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혼성트리오 전성시대를 이끌 기대주 어반자파카 참깨와 솜사탕 만쥬한봉지

어반자카파. 참깨와 솜사탕, 만쥬한봉지. 하나같이 독특한 이름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왕성한 창작앨범과 공연활동을 통해 신 혼성트리오 전성시대를 견인할 기대주란 점이다. 한동안 주류 대중가요계는 아이돌의 댄스와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대변될 정도로 장르의 편중이 극심했다. 그래서 비슷비슷한 음악에 식상함을 느낀 대중에게 달달하고 신선한 혼성트리오의 음악은 하나의 대안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또한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는 일렉트로닉,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어우러지기 쉬워 장르적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도 혼성 트리오 탄생에 일조한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70-80년대에 혼성 트리오의 개체 수는 희귀했다. 최초로 결성된 혼성 트리오는 ‘어니언스’다. 남성듀엣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1972년 그룹 재편성 당시에는 혼성 트리오로 출발했다. 이후, ‘나성에 가면’으로 유명한 세샘트리오와 라틴그룹 로만티카가 등장했다. 70년대 후반에는 ‘김트리오’와 ‘나미와 머슴아들’, ‘들고양이’ 등 여성보컬을 프런트로 내세운 혼성밴드들이 대세였다. 80년대에는 딱따구리 앙상블와 ‘칵테일 사랑’을 히트시킨 ‘마로니에’는 4인조 시절도 있었지만 시작은 혼성트리오였다.

혼성그룹의 절정은 90년대였다. 쿨(Cool), 코요테, 투투, 영턱스클럽, 샵, 자자, 롤러코스터, 쥴리엣 등 상당수의 혼성 3인조그룹들이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들의 곡은 따라 부르기 쉬운 공동점이 있다. 혼성 보컬그룹들은 어느 순간부터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1년 힙합그룹 ‘거북이’가 분위기를 환기 시키며 혼성트리오 라인업을 재가동시킨 이후, ‘어반자파카’를 필두로 레인그린, 홀로, 플라스틱, 치즈 트위터, 모이노이, 스타트 라인, 남녀공학, 퍼스트, 바닐라 맨 등 개체 수가 풍성해 졌다.

어반자파카는 자타공인 혼성트리오 라인업의 선두주자다. 금년 5월에 발표한 5곡이 수록된 새 앨범 ‘유지(UZ)’는 팀명 어반자카파(Urban Zakapa) 앞 두 글자를 따서 지은 제목이다. 이들은 주류와 인디의 음악적 경계를 허물며 90년대 혼성트리오 전성시대를 부활시킬 기세다. 멤버 세 명 모두 노래를 하고 곡 창작이 가능한 점은 차별적이다. 보컬스타일은 서로 다르지만 합체되었을 때 발휘되는 화학작용은 환상적이다. 이제 이들의 공연에는 구름 관객이 몰려오는 확실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혼성트리오의 차세대 주자 ‘참깨와 솜사탕’도 있다. 따뜻하고 편안한 음악이 필요하다면 이들의 어쿠스틱 음악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기타 연주 사이로 살며시 들리는 피아노 연주가 노래에 따스함을 더한다. 이들도 지난 5월에 청춘들의 달콤?o사름한 감성을 담은 11곡이 수록된 정규 1집 ‘까만 방’을 발표했다. 2010년 자체 발매한 EP 이후 2013년 첫 공식 EP ‘속마음’으로 데뷔한 이들은 특유의 유쾌한 멜로디와 달콤샵샤름한 정서가 혼합된 곡들로 10대, 20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금년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 혼성 트리오 밴드 만쥬한봉지는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로 인디와 주류의 음악적 경계를 허물어줄 또 하나의 기대주다. 2012년 결성 이래 무려 8장의 싱글을 발표한 이들은 금년 2월 정규 1집 ‘밤마실’을 발표했다. 이들이 표방하는 음악은 국내 대중음악에서는 생소하게 느껴질 ‘어쿠스틱 뽕짝소울’이다. 스스로 명명한 독특한 장르만큼이나 이들의 음악은 유쾌, 발랄하고 웃음을 머금게 하는 해학적 요소가 강점이다.

요즘 활동하는 혼성 트리오에 대해 알아보려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혼성 트리오가 대세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개체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기 때문. 엄청난 대중적 파장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기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현재 활동 중인 혼성 트리오 보컬그룹의 개체 수는 역대 최다 급이다. 개체 수만으로는 90년대 이후 다시금 제2의 혼성 트리오 그룹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신 혼성트리오 전성시대를 견인할 기대주 어반자카파. 참깨와 솜사탕, 만쥬한봉지의 음악과 활동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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