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불순세력 이권·패권 노려 거장 위상 훼손… 수사 행태 도마위에이우환측 '비장한 결심'… 그 배경은

이우환 화백은 실체 없는 위작설로 문화기반이 훼손되는 문화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사건 관계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문화국가 건설에 힘써 줄 것을 요청했다.
'위작설'당사자 실체 부인… 위작 소문 확산돼 미술계 황폐화
고미술계 큰손 수억대 거래 갈등이 '이우환 위작' 수사로 비화돼
감정협회 관계자 '위작설' 가담 정황… '가짜변호사'로 압박도
도깨비 시장용 이우환 위작 범인 실체… '위작범' 둔갑 시도 의혹

지난 3년간 미술계에 큰 파장을 가져 온 '이우환 위작' 논란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내며 종결돼 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면서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미술계 인사와 전문가그룹의 이해관계와 패권 다툼에서 비롯된 '위작 사건'은 관계자들의 허위 소문 확산과 증거조작 의혹, 음모론, 그리고 경찰수사의 오류, 언론보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대미문의 대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주간한국>은 이우환 작품 위작 논란이 불거진 2012년 중순부터 최근까지 국내외 다수의 관계자들을 만나 그 실체를 추적했고, '이우환 위작' 사건이 본질과 동떨어진 실체가 없는 '허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동시에 이번 사건에 연루된 미술계 불순세력의 실태와 위작범의 정체, 경찰수사의 문제 등에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당사자인 이우환 화백은 국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크게 실망하고 격노해 '중대결심'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적 거장으로 문화국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화백이 중대결심을 할 경우 문화국격 추락과 함께 미술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문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진품'으로 감정(2013년 10월 25일)했다가 나중에 '위작'으로 감정번복(2014년4월24일)한 김종학의 '설악산 풍경' 작품(캔버스에 아크릴, 2003. 45.4X52.9cm). 작품 소장자는 감정협회 책임자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국내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우환 위작' 사건의 배경과 관계인들의 행적, 아직 남은 문제 등을 짚어봤다.

'이우환 위작' 사건의 발단과 파장

이른바 '이우환 위작' 사건은 2013년 8월 서울 인사동 골목의 한 골동가게에서 나온 '위작설'이 단초가 됐다. 그해 인사동 임모씨 골동가게에서 이우환 위작 판매책으로 잘못 알려진 이모(66)씨를 성토하는 과정에 느닷없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 골동가게에는 주인인 임모씨와 고미술상 천씨, 또 다른 임모씨 등이 있었고 위작범으로 알려진 현모(65)씨가 우연히 들렀다가 이씨를 성토하는데 가세했다.

주인인 임씨는 이씨와 거래를 해 손해를 봤다며 이씨를 탓했고, 이에 편승한 현씨는 맞장구를 치며 이씨를 비난하고 그와 거래를 해 큰 손해를 봤다면서 뜬금없이 '이우환 위작' 얘기를 꺼냈다. "이씨가 일본과 거래를 해 80억 원가량을 벌었다고 하는데 2010년 내가 일본에서 그린 이우환 위작을 판 것으로 보인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이우환 화백에게 감정을 의뢰해 진품으로 감정받은 작품들(2012년 3월-2013년 2월). 감정협회는 위작 수사 과정에 이들 작품에 대해 '가짜' 운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현씨의 말은 10여일 후 고미술상 임씨를 통해 한국미술품감정협회 S씨에게 전해지면서 확대ㆍ증폭됐다.

'이우환 위작설'에 따르면 위작범 현씨가 그린 100억대의 이우환 위작이 판매책 이씨를 통해 유통됐다는 것이다. 위작도 처음엔 10여 점에서 소문이 확대되면서 100여 점으로 늘어났다.

이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위작설' 첩보를 입수하고 자체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은 MBN이 2014년 1월 9일' "이우환 위작 유통" 경찰 수사 착수' 제하의 보도에서 "이우환 위작이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미술품 전문 거래 업자 등을 상대로 위조책과 유통책 등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위작설'은 이내 수그러들었다. '위작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위작범 현씨와 판매책이라는 이씨가 위작 및 판매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첩보를 토대로 처음 조사를 한 광역수사대에서도 이우환의 프랑스 민화기증까지 알아보는 등 노력했으나 위작설에 대해 확실한 증거 등을 확보하지 못해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씨와 이씨는 '위작설' 파문이 커짐에 따라 미술계를 비롯해 사정기관까지 진상파악에 나서자 2013년 11월 미술계 유력인사에게 사건의 실체를 털어놨다.

현씨는 "이씨와는 2011년 초에 만나 2-3년 전부터 외상거래를 했는데 나한테 가져간 많은 고미술품 값을 주지 않고 받은 사실조차 부인해 화가 나 있던 중 2013년 8월 임씨 가게에 들렀다가 그가 돈 문제로 이씨를 욕하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이우환 위작건을 얘기했다"고 고백했다.

