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비트·야릇한 재킷 '빵~'

왼쪽부터 갤럭시 익스프레스 4집, 나팔꽃 진미, 이승열 5집.
갤럭시 익스프레스 4집 Walking On Empty 러브락컴패니 2015년 8월 6일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가 2년 동안 중단했던 은하수 특급열차의 운행을 재개했다. 환상적이고 거침없는 고공행진을 벌였던 이들은 2013년 대마초 흡입사건으로 일순간에 우주 미아가 되었다. 절차탁마의 마음으로 준비한 4집 'Walking On Empty'는 이들의 컴백과 건재를 알려주는 반가운 기적소리다. 총 10곡이 담긴 이번 앨범은 강약조절이 분명하다. 달리고 싶은 질주욕망을 억제해왔던 이들은 첫 곡 '날 내버려둬'에서부터 가슴 속 응어리를 토해내는 쾌속질주를 시작한다. '시간은 간다'는 한결 세련되고 부드러운 멜로디로 아픈 만큼 성숙해진 이들의 미학적 성장을 증언하는 록발라드다. 이후 회한의 정서를 담은 '이제야 알았어', 치명적인 실수를 딛고 일어서는 의지를 표방한 '불타올라'를 비롯해 마지막 곡 '허공 속으로'까지 환상여행이 펼쳐진다. "힘들게 해온 음악을 한순간에 망친 것이 너무 한심하고 분했습니다. 음악에 확신을 갖게 된 시점에서 한순간에 모든 게 허망하게 무너졌어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정신을 차려 다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이주현)

걸 듀오 나팔꽃 데뷔EP 자립생산 2015년 7월 18일

2년 전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사라진 걸 듀오 무키무키만만수의 목욕탕 누드 재킷 이미지는 파격이었고 안드로메다로 인도한 빵 터지게 했던 음악은 충격과 재미를 동반했었다. 감흥이 삼삼했던 만큼 강력한 원 펀치를 날리고 사라졌던 요상한 매력의 걸그룹이 남긴 상흔은 선명하다. 은근 야릇한 상상을 유발시키는 재킷 이미지에 끌려 걸듀오 나팔꽃의 데뷔 EP <진미>의 첫 음악을 플레이 시켰다. 시작부터 '전기'가 찌릿~ 온다. 생경한 그녀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익숙함과 묘하게 화학 작용하는 첫 트랙 '전기 올랐어요'는 알듯 모를 듯 그녀들에 대한 호기심을 폭발시킨다. 인턴 3개월째인 언니의 월급날을 퇴폐적이면서 서글픈 멜로디에 담아낸 '언니가 살게', 섹시한 긴장감을 전달하는 앨범의 백미 '누워서 부르스', 고전적인 멜로디와 코러스의 조화로움이 범상치 않은 '전기 나갔어요'까지 총 4곡이 수록된 걸듀엣 나팔꽃의 데뷔EP의 첫인상은 무키무키만만수를 연상시켰지만 다 듣고 나니 '김사월X김해원'의 이미지가 슬쩍 잠입했다. 한층 퇴폐적으로 변색했지만 단순히 섹시함과 성적 호기심유발이라는 이벤트성으로 치부하기엔 음악적으로 탄탄하다. 이런 질감은 프로듀싱을 맡은 김해원의 기타와 손길 때문이다. 윤수희, 이수연으로 구성된 걸듀오 나팔꽃. 보자마자 듣자마자 생겨나는 호기심과 연심은 정규1집을 기대시킨다. 제발 나팔꽃은 무키무키만만수처럼 바람과 함께 홀연히 사라지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

이승열 5집 SYX 플럭서스뮤직 2015년 7월 10일

한국 모던 록의 거장 이승열이 5집 SYX를 발표하며 2주간의 장기공연을 성공리에 치러냈다. 2년 전에 발표한 4집 V는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정점을 찍었던 놀라운 음악적 성과를 담아낸 앨범이다. [SYX]는 이승열의 5집이지만, 6집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이는 4집이지만 다섯 번째를 의미하는 로마숫자 [V]를 내세웠던 것과 동일한 '디스코그래피의 순차적 관례를 깬다'는 의도적 시도다. 신작 타이틀 [SYX]는 그가 집에서 작업한 데모파일을 보관하는 폴더 이름이다. 다양한 음악 실험을 통해 궁극의 사운드를 뽑아냈고 대중음악을 철학적으로까지 승화시켰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홈레코딩 방식으로 다양한 장르를 빠른 비트에 녹아냈다. 총 9곡의 신곡을 들으면서 이렇게 기분 좋고 편안하게 즐겼던 기억이 있는가 싶다. 러닝타임이 5분을 넘는 노래가 없을 정도로 5집은 이승열 음악 특유의 결과 질감은 동일하지만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아홉 곡 중 'a letter from', 'come back' 두 곡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노래다. "앨범 전체에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이미지가 담겼다"(이승열) 새 앨범 'SYX'의 수록곡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추천노래는 마지막 트랙에 위치한 '노래1'이다. 타이틀곡을 마지막에 배치한 점도 비범한 발상이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