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또 앨범을 낼 수 있을까6집은 서정적 느낌의 발라드… 7집은 아내와 '사랑의 여정'을음악적 질감은 통일성 유지세상 아픈 곳을 위해 노래 불러

손병휘 첫 로맨스가 싹 튼 카페 힐 스트리트 블루스.

(파트1에서 이어옴) 6집과 7집의 정서적 질감은 서사와 서정으로 나뉘지만 음악적 질감은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6집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에 호의적이질 않은 그가 첫 트랙부터 영어 'carry on'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본 작자미상의 시를 가사로 삼아 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노래한 'And You Calling Me Colored?'는 아예 가사가 모두 영어다. 손병휘의 음악인생에서 가사가 영어로만 구성된 노래는 처음인데 근사한 팝송처럼 참 좋다. "특별한 뜻을 둔 것은 아니고 그냥 자유롭고 싶었고 노래를 매끄럽게 이어줄 마땅한 단어가 없어 사용했습니다."(손병휘)

쌍용자동차 해고자 고동민의 글로 꾸며진 '우리가 희망'이나 세월호 희생자 추모 곡 '잊지 않을 거야'가 담긴 6집은 상투적인 '투쟁가'가 담긴 민중가요 음반으로만 분류한다면 곤란하다. 타이틀 곡 '너의 노래'에서 보여주듯 흔들리고 불안하지만 묵묵히 걸어가는 자신의 음악인생이 일반 대중들의 삶과 다를 바 없다는 마음을 서정적인 느낌으로 표현한 발라드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로 또 같이'는 가수를 'Feat 인기가수 손병휘 이정열'로 표시했다.

인기와는 거리가 먼 자신의 음악인생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이 아니라 포크그룹 '노래마을' 시절의 동료였던 뮤지컬 배우 이정열과 결성한 듀엣 이름이 '인기 가수'다. 전자 첼로의 질감의 독특한 '꺾이지 않기 위하여', 중년사내의 무력감을 표현한 '서커스의 코끼리처럼'과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하여'는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했다. '스무살 오월'은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 1985년 종로학원 재수생 시절, 짝사랑했던 같은 반 여학생에 대한 아팠던 기억을 담았다. 마지막 곡 '잊지 않을 거야'는 6번의 코러스를 스스로 더빙했다.

7집은 대학시절 아내와 만나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가는 사랑의 여정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놓은 그의 사랑이야기다. 손병휘는 1986년 신촌에서 동교동 가는 철길 근처에 있었던 미국 수사 드라마 '힐 스트리트 블루스'를 간판으로 내건 카페에서 격일제로 노래 아르바이트했다. 그때 카페를 찾아온 동아리 멤버 중 수수하게 생긴 이대생이 조동진의 제비꽃을 신청했다. 지금의 아내다. 첫 로맨스가 싹 튼 공간은 지금도 그대로다.

서정적인 대중가요와 서사적인 민중가요가 공존하는 손병휘. 그 또한 사랑에 몸살을 앓고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다. 그는 한 사람을 위한 한결같은 사랑의 힘으로 부른 노래로 공감을 끌어내려 전력을 다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첫 만남, 설렘, 실연, 배신과 더불어 오랜 연인에 대한 헌사까지 다채로운 사랑의 정서를 그려냈다. 자신의 몸속에 꿈틀거리는 사랑의 말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7집 첫 곡은 무려 '서른 네 번의 프로포즈'다. 한국어, 일본어, 고대 수메르어, 나바호 인디언의 말 등 30개국 34가지 언어를 동원해 '사랑해'를 속삭이는 음악적 아이디어는 그의 오랜 음악적 꿈의 실현이다.

"각 나라의 사랑표현을 연구했는데 어떤 나라는 남자와 여자의 표현이 서로 다를 정도로 다양하더군요. 영어 'I LOVE YOU'는 너무 상투적이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손병휘) 손병휘는 총 21곡을 녹음했지만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은 앨범에 넣지 못했다. 무라까미 하루끼의 '위스키 성지여행'의 구절의 인용했기에 허락을 받으려 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 그나저나 7집에 대한 손병휘 아내의 반응이 궁금했다. "가 믹싱을 마친 '준비된 순간'을 아내에게 들려주었는데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와 추억의 지명이 등장하니 흐뭇한 표정을 지어 행복했습니다."(손병휘)

녹음비, 제작비 걱정에 2장의 정규앨범을 낼 수밖에 없었던 뮤지션 손병휘의 현실은 슬프고 미래도 녹록치 않다. "이제 제가 앨범을 더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답이 없잖아요. 마음으로는 10집까지 내고 싶지만 이젠 제 노래를 적극적으로 소배해줄 또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행사를 뛸 구조도 아니고."(손병휘)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세상의 아픈 곳들을 위해 전력을 다해 노래해 온 그의 진심이 담긴 새 노래들을 한 번 들어보시길. 그의 노래가 당신의 노래일 수도 있기에.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