현씨는 다량의 고미술품 판매를 이씨에게 맡겨 거래한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대신 이우환 위작 얘기를 꾸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씨가 80억원 상당의 거액을 벌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고작 2억원밖에 주지 않아 더 받아내려고 압박하기 위해 이우환 위작 얘기를 지어냈다고 밝혔다.

실제 현씨는 2010년 일본에서 위작했다고 했지만 2010∼2011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현씨는 민화 전문가로 현대화인 이우환 작품을 위작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씨는 "서양화를 모르는 이씨에게 무슨 서양화(이우환 위작)를 판단 말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판매책으로 잘못 알려진 이씨도 이우환 위작 판매에 대해 "황당한 얘기"라며 반발했다. 이씨는 "몇 해 동안 현씨의 민화를 일본에 팔아 돈을 번 것은 맞지만 이우환 위작 판매는 말도 안된다"면서 "허위 소문을 퍼뜨린 현씨와 허위사실을 유포한 감정협회를 처벌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씨가 민화값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람을 풀어 현씨를 추적하고 있는데 잡히는 대로 수사기관에 데리고 가겠다"고 별렀다.

이러한 사정 등으로 2013년 8월 불거진 '이우환 위작' 논란은 그해 말을 기해 서서히 가라앉았고 2014년에는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미술계 일부에서 '소문'으로 회자됐다.

그러한 데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2014년 내내 꾸준하게 이우환 감정권한을 요구했지만 실패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미술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감정협회는 세계적 거장인 이우환 화백이 2013년 10월 자신의 작품 감정권한을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과 부산 공간화랑 신옥진 대표 2인에게 위임함으로써 감정에 제한을 받게 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미술계 실력자 원한이 기획수사로

2013년 8월을 기해 미술계에 파장을 불러 온 '이우환 위작' 논란은 그해 말 잦아들기 시작해 2014년에는 거의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2015년 초 판매책으로 잘못 알려진 이씨와 고미술계 실력자 사이에 얽힌 분쟁이 돌발하면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고미술계 실력자가 이씨를 압박하는 과정에 위작범으로 알려진 현씨와 판매책이라는 이씨 간의 내용증명 문서를 근거로 '이우환 위작설'을 세상밖으로 부채질한 것이다.

고미술계 실력자 김모씨는 2002년 약 200억대 고미술 수십점을 고미술 거상인 H상사 김모 대표를 통해 구입했다가 강도를 당한 작품으로 밝혀져 3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 이에 실력자 김씨는 H상사 김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를 이끌어 내 수십억의 세금을 추징하게 했고, 처음 작품 소개 등에 관여했던 이씨를 압박해 경찰조사를 받게 했다.

하지만 이씨가 경찰에 출석해 고미술품 거래 경위를 설명함으로써 H상사 김 대표는 장물교사 혐의에서 벗어났고 공소시효도 지나 처벌을 면했다.

이에 실력자 김씨는 이씨 때문에 피해 금액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이씨를 혼내주고 손해를 보상받으려는 기대로 모 인사를 통해 입수한 현씨와 이씨 사이의 내용증명을 경찰청 정보계 K씨에게 건네 '이우환 위작' 사건을 점화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내용증명에는 '이우환 위작'(허위로 밝혀짐)에 대해 언급돼 있다. 현씨는 이씨로부터 민화 판매 대금이 입금되지 않고 이씨가 민화를 팔아 80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2013년 5월 21일 수입액의 절반인 40억을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이씨에게 보냈다. 또한 국내 조폭의 중심세력인 칠성파 간부를 2∼3차례 이씨에게 보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증명의 주요 내용은 "1. 2012년 5월부터 이우환 위작을 하였으나 그해는 실패하고…. 2.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상당량 하였는데… 40억원을 받겠다. 3.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극심한 고충과 우울증에 걸려 있음…" 등으로 돼 있다.

이 내용증명을 경찰에 건네 '이우환 위작' 사건을 다시 촉발시킨 고미술계 실력자 김씨는 올해 4월 경 현씨와 이씨를 모두 알고 있는 고미술상 김모씨를 불러 "이씨를 엮을 수 있도록 강하게 진술해 달라"고 압력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의 네 차례 조사에서 "현씨와 이씨와의 거래관계 자체를 알지 못하고, 더욱이 현씨로부터 이우환 위작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답했다.

