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피하지 말고 나를 조사하라"

이씨가 10월 15일 국민신문고에 제기한 '경찰의 불합리란 출국규제로 인한 재산상 손해발생'이란 민원.
'이우환 위작' 사건의 요체는 위작범 현모(65)씨와 판매책 이모(66)씨가 공모해 100억대의 이우환 위작을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또는 현씨가 고용한 이모(40대)씨가 그린 위작을 이씨를 통해 일본을 거쳐 국내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위작 사건'의 중심에 판매책이라는 이씨가 등장한다. 이씨를 거쳐 이우환 위작이 판매됐다는 것으로 이씨는 이번 사건의 '키(key)' 맨이다.

그런데 이씨는 이우환 위작 사건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현씨와는 고미술(주로 민화) 판매 문제로 다툰 적밖에 없으며, 위작범이라는 이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에 위작 도피범으로 보도되는가 하면 출국금지까지 내려지자 이씨는 직접 경찰에 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위작 사건의 핵심인 이씨에 대한 조사를 4개월째 미루고 있다. 이씨는 일본에 있는 회사가 부도직전이라며 하소연했지만 경찰은 요지부동이다.

마침내 이씨는 경찰을 직접 상대하기로 했다. "경찰이 조사를 회피하면 직접 출두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이씨가 공개하려는 위작 사건의 실체를 <주간한국>이 단독으로 확보했다.

이씨는 위작범이라는 현모씨를 알고 있지만 서로 30년 넘게 고미술만 취급했기 때문에 이우환 작품 같은 현대화는 거래하지 않았고, 판로도 없다고 했다. 이씨는 "위작 사건에 내가 왜 거론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무엇보다 국내에서 엄연히 생활하고 있는데 위작 공범으로 해외로 도피했다거나 취급하지 않은 이우환 작품을 150점, 100점, 완성도 높은 20여 점 등을 판매했다는 보도에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씨는 신동아 12월호(11월 18일 발행) 기사에서 '2011년 4월 초순 현씨에게 이우환 작품을 팔겠다며 애걸복걸하며 살려달라고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며 화를 냈다. "현대화는 거래도 안하고 2011년 초는 처음 현씨를 알게 된 시점인데 이우환 위작을 부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같은 기사에서 현씨가 이씨에게 보냈다는 9장의 내용증명에 대해 이씨는 "2장을 보낸 것은 기억되나 말도 되지 않아 파기해버렸다. 2장밖에 보내지 않았는데 9장은 무슨 소리냐"면서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사를 써야 하지 않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씨는 기사에 나오는 위작범 이모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모텔비, 오피스텔비, 약품. 재료비 등 몇 백만원씩 언급한 것에 대해 자신(이씨)에게 확인만했어도 되는데 범죄인 말만 듣고 사실 확인 없이 기사가 작성됐다고 봤다. 또한 '착수하면 50대 50, 연탄가스 쐬는 방식으로 노후화 작업, 내용증명 등'에 대해 말도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얘기로 자신과는 아무 관계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씨는 "현모와 모 언론에 나오는 이모가 얽힌 관계는 모르는 일이고 이들이 2013년 이후 이우환 및 국내 대가들의 조잡한 모작을 해 장안평 등 도깨비 시장에 판매했다면 그것대로 수사하면 될 일이지 왜 관계없는 나를 끌어들이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씨는 "고미술계 실력자의 눈 밖에 나서 고초를 당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요청까지 했으나 조사는 하지 않고 출금만 계속해 일본 기반이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다. 나도 인권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기를 수차례 원했으나 수사기관(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범죄혐의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4개월째 출국금지를 시켜 놓아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난 10월 15일 국민신문고에 '경찰의 불합리란 출국규제로 인한 재산상 손해발생'이란 민원까지 넣었으나 기다려 달라는 회신만을 받았다"며 "이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다.

이씨는 출국금지 만기인 11월 26일까지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경찰에 찾아가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그것도 안되면 언론을 통해 모든 것을 알리겠다고 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