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불순세력 ‘국과수 감정=불능’노림수 정황
‘이우환 위작설’은 허구…경찰 ‘국과수 감정’ 무리수
‘이우환 감정권’ 다툼 내막…”음모론에 경찰 이용당해”

지난 3년간 미술계에 큰 파장을 가져 온 ‘이우환 위작설’ 논란이 마침내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종결돼 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를 뒤집으려는 ‘음모’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 ‘이우환 위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이 위작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작품 감정을 타 국가기관(국과수)에 의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의심되는 미술계 불순세력이 ‘국과수=불능’ 을 통해 사건을 연장하고 흐지부지 끝내려는 노림수에 이용당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국과수 감정이 이뤄질 경우 위작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우환 화백의 국제적 명성은 추락하게 된다. 이는 이 화백의 세계적 위상에 비추어 개인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국격을 실추시키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될 수 있다.

경찰의 국과수 감정 시도 과정과 그 내막을 추적했다.

빗나간 국과수 감정 시도

‘이우환 위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은 지난 10월 16일 서울 인사동 소재 K화랑을 압수수색해 이우환 작품 6점을 확보했다. K화랑이 이우환 위작을 거래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제보(정보)를 통해서다.

그러나 경찰은 K화랑 관계자와 다른 화랑 및 이우환 작품 소장자들까지 조사했으나 위작품 거래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경찰은 느닷없이 위작품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압수한 작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 의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국과수에 의뢰할 경우 감정 기간만 수개월에 이르고 결국 ‘불능’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100%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이우환 화백의 세계적 명성을 훼손하게 돼 작가 개인은 물론 대한민국 문화국격에도 엄청난 손상을 줄 수 있어서다.

더구나 경찰은 작가의 고유 권한인 감정권을 무시하고 “국과수 감정”을 운운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이우환 화백은 지난 10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해 논란이 되고 있는 ‘위작설’과 관련해 경찰에서 압수한 K화랑 작품을 직접 감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 화백의 요청을 묵살하고 자체 조사를 내세웠다. 그리고 국과수 감정이라는 비상식적인 수순을 밟고 있다.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하는 순간 이우환 화백의 위상은 추락하고 작품활동은 끝나게 된다.

오죽 했으면 이 화백이 “이우환 하나 죽여서 대한민국 정부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도대체 몇 년째 실체 없는 위조설로 작가를 죽이고 대한민국 문화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건가. 위조범이 있으면 잡으면 되고, 그 증거를 나에게 보여주면 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정말 미술판이 한심하고 어이가 없다. 누가 작가를 죽이기 위해 일을 벌이고 있다는 의심까지 든다”고 절규한 이유다.

작가 조차 ‘의심’할 정도로 실제 국과수 감정설과 위작설에는 미술계 불순세력의 ‘음모’가 작용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우환 위작설’ 실체와 음모

‘이우환 위작설’은 3년 전부터 미술계와 화랑가에서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위작설의 요지는 고미술업을 하는 현모(65)씨가 일본 대판시에서 ㈜00고미술연구소 대표 이모(66)씨와 공모해 2010년에 100억대에 이르는 이우환 작품 수십∼100여 점을 위작해 국내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미술 관계자(작가, 화랑, 고미술상 등)를 만나 확인한 결과 ‘이우환 위작설’ 은 허구로 드러났다. 즉 현씨와 이씨 간에 고미술(민화) 판매에 따른 돈 문제로 시비가 발생한 가운데 이씨가 100억 원대의 빌딩을 구입했다는 소문에 격분한 이씨가 “내가 그린 이우환 위작을 팔아 이씨가 돈을 번 것”이라고 발언한 게 단초가 됐다. 당시 이씨의 발언을 들은 고미술상 임모씨가 10여일 후 한국미술품감정협회 S씨에게 전하면서 ‘위작설’ 소문이 확대ㆍ증폭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사태의 파문이 커짐에 따라 미술계와 사정기관에서도 진상파악에 나서자 위작범으로 알려진 현씨와 판매책 이씨는 2013년 11월 미술계 유력인사에게 ‘이우환 위작설’의 실체를 털어놨다. 현씨는 이우환 작품을 위작한 적이 없고, 이씨 역시 위작품을 보지도 못했고 판매하지도 않았다고 고백했다. 실제 현씨는 위작을 제작했다는 일본에 체류한 적이 없고, 이씨가 위작을 팔아 100억 원대의 빌딩을 구입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우환 위작설’ 논란은 점차 잦아들었다. 그런데 2015년 들어 위작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감정협회와 고미술협회 관계자로 추정됐다.