이러한 경찰의 움직임은 언론을 통해 '이우환 위작' 사건으로 보도됐다. 중앙일보는 6월 22일자 '위조된 이우환 그림 100억대 거래 의혹' 기사에서 처음으로 '경찰은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국내외에 유통한 혐의로 A씨(65) 등 7명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중략) 경찰은 A씨 등이 이 화백 위작을 판매해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7월 13일자 '이우환 화백의 위작, 150점 이상 국내외에서 유통' 기사에서 '서울경찰청이 이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100억 대의 수입을 올린 위조 전문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나 핵심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언론 보도로 인해 '이우환 위작' 사건은 마치 사실처럼 확산됐고 미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우환 위작' 사건은 2013년에 불거졌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사라졌던 것이 고미술계 실력자 개인의 원한이 기획수사로 이어지면서 재현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언론에 위작범으로 등장하는 A씨는 현모(65)씨로 1980년대부터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을 활동 근거지로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고서화(주로 민화류)를 취급하거나 위작을 판매해 생활했다. 현씨는 위작 판매책으로 알려진 고미술상 이모(66)씨와는 2011년 지인인 김모씨 소개로 인사를 나눴으며 일본에 회사(00고미술연구소)를 갖고 있는 이씨를 통해 민화를 판매했다. 처음에는 소량 거래를 하다가 점차 수량이 늘면서 2012년 초 현씨가 부산 해운대에 있는 이씨 집으로 자신이 그린 민화와 타인의 의뢰를 받은 고서화, 골동 등 1톤가량의 고미술품을 배달했다. 이때 이씨는 민화 등 대금 중 선수금 명목으로 5000만원과 1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억5000만원을 현씨 통장으로 입금하고 나머지 대금은 민화 등을 판매한 후 정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씨로부터 민화 판매 대금이 입금되지 않고 이씨가 민화를 팔아 80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전술한 바와 같이 수입액의 절반인 40억을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는 한편, 조폭인 칠성파 간부를 보내 이씨를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가 80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위작범 일행이 이우환 위작을 판매해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본 경찰발(發) 보도는 '사실(Fact)'과 거리가 있다.

'또 다른 위작범' 이모씨의 정체

고미술계 실력자 김씨와 판매책으로 잘못 알려진 이씨와의 원한에서 시작된 '이우환 위작' 사건은 조사 과정에 또 다른 위작범 이모(40대)씨가 등장해 사건을 더욱 혼탁하게 몰아가고 있다. 종래 위작범으로 알려진 현씨가 '또 다른 이씨'와 공모(또는 사주)해 '위작'을 만들고 이를 판매책 이씨를 통해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현씨가 고미술(민화) 전문가로 이우환 위작과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반면, '또 다른 이씨'는 이우환 화백을 비롯해 국내 대가들의 작품을 위작해 왔다는 점에서 '위작 사건'을 뒷받침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한국경제신문은 11월 10일 '가짜 그림 월 5~7점 그려 수억원에 팔았다' 제하의 기사에서 '미술품 위작 기술자 현모씨와 이모씨가 2011년 8월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는 미술품 유통상 이모씨를 만나 위작 유통과 자금 문제 등을 협의하고 2012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위작을 제작해 판매상 이모씨를 통해 국내와 일본에 팔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는 미술품 유통상 이모씨는 2011년 8월 위조 기술자 현씨와 이모씨를 만난 일도 없고, 전문(고미술) 분야도 아닌 이우환 위작을 판매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위 기사에서 '2012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위작을 제작' 부분은 현씨가 2013년 5월 21일 이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2012년 5월부터 이우환 위작을 하였으나 그해는 실패하고….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상당량 하였는데'라고 한 것과도 맞지 않는다.

신동아 12월호는 '이우환 화백 위작(僞作) 의혹 문서' 제하의 기사에서 '위작범 현씨가 경기 일산 특실에서 2012년 1월부터 그해 10월까지 한 달에 5~7점을 위작해 판매상 이씨를 통해 유통시켰다'고 했다. 또 현씨가 일산에서 '화가'가 그린 그림을 경기 남양주로 가지고 가 '노후화' 작업을 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일산 특실', '일산 화가' 등을 종합하면 앞서 한국경제신문의 위조 기술자 이씨와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기사 중 '현씨가 2012년 1월부터 그해 10월까지 한 달에 5~7점을 위작해 판매상 이씨를 통해 유통시켰다'는 부분은 이씨가 부인하고 있고 현씨의 행적 등을 고려할 때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된다.

