gate는 본래 수문(水門)을 뜻하고 gate는 문(門)을 나타내는 말이다. gate는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구멍, 터진 곳'을 뜻하는 게르만 기어(Proto-Germanic) *gatan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니까 최초 '구멍'을 뜻하던 말이 '구멍→입구→문→수문(水門: watergate)→포토맥 리버의 워터게이트 지역에 있는 민주당 워터게이트 건물→추문ㆍ스캔들'로 발전된 것이다.

그렇다면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춰볼 때, 2015년 대한민국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 비리를 캐기 위해 성완종 회장을 수사하던 도중, 성회장이 자살하며 남긴 리스트와 또 다른 로비 장부(여야 인사 14명)로 인해 정치 실세들에 생긴 추문이 바로 '성완종 게이트'라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현재 진행 중인 대한민국으로선 큰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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