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한정음반 구매 행렬 장사진혁오 싱글 3시간 만에 조기품절86개 부스에 가요·재즈 등 진열김사월X김해원 등 공연도 볼만

첫 날 한정반 사려는 장사진.

과거 아날로그시대는 음반을 소장하던 시대였다. 디지털시대의 음악은 그냥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듣고 흘리는 소비재가 된지 오래다. 지금의 대중에게 음반을 구입하고 소장했던 아날로그 시절의 이야기는 '전설 따라 삼천리'같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옛날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놀라운 풍경이 서울 도심의 이색공간에서 벌어졌다.

지난 토요일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일물류창고. 문화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소가 서울레코드 페어 행사공간으로 탈바꿈해 음반을 사려는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로 장사진을 연출했다. 제5회 서울레코드페어의 핫 이슈는 한정반 구매 행렬이 아닐까 싶다. 혁오, 김사월x김해원, 곽진언 등 신예 뮤지션들과 명반으로 회자되는 노이즈 가든, 못, 언니네이발관, 해피돌즈, 국내 최초로 'IDOL'이란 명칭을 사용한 밴드 아이들의 초 희귀 음반까지 총 8장의 한정 반들은 행사를 위해 최소 350매에서 최대 1000매의 물량으로 제작됐다. 또한 바이닐 초보 유저들을 위한 단행본 까지 기획 제작되었다.

최근 지드래곤, 아이유 등 아이돌 가수들의 신보LP가 제작되어 조기 품절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전부터 건물 행사장 내부를 가득 채우는 것을 모자라 밖으로 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조기 품절될지도 모르는 한정반 LP들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진귀한 풍경이다. 길게 늘어선 장사진을 보자니 눈앞의 풍경이 꿈이 아닌 현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한정 반들은 아이돌 가수들의 음반과는 거리가 멀고 더구나 100% LP음반들이란 점은 더욱 놀랍다.

이번 페어는 아직도 아날로그 바이닐 애호가로서 음반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새롭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어 훈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mp3 같은 디지털음원에 밀려 음반시장은 거의 고사 직전에 처해 있다. 아날로그 바이닐 LP를 소장하기 위한 이 같은 열기는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어리둥절하다.

김사월X김해원 공연.
혁오의 싱글 바이닐은 판매가 개시 3시간만인 오후 2시에 조기 품절되는 대박을 터트렸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 예정으로 알려진 4인조 밴드 혁오는 2014년 앨범 '20'으로 데뷔해 최근 평단과 팬들 사이에서 뜨겁게 회자되고 있는 그야말로 핫 밴드다. 펜더가 그려진 혁오의 픽쳐 바이닐 싱글은 발매 다음 날에 판매가 1만9천원의 10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 등장하는 진풍경을 다시 한 번 연출했다.

27, 28일 양일간 열린 제5회 서울 레코드페어는 바이닐 LP를 중심으로 CD, 카세트테이프 등 다양한 각종 음반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었다.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 반에다 50% 이상 특가 혜택까지 있어 희귀한 음반을 향한 '득템'의 발길과 손길이 분주했다. 소매점, 수입상, 인디레이블, 개인까지 86개의 판매 부스에는 대중가요, 팝, 클래식, 재즈,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진열했다. 권나무, 김사월X김해원, 노선택과 더 소울 소스 등 페어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수준급의 공연도 볼 만 했다.

여하튼 2011년에 시작된 레코드페어는 해를 거듭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성장하고 있다. 페처에 참가하는 판매자와 소비자와 꾸준하게 늘고 있고 거래되는 레코드의 숫자 역시 급증하며 오프라인 음반매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페어를 찾은 사람들은 "젊은 세대들은 음원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음반을 '소장'하는 친구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LP는 소리 면에서 음원과 차이가 있고, 커버아트가 예뻐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레코드페어는 저렴한 음반을 구입하는 창구로써 일정부분 성공했지만 앞으로 진귀한 자료도 구할 수 있고 볼거리도 제공하는 경매 방식도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행사의 롱런의 위해 앞으로 의미심장하고 큰 관심을 유발시킬 더 많은 개체의 한정반 제작을 위한 노력은 필수요인이다. 또한 첫 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산해 보이는 둘째 날을 위해 한정반 릴리즈 날을 분산시킬 필요도 있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온 국민을 공포로 몰고 간 '메르스'와 생소한 장소라는 악재로 인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갈무리되었다.


노선택과 더 소울 소스 공연.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