2014년 내내 감정협회는 이우환 작품 감정권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2015년 초부터 감정협회로 의심되는 이우환 화백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우환 위작설’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심지어 이 화백이 확인해 준 것까지 ‘가짜’로 만든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올 3월부터 홍콩 아트페어 및 베니스 비엔날레 등지에서 감정협회 책임자가 이우환 화백이 있는 자리에서 ‘자기 그림도 보지 못한다’는 식의 망신을 주는 일이 벌어지면서 감정협회에 대한 의혹이 짙어졌다.

게다가 감정협회 관계자가 국내 대형갤러리 대표에게 “이우환 선생이 고소하게 해 달라”고 강하게 당부(압박)했다는 얘기와 함께 경찰에 허위 제보를 했다는 풍문까지 들렸다.

한편, 고미술협회 고위 관계자와 전술한 이우환 위작 판맥책으로 잘못 알려진 고미술연구소 이모 대표와의 ‘악연’이 경찰 수사를 불러왔다는 얘기도 나왔다. 골동품 판매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고미술협회 임원 김모씨가 이씨를 혼내주기 위해 올 초 이씨가 ‘이우환 위작설’에 연루돼 있다는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 등을 거치면서 ‘이우환 위작설’에 대한 괴소문이 확산됐고 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언론을 알려졌다.

언론 보도 이후 경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했고 10월 16일 인사동 K화랑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이 압수수색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 과정에 감정협회와 고미술협회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감정협회 모 인사가 경찰에 감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이우환 위작” 운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미술협회 임원 김모씨는 위작 판매책으로 알려진 이씨와 거액의 골동품 거래와 관련한 소송 중에 이씨를 혼내주기 위해 ‘위작’에 관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감정은 또 다른 음모?

경찰은 10월 16일 인사동 K화랑을 압수수색해 이우환 작품을 확보했으나 아직 ‘위작’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 “작품이 가짜다” “세무조사 시키겠다”는 등 화랑과 작품 소장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큰 물의를 빚었다. 경찰은 부산의 모 인사에게 전화해 “작품이 가짜”라고 해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경찰이 이우환 화백의 압수 작품에 대한 감정을 묵살한 것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화백은 지난 10월 말 K화랑에서 압수한 작품을 직접 감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이를 묵살했다.

작가가 작품을 창작(서명 등)하고 이를 확인(보증)하는 것은 세계각국 공통법이다. 예술작품에서 진품(眞品)은 '작가의 주거지 또는 아틀리에와 기타 관리하는 장소에서 창작된 예술작품으로 작가가 확인(보증)하는 것을 통칭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작품 확인권은 작가에게 있는 것이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위조범 검거 및 증거자료(위작품) 확보와 육하원칙에 따른 범죄사실을 제시해야 한다. 작가의 확인은 판결에 해당하는 법률적 효력이 있으며 기타 감정단체의 결과는 추정되는 의견에 불과 할 뿐 법적 효력이 없고 인정되지 않는다.

이우환 화백은 경찰이 작품 확인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가 자식을 확인하겠다는데 이를 거부하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격양했다.

법조계와 문화계는 “우리 헌법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작의 자유를 가진다(제22조 제1항), 저작자ㆍ발명가ㆍ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서 보호한다(제2항)’고 명시돼 있다”며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작가의 작품확인 요청을 거부한 것은 헌법 제22조 제2항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헌법 정신을 유린 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작품은 작가가 창작하고 확인한다’는 법률 및 세계법(저작권법)에 대한 위배행위로 권한 없는 인사들에 의한 법률위반 행위를 방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이 압수한 이우환 작품에 대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

법조계는 “법을 집행하는 국가(경찰)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세계미술역사에 실로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계에선 “위작 혐의를 찾지 못한 경찰이 책임 회피를 위해 사건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술 전문가들은 국과수에서 작품을 감정할 경우 결과는 무조건 ‘불능’이며, 이후 작가가 다시 감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작가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을 확보하지 못한 국과수에 작품감정을 하면 불능판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미술계와 문화계 인사들 사이에선 국과수에 감정을 맡기는 것은 ‘불능’ 판정을 기대하는 불순 세력에 부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미술계 한 중견 인사는 “권한 없는 인사들이 미술판을 흔들고 나아가 나라의 문화기반까지 흔들려는 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 ‘국과수=불능’이라는 파국적 결과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위작설’ 사건을 잘 알고 있는 미술계 인사는 “현모씨의 위조설은 실체가 없고, 더 나아가 설령 현모씨가 몇 점 위조했다고 해도 조잡해 장안평 등 도깨비 시장 쪽으로 흘러 나갔을 뿐이란 사실을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음에도 감정권을 빼앗기 위해 이우환 작가에 대한 인격테러와 한국미술문화의 전령사인 화랑까지 테러하고 있다”며 감정협회를 겨냥했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 논란과 미술계 음모론이 난무한 가운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우환 위작’ 사건이 어떻게 종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