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풍경 속 이별·배웅 노래안정애 '이별의 김포비행장'… 남상규 '이별의 하네다공항'1963년 최초 공항 노래 추정번잡하고 일탈의 설렘 있는 최근 공항의 분위기와는 차이

남상규 이별의 하네다공항. 안정애 이별의 김포비행장. 짐 리브스 아니타 커 웰컴투마이월드.(왼쪽부터)
공항을 소재로 한 공항에서 들으면 좋을 노래 파트1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딸아이가 라오스로 12일 동안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을 출발한 항공기의 도착시간이 새벽 5시인지라 아내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선선한 공기를 맛보며 공항으로 가는 길에 펼쳐지는 만추의 풍경은 서늘했지만 근사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공항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는 여행은 생각만 해도 가슴을 벌렁벌렁 뛰게 만든다. 여행길에 기분을 업 시켜주는 근사한 음악이 동반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갑자기 대중음악은 언제부터 공항을 소재로 한 노래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시대별로 어떤 정서가 반영되었을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궁금하면 지는 것이라 했으니 공항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의 역사와 여행을 떠나기 전에 공항에서 들으면 좋을 노래들을 추천해 보겠다.

이 땅에 비행장이 처음 생겨난 것은 100년 전인 1916년 10월 서울 여의도였다. 개장 당시, 여의도 비행장에는 활주로와 격납고만 있어 한산했다. 1917년 5월 세계적인 곡예 비행사인 미국인 아트 스미스가 선보인 곡예비행에 당시 서울 시민 20만여 명 가운데 25%인 5만여 명이 구경하러 여의도 비행장에 모였다고 한다. 1922년 12월 10일, 한국 최초의 비행사로 알려진 안창남이 이곳에서 시범비행을 보였다.

이후 여의도 비행장은 1953년에 국제공항으로 승격했고 1958년 1월 민간공항 기능이 김포국제공항으로 이전되면서 공군기지로 이용되다 1971년에 폐쇄되었다. 현재 여의도 공항이 있던 터에는 여의도 공원, KBS, MBC 등 방송사, 한국거래소 등 여러 금융기관 건물과 학교가 들어서 있다. 김포공항은 1942년 준공되어 1957년까지는 군용비행장으로 사용되다 1958년 1월 국제공항으로 지정되었다.

최초의 공항 소재 노래는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정밀하게 음반자료를 발굴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항 관련 대중가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대중음악에서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초창기 공항 노래들이 발표된 이유는 간단하다. 1989년 해외여행자율화 이전까지 공항은 일반대중이 이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특별한 사람들만이 이용했던 제한적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대략 1963년 즈음에 발표된 명곡 '대전블루스'의 오리지널 가수이자 '블루스 여왕'으로 불렸던 안정애가 부른 '이별의 김포비행장'과 남상규가 노래한 '이별의 하네다 공항'이 현재까지 확인된 대중가요로는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노래로 추정된다. 두 노래는 공통적으로 서울과 동경을 떠나는 나그네와 배웅하는 화자의 슬픔을 그리고 있다. '이별의 김포비행장'이 전하는 당시의 공항 풍경은 '샨데리아가 졸고 있고 대합실 큐숀에는 스피커가 울고 연분홍빛 안개가 나리'고 있다. '이별의 하네다 공항'은 구체적인 공항의 풍경을 묘사하지 않고 있는 점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가사를 쓴 것으로 추측된다.

두 노래 모두 '이별'이라는 단어를 제목 앞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대중가요에서 묘사된 공항의 풍경은 60년대 그 시작부터 2000년대 이전까지 이별의 정서가 주종을 이루며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최근에는 바쁘고 번잡한 생활에서 벗어나는 일탈의 설렘과 잔잔한 평온을 안겨주는 힐링 분위기로 변화하는 움직임이 선명하다. 이제 공항은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친숙한 공간이 되었다. 공항을 소재로 한 노래들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 그리고 공항에서 들으면 좋을 대중가요와 팝송들을 본격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60년대 초에 발표된 대중가요를 먼저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팝송을 살펴보자. 우선 1964년 발표된 짐 리브스(Jim reeves)가 부른 팝송 'welcome to my world'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노래는 대한항공의 CM송으로 사용되어 친숙한 노래다. 우리에게는 원곡보다 아니타 커 싱어스(Anitar Kerr Singers)의 버전이 더 익숙하다.(파트2로 계속)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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