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날것이어서 더 싱싱한 음악

요즘 ‘날것’의 음악을 듣기란 쉽지 않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가슴 깊은 곳에서 토해낸 듯한 음악을 발견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류’로 포장된 K-POP과 ‘인기’를 앞세운 대중음악이 횡행하는 곳에 ‘알몸’의 인디 음악이 들어설 자리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인디 뮤지션들은 외진 곳에서 더 인디다운 소리를 끄집어내는지도 모른다. 답답하기는 그들의 살아있는, 영혼이 담긴 음악을 듣고 싶은 관객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디 뮤지션이나 이들의 음악을 감상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노고를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3년 넘게 마다하지 않은 끝에 인디 뮤지션 41팀을 모아 <골든 인디 컬렉션 The Musician>(안나푸르나 펴냄)을 출간했다.

최규성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인디 뮤지션을 책으로까지 소개한 배경은 명료하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왜 사람들이 듣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책으로라도 멋있게 포장해주면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41팀을 선정하는데 가장 중시한 것은 자신들의 음악적 색체가 분명한 ‘오리지널리티’이다. 또한 정규앨범을 한 장 이상 발표한 뮤지션을 대상으로 했다. 신인의 경우엔 현재보다 향후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기준에 따라 한대수, 김두수처럼 한국 인디의 뿌리라고 부를 만한 이들과 만쥬한봉지, 파블로프처럼 새로운 감성을 지닌 이들, 그리고 라이브 공연을 몇번씩 듣고보고 하다가 찾아간 전기뱀장어, 윈디시티, 시와, 갤럭시 익스프레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이승열 등이 한데 담겼다.

책을 꼼꼼히 읽다 보면 저자의 ‘발품’이 상상 이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대화를 하듯 뮤지션들은 자신의 음악세계를 가감없이 토해내고 아픈 상처로 남은 얘기까지 곁들인다. 가령 크랜필드의 보컬 이성혁이 나이 서른에도 꿈꾸는 소년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행에 시달렸던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를 벗어나려는 절규라는 사실과 같은 것이다.

책은 뮤지션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독특한 사진들로 인해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한국일보 사진기자 출신인 저자의 이력이 돋보이는 대목으로 사진들은 뮤지션의 음악을 압축적으로 이미지화해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책과 서울 종로 복합 문화 공간 ‘에무’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을 보고 궁금해지는 것은 뮤지션들의 다양한 모습과 뜻밖의 장소, 패션 등이다. 저자는 “3년간 뮤지션들과 밥 먹고 술 마신 덕분”이라고 말한다. 뮤지션들의 음악세계와 그들의 정체성을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 우선 이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져야 했다는 것. 이를 위해 저자는 공연에도 수차례 갔고 자주 만나 밥도 먹었고 여행도 함께했다. 한 팀마다 3개월에서 6개월씩 걸렸다. 뮤지션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다가오자 욕심도 냈다. 강허달림을 취재할 때 임신 8개월이었는데 별명이 ‘달리는 갱순이’일 정도로 역동적인 그녀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자 조심스레 부탁을 했는데 만삭의 몸으로 허공을 날라주어 근사한 사진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후 그녀가 순산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까지 마음 고생을 엄청했다고 들려줬다.

폰부스는 강화도 동막 해수욕장 개펄에서 추위에 떨며 촬영했고, 파블로프를 대천해수욕장에서 촬영할 땐 가면과 마스크를 착용한 수상한 복장의 남자 넷이 바다에서 난리를 쳐 해양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런 낯선(?) 사진들은 오히려 ‘인디답다’는 평과 함께 저자의 ‘땀’을 실감하게 한다.

저자는 “음악 시장이 좀 더 시장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이 책도 그래서 낸 것이다”며 “음악을 수용하고 소비하는 대중이 인디음악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인디음악이야말로 한국 대중음악을 이끄는 든든한 바탕이 돼 왔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올해는 특히 인디음악 20년이 되는 해여서 책이 지닌 의미는 더하다.

한편 9월 25일까지 서울 신문로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이 책에 수록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02)730-5604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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