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자연의 경계에 비친 '욕망'

동화속 이미지에 깊은 사유를 담은 김지선 작가의 'The legend-other planet story'전이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6월 3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작품 속에 재현된 자연의 이미지는 동양과 서양, 문명과 자연, 동물과 식물, 현대와 탈현대, 밤과 낮, 안과 밖, 개인과 집단이라는 경계를 넘나든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열대의 야자수와 대나무가 자연스럽게 조우하고, 환한 꽃들과 식물의 이미지는 낮과 밤의 구분을 해체시킨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도시의 빌딩 숲은 우리의 숨겨진 탈현대의 욕망을 응시하는 듯하다.

그런 경계의 매개들엔 작가의 사유와 메시지가 가득하다. 화폭 가장 가까이, 그리고 중앙에 위치한 야자수는 단단한 자아의 표상이자 보편성, 교감의 능력을 가진 자의 드높은 위용을 보여준다. 자주 등장하는 코뿔소는 삶에 대한 의지와 시너지가 담겨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은유로서 작동한다.

작품은 마치 동물과 식물들이 어우러지는 동화속 동물원 이야기가 연상되기도 하고, 인간과 자연이 완벽하게 조화로운 탈현대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상상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이렇게 작가는 서양화를 동양화적 테크닉과 상상력으로 접목시키는 새로운 형식을 구사함으로써 자신의 내재된 욕망을 표현한다. 욕망은 동식물이, 빛과 어둠이 같이 공존하는 공간 안에서 향유되기도 하고 화려한 자기만의 분리된 공간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과 에너지를 불러내 작가에게 다가와 말을 걸도록 한다. 02-730-8533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