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못다한 이야기 하고 싶어"오선지에 곡을 쓰는 작업과 캔버스에 그림 그리는 작업은빈 공간을 채우는 창작 공통점그림을 정식으로 배우진 못해 음악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노래 부르지 않았으면 화가로

장은아 첫 개인 그림전시회 포스터.

오선지에 곡을 쓰는 노래작업과 하얀 캔바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장르는 다르지만 빈 공간에 무언가를 채우는 창작이란 점에서 정신은 같다. 본업을 넘어 화가로 변신한 가수들의 변신은 예상을 뛰어넘는 그림과의 만남을 안겨주기에 즐겁다.

최근 7080가수들은 화가로 변신하는 흐름이 뜨겁다. 화투짱 이미지가 독특한 조영남, 나무를 그리는 낭만가객 최백호,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그리는 남궁옥분에 이어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 '고귀한 선물'로 70-80년대를 풍미한 포크가수 장은아도 화가로 변신해 첫 개인전을 연다. 첫 개인전시회를 앞 둔 그녀를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만났다. 언제부터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요즘은 예전만큼 공연이 많지 않아 좀 무료했어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뭘 할까 생각하다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그림이 떠올라 2013년 12월부터 그리기 시작했어요. 직업은 노래하는 가수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길 때 또 다른 뭔가를 하려는 마음은 있었거든요."(장은아)

그녀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 사생대회에 나가 입선을 해 미술선생님의 권유로 미대 진학을 꿈꿨지만 우연하게 다운타운 클럽에서 노래를 하게 되면서 그림과 멀어졌었다. "노래를 하지 않았으면 그림에 푹 빠져 살았을지도 몰라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뭘 그릴까 생각하니 막막하더군요. 그래서 화가 친구를 찾아가 작업한 그림 몇 점을 보여주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가능성 여부를 타진해봤어요. 특이하고 음악 하는 사람의 특징이 그림에 있다며 음악이야기를 그려보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공연 갈 때 마다 느끼는 생각을 그대로 화폭에 옮겨봤어요."(장은아)

장은아 그림작업
무엇을 창작하던지 작가 자신만의 색채가 분명한 오리지널리티는 중요하다. "속초에 휴식을 위해 마련한 집이 있는데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는 곳이에요. 처음엔 눈앞에 보이는 바다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는데 마침 눈이 내려 동네 풍경을 그려봤어요. 헌데 너무 흔한 화풍이라 특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음악이야기를 담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본 사람들이 붓 터치가 특색이 있다고 칭찬해줘 용기를 얻었죠."(장은아)

장은아의 그림 소재는 음악과 맞닿아 있다. 분신 같은 악기인 '기타'와 노래를 들려주는 '입술'을 그림 속에서 찾아내는 즐거움은 구체적이지만 전체적인 그림 분위기는 꿈속을 헤매는 듯 몽롱하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가장 큰 작품은 '야상곡'인데 노래는 주로 밤에 이뤄지기에 밤을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은 '하얀 기타'인데 정말 저의 분신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간간히 등장하는 꽃은 노래 후 관객의 반응을 의미한데는 박수갈채 같은 결실이라는 의미합니다. 어느 그림에는 자동차가 나오는데 제가 타는 미니를 넣었죠. 이렇듯 제 그림은 정신없고 혼란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저의 무궁무진한 일상의 이야기들입니다."(장은아)

첫 개인 그림전시회를 여는 소감이 궁금했다. "그림 그리는 작업이 너무 좋아요. 그림을 그려놓고 나니 그림을 보면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개인전을 준비해보니 남의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내 생각과 마음을 표헌하는 나름 의미 있는 작업이란 생각이 듭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뭔가가 그려지면서 빨려 들어갈 듯 몰입해 혼신을 다하다보니 디스크까지 걸렸지만 아픈 줄도 모르겠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음악을 했지만 그림은 자기 혼을 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아요. 일반화가 분들의 그림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작품으로 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장은아)

장은아의 첫 그림전시회는 2013년 12월에 그리기 시작해 2015년 4월까지 작업한 그림 30여점 중 27점이 전시된다. 서울 종로 인사동 갤러리 루벤에 전시될 그림들의 크기는 60호 대작인 '야상곡'에서부터 가장 작은 2호 소품까지 다양하다. 독특한 화풍을 연출하는 그녀의 그림은 자신 만의 선명한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가수를 뛰어넘어 화가로서의 그녀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