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이젠 읽어야 할 시대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단행본은 총 4만7,589종에 이른다. 대중음악관련 책은 어떨까? 발간 자체가 희귀할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다. 이는 대중음악을 학술적, 예술적 대상이 아닌 소모품으로 생각해 온 오랜 관행이 여전함을 증명한다. 장구한 세월의 무게를 지닌 대중음악은 학술적 연구 대상이 된지 오래다. 복고열풍은 단순히 대중음악의 새로운 트렌드가 아닌, 과거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최근 답답한 현실을 반전시켜줄 대중음악 단행본들이 줄지어 발간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제는 대중음악을 듣고 보는 시대를 넘어 읽어야 할 시대다.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탐 펴냄, 권석정, 백병철, 서정민갑, 김상원, 이수정 공저

음악 초보자인 청소년들을 겨냥한 입문서다. 대중음악 전문 기자, 평론가, 음반 제작자 등 5명의 역량 있는 저자가 참여했다. 블루스, 록, 포크, 흑인, 댄스라는 각기 다른 음악여행을 인도하는 가이드로 설정한 포맷과 제목이 인상적이다. 음악은 여행과 함께하면 최고의 친구라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QR(Quick Response) 코드를 책 곳곳에 삽입해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음악을 귀로 듣게 만든 점이 새롭다.

*미국 대중음악-김영대·조일동 옮김, 한울 펴냄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대중음악사를 개괄한 소수의 저작으로 꼽히는 American Popular Music의 번역서다. 이 책은 미국 팝의 기원에서 최근 힙합의 부흥까지 200년의 대중음악 역사를 다룬다. 단순한 연대기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명반 해설과 대중음악의 형식과 스타일의 변화를 정리하고, 장르 간 미친 영향이나 변화 과정을 시원하게 알려준다.

*한국 대중음악사 개론-성안당 刊, 장유정, 서병기 공저

단국대 장유정교수가 해럴드경제 서병기기자와 공저로 참여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480페이지 안에 오롯이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개론'서라는 이 책의 정체성이 말해주듯 언급해야 될 중요 팩트와 무수한 키워드를 이 정도로 꼼꼼하게 아우르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70년대까지는 정확한 팩트 제시를 하려는 필자의 의지와 노력이 느껴진다. 키워드도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한정된 페이지로 인해 심도 깊은 텍스트를 다 풀어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80년대 이후는 너무 인기가수 위주로 서술된 점이 아쉽지만 참조할 한국 대중음악 개론서를 한 권 더 보유하게 되었다.

*365일 팝 음악사-돋을새김 펴냄, 정일서

출간 10주년을 맞아 출간한 개정증보판이다. 그동안 쌓인 팝계의 새로운 이슈와 재즈 분야를 보강했다. 1000페이지를 넘는 분량부터가 압도적이다. 방송가를 넘어 음악계에서도 팝 음악 전문가로 손꼽히는 저자 정일서PD는 지난 1995년 KBS에 입사해 20년 동안 굵직한 음악 프로그램들을 연출하며 꾸준히 정리한 자료들의 집대성이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의 “스마트폰처럼 늘 곁에 둬야 할 생필품 같은 책”이란 서평은 이 책의 방대함과 꼼꼼함을 잘 설명해준다. 과거에 비해 국내 음악 시장에서 팝의 비중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 정도로 알찬 내용과 방대한 볼륨의 단행본은 다시 만나보기 힘든 역작이다.

*명곡의 재발견-score 펴냄, 이무성

음악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소설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무영의 첫 저서라는 점이 놀랍다.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팝송 명곡 100곡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새로운 의미를 제시한다. 영어 가사 전문과 해석을 실어 노랫말이 지닌 미세한 메타포와 맥락을 풀이한 저자의 해석은 설득력 있고 명쾌하다. “음악사에 많은 영향을 줬던 팝송에 담긴 생각에 집중하면서 그 곡에 사람들이 흥미를 갖게 하고 싶었다. 노래를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의미·숨겨진 이야기를 되짚는 과정을 거치면서 의외로 국내에 왜곡돼 전달된 음악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