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하(物派) 창시한 세계적 거장…문화한국의 상징
현대 미술의 거장 이 화백은 고 백남준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다. 백남준이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라면 이 화백은 모노하의 창시자이다. 196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모노하는 캔버스와 붓의 역할을 일방적으로 규정짓는 기존의 틀을 깨고 나무, 돌, 철판, 종이 등의 소재를 있는 그대로 제시하자는 동양 최초의 현대 미술이다.
한국과 일본, 유럽을 거쳐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중인 이 화백은 국내 호암상과 금관문화훈장, 파리 유네스크미술상, 일본 도쿄 세계문화상 등 여러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초대를 받아 '이우환의 베르사유 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올해 4월 부산시립미술관 내 별관에 '이우환 공간'이란 이 화백 개인 이름을 건 미술관이 탄생됐고. 2010년 일본에 나오시마에 건립된 '이우환 미술관'은 한해 4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명소로 탈바꿈되어 지역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 미대에 입학한 후 두달 만에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60년 동안 일본, 미국 등 세계각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문화국위를 빛내고 있는 이 화백은 평생동안 이방인을 자처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한국 작가인가' '일본 작가인가' '서양 작가인가' '동양 작가인가' 하는 식의 끊임없는 존재 규정과 다툼 속에서 그저 한국인 이우환 일뿐이고... 그렇게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묵묵히 활동하고 있다.
평생 작품을 하면서 남모르게 문화국위를 선양하였다고 자부하고 있는 이 화백이 실체없는 위조설에 고심하면서 '중대결심'을 할 의지까지 내보이고 있는 중이다. 문화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거장의 아픔을 누가 어루만져 줄지 안타까운 상황이다.
■ 주요 작품으로 선으로부터-점으로부터(70년대 및 80년대 초반), 동풍-바람시리즈(1980∼90년대) 조응-다이얼로그(1990년대∼현재), 관계항(1980년대〜) 창작돼 세계 유수미술관 등에서 소장돼 있다. 저서로는 <만남을 찾아서> <시간의 여울> <여백의 예술> <멈춰 서서> 등이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