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공항을 소재로 한 명곡들 <2>

'마포종점' 여의도비행장 묘사
1972년 '공항의 이별' 포문… 문주란 공항 시리즈로 빅히트
70년대 중동건설 붐 타고 '공항' 관련 노래들 쏟아져
  • 문주란 공항노래, 은방울자매 마포종점, 마그나 카르타 시즌스(왼쪽부터).
(파트1에서 이어옴) 짐 리브스(Jim reeves)의 'welcome to my world'를 들으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달콤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짐 리브스는 이 노래의 빅히트로 정상에 올랐지만 1967년 7월 불의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 그런 점에서 국내 대형항공사의 CM송으로 이 노래가 채택되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1968년에 발표된 은방울자매의 명곡 '마포종점'은 최초의 공항인 여의도비행장을 언급한 진귀한 노래다. 60년대 전차의 종점인 변두리 마포의 쓸쓸한 밤 풍경과 강 건너 영등포로 떠난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이 노래가 발표된 1968년은 서울의 전차가 운행이 중단된 해이기도 하다. 전차뿐 만이 아니다. 2절에 등장하는 당시의 여의도는 비행기가 뜨고 지는 비행장이 있는 공간으로 묘사되어있다.

당시 보릿고개라는 가난을 탈출하고자 고향을 떠나온 이들은 마포와 한강 넘어 영등포였다. 영등포지역에 위치한 공장에서 일하면서 고단하고 지칠 때 그들은 고향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이가 일하고 있는 강 건너 영등포 지역의 공장 불빛은 아련하고 연인과의 거리를 더 멀게 느끼게 만든 그 가운데에 위치한 거대한 여의도비행장의 존재는 야속했을 것이다.

1970년대는 문주란이 1972년 '공항의 이별'로 포문을 열었다. 1966년 데뷔한 문주란은 대중가요 사상 가장 굵은 허스키 보이스와 17살 소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성숙한 감성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데뷔한 해 연말 동양방송가요대상의 신인상을 거머쥐었고 이후 굵직한 상들을 수상하며 주목받았지만 실연에 절망한 자살 시도로 물의를 빚고, 공연장의 대형 화재로 중상을 입으면서 은퇴와 컴백을 반복했었다. 1972년 발표한 '공항의 이별'은 그녀의 성공적인 재기에 밑거름이 되었던 빅히트 곡이었다. 이후 1973년 '공항에 부는 바람', 1974년 '공항대합실', 1976년 '잘 있거라 공항이여', 1980년 '공항으로 가는 길'까지 공항 시리즈 노래로 '공항노래 전문가수'로 각인된 문주란은 공항을 소재로 한 노래가 트렌드로 각광받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만들었다.

70년대는 중동건설 붐이 대단했다. 열사의 사막으로 무수한 근로자들이 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면서 관련된 가족들의 공항출입이 빈번해졌다. 문주란을 비롯해 고 조미미의 '이별의 김포공항(1973년)', 김상진의 '다시오마 공항이여(1974)', 바니걸스의 '김포공항(1977년), 박일남의 '찾아온 김해공항(1977년), 나훈아의 '공항의 두 얼굴(1978년)' 등 무수한 가수들이 이별과 상봉의 정서로 '공항'을 노래했던 이유다. 그때 양산된 노래들은 '공항'을 대중적 공간으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모든 노래가 트로트 장르라는 것도 특징인데 이 같은 흐름은 세기말까지 계속되었다.

70년대에 발표된 공항을 소재로 한 팝송은 대중가요와 질감부터가 달랐다. 대표적인 팝송은 1970년에 발표된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의 '더 에어포트 송(The Airport Song)이다. 1969년에 결성한 영국의 3인조 포크 록 밴드 마그나 카르타는 여성적인 섬세함과 감수성을 담은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따뜻한 음색으로 롱런하고 있다. 이들의 두 번째 앨범 에 수록된 'The Airport Song'은 신나는 기타사운드를 중심에 둔 심플한 곡 진행과 잔잔한 트리오 보컬의 하모니로 여행자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그야말로 세상 시름을 한 방에 날려주는 지금도 공항에서 들으면 제격인 노래다.

70년대의 끝자락인 1979년에 발표된 브리언 이노(Brian Eno)의 '뮤직 포 더 에어포트(Music for the airport)도 있다. 이 곡을 들어보면 음표하나가 끊어질 듯 둥실둥실 떠다니듯 흐른다. 도시의 소음에 지쳐있는 우리들의 귀와 마음은 이 노래를 듣는 순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런 사운드에 반응할 것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려는 당신이 공항에서 이 곡을 듣는다면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할 것이다.(파트3로 계속)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11월 제2854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11월 제2854호
    • 2020년 11월 제2853호
    • 2020년 11월 제2852호
    • 2020년 11월 제2851호
    • 2020년 10월 제2850호
    • 2020년 10월 제2849호
    • 2020년 10월 제2848호
    • 2020년 09월 제2847호
    • 2020년 09월 제2846호
    • 2020년 09월 제2845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정이안의 건강노트

수험생, 장이 편해야 공부 잘 된다  수험생, 장이 편해야 공부 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