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흐름 속 시대와 삶 반추

조춘만, 인더스트리 코리아 (IK 150312-석유화학), 2015, 110x165cm
올해는 광복 70년이다. 지난 70년 한국 현대사는 그야말로 굴곡진, 격동의 역사였다. 이러한 시대와 표상들, 그 시대 속에 부대끼며 살아온 삶의 편린들을 기억할 수 있는 대형 전시가 눈길을 끈다. 광복 70년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7월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리는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전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겪은 분단,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등 역사적인 사건 혹은 현상을 다룬다. 하지만 시각예술을 통해 한국현대사를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하고 불안정한 동시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제목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은 전시 구성상 나뉜 세 시대의 특징을 각각 반영한다. 동시에 수식받는 명사 없이 형용사 세 개만 불안하게 열거함으로써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동시대의 삶 자체를 나타낸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조국, 떠나온 고향과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전후의 삶을 다룬다. 2부는 1960~80년대 단기간에 이루어진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부정된 근대성을 극복하려는 민주화를 주제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세계화된 동시대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삶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 근대 거장부터 배영환, 김아타, 김범, 홍경택, 전준호, 함경아, 안정주 등 동시대작가를 포함한 작가 110여명의 270여점(회화, 드로잉, 사진, 조각, 설치, 뉴미디어, 서예 등 전 부문)이 전시된다.

최정화, 내일의 꽃, FRP, 파이프, 고무, 우레탄, 형광안료.
1부'소란스러운'에는 이중섭, 김환기, 오윤, 고영훈, 김아타, 안정주, 전준호 등이 참여한다. 이수억의, '6.25 동란'과 박석원의 '초토'는 피난행렬의 고단한 삶과 전쟁 트라우마를 표현했다. 주명덕의 사진 '도큐멘트-부산영도다리 밑'은 1960∼70년대 핍박한 삶을 보여준다.

2부 '뜨거운'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고도성장과 그 이면의 획일화된 사회의 단면이두드러진다. 김구림, 배영환, 신학철, 오재우, 이동기, 이만익, 이영준, 조춘만, 최민화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배관용접공 출신의 조춘만 작 '인더스트리 코리아 (IK 150312-석유화학)'는 작가의 삶에 침윤된 산업사회의 이중성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3부 '넘치는'은 21세기 풍요로움과 동시에 인류에 닥친 새로운 위기의 양면을 드러낸다. 백남준, 노재운, 데비한, 전준엽, 조해준, 최정화 등이 참여하며, 최정화의 '내일의 꽃'은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자본주의적인 스펙터클, 즉 인공이 자연을 대체한 세계, 대량생산으로 가능해진 무한 복제가 초래한 오리지널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양한 세대의 작가와 여러 장르가 섞인 이번 전시는 다양하고 상이한 복수의 기억이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돼 '기억의 장'을 구축한다. 이 기억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전시에서 관람객은 각 섹션마다 당대를 직접 경험한 작가들과 기록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젊은 작가들이 섞어 내는 다층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02-3701-9500


박석원, 초토, 1968, 브론즈, 112×133×30cm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