이들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이씨'는 '이성0'으로 전해진다. 이성0는 40대 초반의 다소 뚱뚱한 체구를 가진 인물로 2006년 경 위작미술시장에 뛰어 들어 한국 대가들의 위작을 그려 도깨비 시장이나 장안평, 기타 서울 근교 골동상 등에서 30만∼200만원 내외에 판매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민화 위조전문가 현씨와 이성0이 만난 계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인들에 따르면 2007∼2008년 장안평 등지에서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이성0이 한국 대가들의 작품을 위작해 공동으로 판매하거나 현씨에게 판매를 부탁했고 작년까지만 해도 현씨의 창고에 그가 그린 여러 명의 한국 대가들의 위작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신동아 8월호 '최고 경매가 한국화가 이우환 위작(僞作) 논란' 제하의 기사에서 'A씨(현씨)는 창고에 전국 유명 화가들 그림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한 장안평 상인의 얘기에 나오는 현씨 창고의 위작들은 이성0이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성0이 그린 위작은 도깨비 시장이나 장안평 등에서 100만∼400만원에 판매되는, 누가 보아도 '위작'을 알 수 있는 것으로 논란이 돼 온 '이우환 위작' 과는 차이가 있다. 다시말해 '이우환 위작' 사건은 실체가 없는 '허구'로 이성0의 위작과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이우환 위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과 감정협회는 이성0의 위작을 현씨가 판매책 이씨를 통해 유통시켰다는 식으로 몰아간 정황이 있고, 이를 일부 언론에서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위작 사건' 에서 경찰과 감정협회가 이성0의 위작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현씨와 이씨가 거래한 위작으로 보려고 한 정황이 있고, 이성0의 진술을 그대로 믿고 상당 기간 수사를 진행시켜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동아 12월호 기사에서 내용증명 9장 중 수기로 작성된 7장은 이성0이 현씨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이성0가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기도 한다.

판매상으로 잘못 알려진 이씨 등의 주장과 사건의 전후를 종합할 때 이성0의 위작이 이씨를 통해 판매된 적이 없으며, 그의 위작은 이번 '위작 사건'의 '진품'으로 팔린 적이 없고 도깨비 시장이나 장안평 등에서만 거래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 현씨와 이성0는 위작을 컬렉터 모씨, 미술품 판매상 모씨 등을 통해 '진품'으로 위장해 판매하려다 실패한 이후 도깨비시장에서 거래됐다. 이런 과정에 현씨와 이성0은 위작에 대한 권리와 판매금 문제 등으로 고소를 해 현재 소송 중에 있다.

이우환 화백 측 관계자 등은 이성0의 구체적 범죄행각을 확인해 사법처리를 적극 요청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협회 '위작설' 확산 의심스런 행보

'이우환 위작설'이 확대ㆍ증폭된 데는 한국미술품㉰ㅗ鰕?일부 간부의 석연치 않은 행보와 이후 협회 차원에서 위작설에 적극 가담한 정황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감정협회가 '위작설'에 관여하게 된 것은 저명한 한국 작가의 작품을 잘못 감정해 고소를 당한 게 발단이 됐다.

미술품 컬렉터인 Y모 회장은 감정협회의 진품 감정서(2013년 10월 25일)를 믿고 설악산의 작가 김종학의 '설악산 풍경' 작품(캔버스에 아크릴, 2003. 45.4X52.9cm)을 수천만원의 거금을 주고 구입한 후 감정번복(2014년 4월 24일)으로 작품값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자 2014년 10월 감정협회 책임자를 고소했다.

Y 회장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한 용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사건 경위를 조사받는 과정에 감정협회 인사로 알려진 사람들이 자신(Y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상당수가 가짜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Y 회장이 구입하지도 않은 이우환 작품 20호 1점이 가짜라고 하면서 조사도중에 이우환 변호사라고 하는 사람이 전화를 해 "왜 가짜를 가지고 있느냐"고 질책한 황당한 일도 겪었다.

이에 Y 회장은 어이가 없어 조사경찰관을 통해 감정협회 쪽에서 이우환 변호사를 내세운 것을 알게 됐고 그 변호사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우환 고문 변호사는 없다'는 얘기를 듣고 "누가 가짜변호사까지 만들어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냐"면서 불편한 심정을 주변에 표출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2015년 '이우환 위작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감정협회 스스로 압수수색을 요청해 감정자료 및 이우환 작품과 관련된 영상자료 등을 경찰에 넘겨줬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미술계 인사들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협회관계자 및 화랑협회 책임자들이 경찰에 출석해 '이우환에 문제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감정한 이우환 작품은 가짜다'는 식으로 상식을 벗어난 언동을 해 수사당국을 오도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미술품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없는 수사당국자들이 오도돼 모 화랑을 압수수색한 후 감정협회 진품보증서가 있는 작품들을 "가짜 작품" 운운하며 빼앗으려다가 건전한 상거래라는 사회공동체 질서를 파괴한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런 파문을 지켜 본 미술계 인사들은 "30년을 전문적으로 연구해도 부족한 미술품 보는 안목을, 식견도 없는 순수한 수사담당공무원들이 '무조건 가짜'라고 억지주장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공무원들이 그런 태도를 보인 배후로 감정협회 측을 의심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