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산업 전쟁에서 승자가 되려면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집중 조명을 받은 한국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낙관적인 전망도 뒤따랐다.

그러나 국내외 현실은 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국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국이 휘청이고 내수 경기도 살아나지 않는 데다 이런 위기를 타개할 정부 또한 부재하거나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급선무는 ‘위기’의 본질을 알고 이에 대처하는 것이다. 미래학자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 원장은 최근 펴낸 <2030 대담한 미래2>에서 현재 한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우선 저자가 파악한 경제 위기는 ‘대담한’이란 책의 수식어처럼 위협적이고 충격적이다.

‘빠르면 2-3년 후 부채 축소로 인해 아시아 대위기가 시작된다’ ‘수 년 내로 삼성에 위기가 닥치고 10∼15년 안에 30대 그룹 중 절반이 사라진다’ ‘2020년부터 골디락스(성장세가 지속돼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는 상태)가 온다. 2030년까지 미래산업에 대한 전략적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해 8월 우리나라 경제의 장기 침체(한국판 잃어버린 10년) 가능성, 삼성의 몰락 등을 예측했던 <2030 대담한 미래>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앞으로 20년 안에 우리가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미래의 위기와 위협’에 관한 예측이었다면 후작은 2030년까지 미래 변화에 의해 생길 새로운 기회와 전략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신간에서 “빠르면 이번 정부 말에서 다음 정부 초에 아시아 대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위기의 원인은 한ㆍ중ㆍ일을 중심으로 한 ‘부채 증가’로 진단한다.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불어난 빚이 수출 약화, 아베노믹스의 후폭풍,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 과도한 그림자 금융과 은행권 부실 대출 등을 통해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정부가 아시아 대위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양적 완화 정책을 선택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아시아 대위기에 중국이 최대 적으로 돌변할 가능성, 미국의 반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다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당면할 위기에 대처를 잘 하면 희망의 미래가 올 수 있다고 말한다. 과도하게 부풀어 오른 거품을 적정 수준으로 걷어내 경제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면 경제위기를 벗어나 또 다른 ‘아시아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년 후에는 급증하는 아시아 인구가(한ㆍ중ㆍ일 제외) 계속 고령화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대신 세계 경제를 이끌 것이며, 압도적인 인구를 기반으로 시장 규모ㆍ기술개발ㆍ군사력 등에서 아시아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저자는 위기로 빠져드는 한국경제가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과 부채 축소의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중국에 한국의 미래가 있다는 메타포를 바꿔야 하며 2016년 이후 미국의 반격에 대비하고 그들이 주도하는 기술 거품을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책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전망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삼성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은 현실을 전하면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삼성을 위협하는 위기적 요소들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고, 그럼에도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로 향후 2~3년 간 소비자와 주주의 바람 대신 후계자를 위한 ‘기업구조 재편’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삼성이 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세계 흐름에 뒤쳐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아무도 원치 않는 혁신적 제품’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아시아 경제위기 상황에서 10∼15년 안에 30대 그룹 중 절반이 몰락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기업이 미래산업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통찰력ㆍ상상력ㆍ연결력을 기를 수 있는 인문학 ▦경제(돈)에 관한 정보 ▦신기술 등 세 가지 능력을 갖출 것을 제안한다.

책의 후반부 미래 산업 전쟁에서는 3D 인터넷 혁명, 로봇산업, 의료산업, 미래 농업 등 현재 진행 중이고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미래 산업을 전망한다.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예측’이지 ‘예언’이 아니다. 저자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하면서 다양한 해법을 모색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독자의 몫이다. 그러한 ‘예측’의 의미성을 저자는 책 말미 ‘미래학 개론’에서 친절하게 설명한다.

책을 관통하는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대한 ‘예측’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북한’이라는 요소가 빠진 점이다. 물론 북한이 국내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리고 주로 정치적 측면이 강조돼 왔기에 경제적 부분은 도외시되거나 부정적으로만 평가돼 왔다.

그러나 북한은 향후 정치적 부분 못지않게 남북 경제, 나아가 동아시아와 연계된 경제에서 중요 요소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금융이 아시아, 특히 한국의 비중을 높이는 데는 북한이라는 요소가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 세계 경제에 중요 역할을 하게 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투자 1순위 지역이 북한으로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이는 한국은 물론, 극동을 개발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와도 이해가 맞물려 있다. 또한 저자가 한국경제 위기의 한 해법으로 제시한 부채 축소의 저성장 기조에 북한은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궁극적으로 ‘미래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고 인간의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북한은 ‘인간의 선택’이란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최윤식 지음/ 지식노마드 발간/ 556쪽/2만8000원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