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뮤지션’ 고 신해철의 1주기를 맞아

고 신해철 1주기를 맞아 그를 그리워하는 열기가 뜨겁다. 지난 해 10월 27일, 우리는 억장을 무너지게 만든 소식을 접했다. 그의 사인은 상식을 벗어난 의료사고로 판명이 나 사회적 공분을 샀다. 비통하게 세상을 떠난 그는 ‘천재 뮤지션’이란 상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진정성과 광기라는 극과 극의 질감이 공존했던 비범한 음악만큼이나 고 신해철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흔치 않은 뮤지션이었다. 또한 독설가로서의 선명한 이미지로 인해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분명했던 뮤지션으로 기억된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망자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분위기도 작용했겠지만 고인에 대한 호불호의 벽은 거의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너무 이른 나이에 아깝게 세상을 떠난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가 남긴 음악의 위대함을 새롭게 인지한 대중이 많기 때문이다. 생전에 그와 인연을 맺었던 음악인들은 공연과 리메이크 곡을 발표하고 팬들은 자발적으로 노래비 건립에 앞장서며 고 신해철의 이른 죽음과 음악의 존재가치를 세상을 향해 환기시키고 있다. 여러 방송도 그를 기리는 특별 프로그램을 앞 다투어 편성했고 단행본 <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까지 출간되었다. 책은 고인과 함께한 세대의 이야기를 묶어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이후 무한궤도, 솔로 가수, 록밴드 넥스트, 독설가, 방송인으로 살다간 그의 26년 흔적들을 정리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1주기를 맞아 지상파 방송 KBS 불후의 명곡에 이어 종편 JTBC 히든싱어 시즌4 신해철 편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연출시키는 감동의 물결을 연출했다. 또한 팬클럽이 주도해 고 서울시 성북구 번동에 위치한 ‘북서울 꿈의 숲’에 근사한 신해철 노래비 건립이 적극 추진되어 금년 내로 결실을 보게 될 전망이다. 과거 드림랜드가 있었던 북서울 꿈의 숲 공원 인근 지역은 신해철이 성장기를 보냈던 지역이다. 실제로 노래비로 장식될 예정인 ‘세상의 문’을 비롯해 ‘날아라 병아리’ 등 주옥같은 명곡들의 가사 속에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그가 바라보고 느꼈던 세상의 풍경과 삶의 고민들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JTBC 히든싱어 시즌4 신해철 편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원조 가수가 없이 진행된 경우는 고 김광석에 이어 두 번째 방송이었다. 평소 히든싱어를 즐겨보지만 오늘 신해철편은 예능프로그램이 지녀야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모범사례라 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히든싱어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출연자들의 싱크로율은 역대 최강이었다. 라운드를 거듭해도 도무지 누가 진짜 신해철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재미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출연자와 방청석까지 고 신해철의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진정성까지 더해지니 방송을 보는 내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특히 방송 끝자락에 절친이었던 드러머 남궁연의 눈물은 그날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신문기자시절 생전의 신해철을 몇 차례 사진으로 담은 적이 있다. 카메라 앞에 나타난 그는 같은 모습인 적이 없었다. 신해철은 26년의 음악여정 동안 무수한 잠시도 멈추지 않고 음악과 사운드 실험에 몰두하며 늘 변화를 추구했다. 안주하기를 거부하는 그의 도전정신 때문이다. 1988년 MBC대학가요제 본선에서 밴드 '무한궤도'의 리드보컬로 대상을 받았던 '그대에게'를 부르는 신해철은 풋풋했다. 대학생 밴드가 들려주는 사운드라 믿기 힘들 정도로 웅장한 스케일의 곡이었다.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조용필의 지원으로 발표한 첫 솔로 앨범 수록곡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는 빅히트를 기록했고 '안녕'은 파격적인 영어 랩을 삽입했던 문제작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재즈 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 등이 수록된 '마이셀프(Myself)'는 국내 최초의 미디 음반으로 회자된다. 윤상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노댄스'는 테크노댄스 음악 열풍 속에 오히려 테크노의 서정성을 다뤄 장르의 본질을 일깨워 준 수작이었다. 록밴드 '넥스트'는 꺼져가던 한국 록에 회생의 기운을 수혈했던 신해철의 대표적 정체성이다. (파트2로 계속)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